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을 붙잡아두는 데에는 감각 경험을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우리가 보는 것을 나열한 자료는 예술이 되지 못한다. 오직 선별을 할 때에만, 선택과 생각이 적용될 때에만 사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124페이지. 

 흔히 말하듯이,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모두 희극적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중요한 외과 수술을 하는 의사를 비웃지 않는다. 그러나 수술을 끝낸 뒤 집으로 돌아가서 거만하게 의학적 은어로 부인과 딸들을 으르는 의사는 비웃을 수 있다. 우리는 지나치고 어울리지 않는 것을 비웃는다. 자신의 과대평가하는 왕, 능력이 권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왕을 비웃는다. 인간적 본성을 잊고 특권을 남용하는 높은 지위의 권력자들을 비웃는다. 

136페이지.
 

이 부분을 읽어가면서 저자의 생각과 글쓰기에서 아, 이 분의 감각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알려져있고 많은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은 길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저자의 글쓰기와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교양있는 책이다. 최근 벌어진 개그맨과 국회의원간의 고소사건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뭔가 웃어야 할 때 제대로 웃지 못하고 자신의 처지에 따라서 생각하는 바, 그렇게 밖에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밖에도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들을 저자는 글을 통해 생각할 수 있게 해준다. 심각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게 말이다. 저자의 다른 책들로의 접근을 쉽게 해준다. 공항에 가기라는 제목을 단 내용도 공감하는 바 컸다. 남자와 여자의 심리와 그 차이, 글쓰기에 대한 부분도 짧지만 글이라는 것이 어떠해야 하는 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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