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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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바라보고 쓴 여자의 일생. 한 여자. 아니 에르노의 글쓰기는 사실적이며 치열하다.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느낌을 강하게 준다. 특히 딸의 자리에서 바라본 어머니와 아버지,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여자로서 다른 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같은 성에 대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한 이야기를 어머니를 통해서 이야기한다. 태어남과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이 책에서는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시간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기록하고 안타까움을 기록하지만 거기까지다.

 

“몇 주 만에, 몸을 똑바로 지탱하려는 열망이 어머리를 저버렸다. 그녀는 기력이 떨어져서 허리를 반쯤 구부리고 고개를 푹 숙이고 걸었다. 안경을 잃어버렸고, 시선은 흐릿했으며,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언굴은 신경 안정제 때문에 약간 부은 듯은 했다. 겉모습에서 뭔가 야생의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평범한 듯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한 여자의 삶을 통해서 강한 여성, 때로는 나약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느끼게 한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고리로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는 이 고리를 놓치기도 하며, 잃어버리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자신이 그 고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여자에게 결혼이란 삶 또는 죽음이었으니, 둘이 되어 보다 쉽게 궁지에서 벗어나리라는 희망일 수도 있고 결정적인 곤두박질로 끝날 수도 있다.”

 

어머니의 딸이면서도 객관적인 입장의 작가로서 바라본 한 가족안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를 다시 생각게 한다.

 

이런 표현이 그 중 하나다.

 

“그녀는 살림을 알뜰하게 살았다. 그러니까 최소한의 돈으로 가족들을 먹이고 입혔고, 미사를 보러 가면 구멍도 나지 않고 더럽지도 않은 옷을 입힌 아이들을 나란히 앉혀 놓았고, 그럼으로써 시골뜨기라는 느낌을 갖지 않고 살아가게 해주는 자존감을 추슬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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