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네 (양장본) - 황금이삭 1
정현종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3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러기에 상대를 통해서 나는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는게 어디 그런가. 배신과 탐욕으로 얼룩진 세상에서 나 하나 건사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유혹에 넘어가고 쓰러진다. 상대는 또 어떤가. 그런 허물이 없는 사람을 만나 살 수 있겠는가. 상처받고 아픔으로 얼룩진 삶이 바로 나 자신이다.  

당신을 통해서
모든 게 새로 태어난다, 내 사랑,
새롭지 않은 게 있느냐
여명의 자궁이여. 

(빛-꽃망울 중에서)그런 순간 속에서도 행복은 있나니,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남은 육포로 마시는 맥 주 한 병에서도 찾는다. 시인의 행복은 그러하다. 스스로 내려놓을 줄 알고 물러날 줄 아는 인간세상의 법칙을 모르고 겁나게 달려드는 사람들,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 생명을 읽어보려 한다.  

불행의 대부분은
경청할 줄 몰라서 그렇게 되는 듯.
비극의 대부분은
경청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는 듯.
아, 오늘날처럼
경청이 필요한 때는 없는 듯. 

(경청 중에서) 

가지고 나온 것 없으니 가진 것 없는 곳으로 돌아가는 길이 맞는 길이지만 그 길에서 우리는 뭐든 담고 가려 몸부림 친다. 여백이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가 좋은 것이다. 시인은 또 말한다. 사람은 자기를 벗어날 때처럼 아름다운 때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무엇으로 나를 가두어두고 불행하게 만드는 것인가를 생각게 한다.   

를 통해 참된 나를 찾는다. 견딜 수 없네를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오늘 하루를 또 만들어간다. 나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의 시 비스듬히에서 그리고 답을 찾는다. 내가 혼자 서 있지 않음을 말이다. 서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 또 내게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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