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부드러운 손 문학과지성 시인선 333
김광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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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보이는 언어로 표현한다. 더불어 너무나 쉬운 일상도 그림처럼 담아낸다. 김광규 시인의 시간의 부드러운 손은 아마 이둘을 다 포함한 시가 아닌듯 싶다. 이 시집에 실린 시중에서 정과 함께 그리움이 잔뜩 묻어 있는 시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핸드폰 가족이 아닌가 싶다.  
 

....
저 여성 강습생은 조그만 핸드폰 속에
온 가족을 넣고 다니는구나
부럽다 어리고 작아서 따뜻한 가정
...

그리고 이 시의 제목이 담겨 있는 효자손도 그렇다. 고사리 같은 손이 자라서 효자손이 되어주었는데, 어느덧 건장한 청년이 되어서 군대를 가고, 그 빈자리가 느껴지는 아버지의 마음도 그렇다.

 

사회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다. 애정어린 비판이다. 날카로움 조차 그에게는 부드러움으로 바뀌어 삶을 깨닫게 하는 힘이 있다. 공격적인 언어로 상대를 비난하기보다는 다시 나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시들이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그 깊이만큼은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몫은 우리에게 있다. 시인은 나이들어감에 따라 찾아오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다.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가느 그 즈음의 현상들을 시인의 시각으로 꼬집기도 한다.

‘우체통’과 ‘전화번호부 지우기’와 같은 시들이 그렇다. 
 

가을에 어울리는 시들이 담겨 있는 김광규 시인의 ‘시간의 부드러운 손’이 나를 부드럽게 감싸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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