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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 가쁜 사랑
폴 세르주 카콩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6월
평점 :
언젠가 한 권의 책이 화제를 모았다. ‘자기 앞의 생’이라는 책인데 이 책이 로맹 가리의 책이라는 것이며 다른 필명으로 내어 상을 받은 책이라는 정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언제 한 번 읽어봐야지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연히 그의 이름을 다시 찾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이었다. 무슨 사연인가. 사실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도 없고 특히 부부 혹은 연인의 이야기는 무슨 관심이 더 있었겠는가. 그럼에도 이 실력있는 작가의 사랑과 글은 어떠했는지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그 였다라는 생각, 그리고 그 못지 않게 삶을 정말 숨가쁘게 살아간 진 세버그였다.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스타를 갈망하던 시대와 맞물린 정치적 소용 돌이 속에서 두 사람은 만났고 그렇게 부부도 아닌 연인도 아닌 사이로 머물다 ‘불행한 삶’을 마쳤다.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삶은 행복했을까. 그냥 아는 사이로만 남았다면 어떠했을까 그러나 불같은 사랑은 이러한 기대를 져주지 않는다. 이혼도 하지 않은 남자는 진 세버그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고 가두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그러하지 않았다. 저항적이고 진취적인 그녀의 성격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로맹가리의 책들이 어떠한 배경과 생각 속에서 나왔는가를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곳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시점에서 다시 만났다가 그리고 다시 퇴장하는 모습을 따라가 본다.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여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느낀 가리는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는 자주 그녀를 생각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불안하고도 위험했던 사랑 이야기의 시작과 끝. 진 세버그가 죽고 난 후 1년 후 그도 생을 마감했다. 세상을 여행하며 자신의 것을 찾고자 했던, 머물고 싶었으나 머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