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가는 자 - 익숙함에서 탁월함으로 얽매임에서 벗어남으로
최진석 지음 / 쌤앤파커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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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철학만큼 소중한 게 있을까. 


​나는 인생을 파고드는 철학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철학자들이 내놓은 이야기들을 보면 도통 이해가 잘 안된다. 그건 내 머리를 탓할 일이다. 그들의 말이 어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해력이 부족한 나 자신 때문이리라. 그래서 나 같은 이에게는 좀 더 쉽게 알아먹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최진석 교수는 그런 면에서 대중이 조금은 알아먹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학문적인 접근도 필요하지만, 대중적인 참여와 관심을 위해 수준을 조금 내려 이야기해 주는 분도 필요하다. 이건 순전히 내 사견이다. 


​여하튼, 이 번에 최진석 교수가 쓴 <건너가는 자>는 이해가 쉬운가. 다소 좀 어려운 부분도 있다. 워낙 저자의 학문 연구 폭이 깊은 탓이 아닌가. 그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원본 자체는 어떤가. 반야심경은 이해하기 쉬운 가. 그렇지는 않다. 불교 신자들은 그럼 좀 난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물질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 사람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걸 우리는 관점이라고 부른다. 관점에 따라서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럼 관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살아온 삶의 내력일 수도 있고, 조상으로부터 받은 유전자의 힘에 의할 수도 있다. 따로따로 받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서 우리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한 운전자가 내 차 뒤에서 경적을 울릴 때 뭐 저런 인간이 있나 싶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돌렸다. 앞에 상황이 어떠한지를 모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그것으로 인해 내 마음에 스크래치가 일어나서 되겠는가. 내 앞 차가 움직이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런 소소한 일부터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원인은? 탐욕이다. 욕심에서 비롯된 싸움이 결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멈출 수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내가 붙들고 씨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 최진석은 여기에서 고삐를 이야기한다. 남들이 하는 것들에는 관심을 두면서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SNS는 어떤 것인가. 내 삶보다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얼마나 쓰고 있는가. 타인의 삶을 지켜만 보는 일은 게으른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타인의 삶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내 삶의 소중함을 알라는 것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한 쪽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걷고 건너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알려고 몸부림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근본적인 의미에서 문화적 존재라면, 인간은 건너가는 자로 태어난 것이 확실합니다. 인간은 건너가도록 태어난 존재이므로, 깨달음이란 결국 자기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는지를 각성하고, 그대로 살 수 있는 용기를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_116쪽, <건너가는 자> 중에서


​저자는 이 책을 반야심경에서 시작해서 다른 불교 경전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불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것과 연관된 철학들을 줄기로 이어간다. 매 이야기마다 저자의 경험과 다른 이야기들을 사례로 해서 본래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독자가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다만, 저자는 자신이 책에 쓴 것처럼 독자로 하여금 이렇게 해석하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스펙에 대해서 강조하고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모르겠다. 이력서에 몇 줄 더 채워놓기 위해 얻는 일, 지식이 주인이 되지 않고 지혜가 인생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는 삶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새로운 것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습과 낡음을 버려야 가능하다. 그것이 있는 상태로는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겠나. 


​더 나아가기 위해 오늘 무거움을 내려놓아야 한다. 멈추라고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아가기 위해 걸으라고 하는 것이다. 굳기 위함이 아니라 더 유연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고....... 이 반복의 과정이 자유이고 행복이며 또 건너가기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반복이 우리를 깨달음과 자유의 경지로 이끌어줍니다. 과정 없이 결과만 바라거나,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이해한 채로는 결코 그 경지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복은 백척간두진일보한다는 마음으로 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202쪽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나이지만, 사실 어떻게 보면 수만 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보이는 세상,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듯이 말이다. 내 마음속 세상 말이다. 이제 마음속에 일들이 스크린으로 보이는 세상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러하듯 단계 단계 있는 불교에서는 단계 단계 있는 삶의 구조들을 경전 속에 하나하나 담았다. 


좁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내가 보는 게 전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 크게 넓게 본다면 어떻겠는가. 상공에서 나를 내려다본다면 내가 보지 못하는 나의 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하나 더 갖기 위해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타인의 것을 가져오고 위해서 눈치 싸움을 해야 한다. 그것 말고 다른 것은 없겠는가.


​나라는 감옥에 나를 가두지 않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고 있어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극 아집이다. 나만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이고 확신이다. 나에서 벗어나 좀 더 넓게 나를 볼 때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건너가는 자>는 막연히 불교를 종교로만 볼 것이 아니라 철학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책이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은 '인간의 소명을 닫고, 세상의 진실을 마주한다', 2장은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니, 반야의 지혜를 딛고 저쪽으로 건너간다', 3장은 '더 채우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정확히 보기 위해 상을 짓지 않는다', 4장은 뒤집힌 생각을 바로잡아, 가장 탁월한 길을 선택한다', 5장은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고통의 바다를 건너갈 뿐이다'로는 제목 속에서 반야심경의 내용을 전한다.


그럼, 이제 불교 경전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전으로 왜 반야심경을 꼽는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자. 건너가는 자로서의 삶을 살아보자.'바라밀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새삼 알게 되었다.


​"건너가는 것 자체, 여기서 저기로 건너가는 것이 바라밀다라면, 도피안의 도 역시 동사적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멈추지 않고 지속하는 건너가기 자체를 바라밀다라고 합니다. 저는 건너가는 해위 자체가 바라밀다이지,이상적인 어느 경지로 건너간 결과나 상태가 바라밀다는 아닐것이라고 봅니다."-111쪽,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고....... 이 반복의 과정이 자유이고 행복이며 또 건너가기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반복이 우리를 깨달음과 자유의 경지로 이끌어줍니다. 과정 없이 결과만 바라거나, 과정을 건너뛰고 결과만 이해한 채로는 결코 그 경지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반복은 백척간두진일보한다는 마음으로 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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