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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이 참 잘넘어간다. 가볍지만 즐겁다. 그런 책이다. 단순하게 카페 창업기라고 해서 내용만 빡빡할 줄 알았는데, 그런 것보다는 사람 이야기이다. 친구 곤과의 짧은 만남에서 긴 우정으로 이어진 사연들, 그리고 결혼할 뻔하다가 못한 사연을 둘러싼 서른다섯살 즈음의 남자이야기이다. 무뚜뚝한 듯 보이지만, 속은 알찬 그런 남자의 이야기로고나 할까. 빈틈이 있을 듯도 한데, 그 나름대로 목표를 갖고 꿈을 이루어 온 것을 보면 그의 말대로 쉽지 않은 사람이다. 카페 창업자를 위한 도움말도 뒷부분에 따로 넣은 배려도 있다.
글이지만 말하는 듯 한 그런 느낌이다. 키키봉이 본인 자신인 듯 하면서도 제3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듯 한 느낌을 갖게 하는데, 자신을 좀더 다른 위치에서 바라보고 쓰고자 한 것인지 모르겠다. 저자의 삶을 보면, 같은 나이를 경험했던 나에게 그 때 나이에 저런 생각을 할수나 있었나 하는 생각이다. 치밀함도 있고, 여유도 있고, 깊이도 있고, 발랄함도 있는데, 쑥맥이 없는 듯 한데, 그건 사람 좋음으로 가려질 수 있을 거다. 그가 사람을 알기보다, 사람들의 그를 알아보고 있으니 말이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서 그간 일의 경험들과 대처방법, 나름대로 카피를 쓰는 기본자세에 대한 이야기들도 카페 창업 이야기 중간중간에 살짝 들어가 있다. 카페를 채우는 것들에 대한 소모품에서 인테리어까지 그 일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묘사 또한 작가 나름의 표현으로 잘 드러나 있다. 솔직한 면을 읽을 수 있다. 잘 포장해서 보여줄 만도 한데, 그렇지 않은 것도 좋다.
희망의 차별화를 위한 공간, 커피맛 좋은 카페 리앤키키봉에 한 번 들러보고 싶다. 그의 의지, 생각대로 담겨진 공간, 지금의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그의 책 속에서 건진 글 가운데 하나.
“숲 속에서 보이는 건 숲이 아니라 온통 나무뿐,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다면 미로의 담벼락에 올라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방법도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대부분의 카피 일들은 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면 방법은 단 하나, 정면 승부다. 제품 혹은 서비스, 장소 등 카피 쓸 대상의 본질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커피에 대해 써야 한다면 그 커피를 계속 마셔보고 포장을 뚫어지게 보면 답이 나온다. 놀이동산에 대한 카피를 쓰려면 놀이동산에 가서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
맞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