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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기욤 뮈소 지음, 전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래는 과거가 준 선물? 그럼 현재는
얼마전에 본 영화가 떠올랐다. 미 대통령 암살관련한 영화, ‘빈티지 포인트’. 암살 사건을 둘러싸고 각각 사연을 갖고 있는 인물들 8명의 시각으로 같은 사건현장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영화. 반복적으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들이 출발점에서부터 사건이 일어난 현장까지, 그렇게 함으로해서 각각의 사람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하고, 사건의 해결을 끌어낸다. 뒤에 가서 결말이 좀 싱겁게 혹은 급하게 끝나는 듯 했지만 재미있게 있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책도 영화처럼 마지막 부분에 가서 몸에 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앞서 봤던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앞으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나오지 않을까도 싶다. 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한 이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과정들을 되돌아보고, 현재로 왔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앞으로 다시 나오는 듯한 전개과정이 긴장감을 더해준다. 문장도 그렇지만 인물들의 대화도 길지가 않다보니 사건의 전개 속도도 빠르게 느껴진다. 별개의 이야기처럼 시작이 되지만 결국 이 모든 등장 인물들이 서로 관련있음을 이야기 진행 중에 곳곳에 남겨둔다.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지만 결국 이렇게 실타래 처럼 얽혀있는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것 처럼 말이다.
가끔 무서운 꿈을 꾸고나서는 아 꿈이었구나, 꿈이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에 잠을 깰때가 있다. 최면요법으로 등장인물 3명이 같은 곳에 있다가 깨어나면서 결국 소설 속 사건 사고들이 실재 일어난 듯한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다. 본문 중 앞 부분에 나오는 마크의 아내가 남긴 엽서가 최면요법으로 들어가는 것을 암시했는지 모르겠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간의 분노와 복수, 그리고 용서와 이해를 구하는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표현되며 책은 끝이 난다.
지울 수 없는 불행했던 과거가 현실의 삶을 계속 따라다니며 지배하는 것을 떼어내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실을 벗어나고자 몸부림 치지만 결국, 그 현장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어쩔 수 없는 삶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마음을 안고 말이다. ‘상처 하나 없는 사람이 누구 있으랴’는 전재로 그들의 이야기, 사연들을 끌어내고 그것들을 치료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으로도 느낄 수 있다.
처음 ‘사랑하기 때문에’, 이 제목만 봐서는 연애소설이 아닐까 했지만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한번 접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마음에 든다. 번역소설이 잘 안읽히는 편인데, 기욤 뮈소, 워낙 작가의 문체가 그런지 모르지만 그 다음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는 책이다. 책 속에서 화자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등장하는 인생의 이야기, 짧은 인용문들도 좋다.
사진이나 영화속에서만 봤던 뉴욕의 번화한 거리와 인적없는 그 거리를 여행하고 돌아온 듯 하다. 뉴욕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봄날 바람 흐르듯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