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의 격 - 일류 카피라이터의 31가지 카피 수업
사카모토 와카 지음, 이미정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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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개인적으로 마음 회복을 위한 31가지 방법을 책으로 내보려고 했다. 가제본까지 했다. 그렇지만 다 아는 이야기, 다시 또 쓸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잘못된 표현이나, 어색한 문장을 골라내는 일은 즐겁다. 새로 다듬으면서 좋은 문장을 찾기도 한다. 뜻하지 않은 발견이 즐겁게 다가온다. 그렇게 글쓰기는 뭔가 삶을 채워지는 느낌을 전한다. 누가 대신 전해주지 못하는 나만의 감정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글, 좋은 문장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잘나 보이게 하고 싶은 것보다는 읽히는 글, 기억에 남는 글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카피의 격>이라는 책을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일류 카피라이터의 31가지 카피 수업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 이류도 아니고 일류 카피라이터라고 하는 분의 책이란다. 나도 카피를 썼지만 사실 기억에 남을만한 문장이 얼마나 되나 싶다. 상대가 기억해 주고, 클라이언트가 잘 됐다고 해줄 만한 카피가 말이다. 


광고주는 카피도 중요하게 보지만, 사실 디자인과 자신들이 내세우는 세일즈 문구가 더 잘 보이길 원한다. 광고주의 그런 욕구를 채워주는 게 카피라이터의 일이다. 거기에 뭐 다른 문구를 넣을 겨를이 없다. 광고제에 등장하는 멋진 화면 속 카피 한 줄을 만드는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 온전히 카피라이터의 힘이 보이는 광고 말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행운은 아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다. 그렇게 빛나는 카피도 있지만, 생활 속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카피도 얼마나 많은가. 


인터넷 쇼핑몰이나 포털 사이트에 이벤트 배너를 통해 몇 시간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카피도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것을 쓰기보다는 기억에 남을 만한 카피를 쓰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게 무엇일까. 바로 우리 자신이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알리는 일이다. 어떤 카피보다 나를 알리는 카피가 없다는 게 문제다. 내 글이, 내 삶이 증거인데 뭐가 더 필요할까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기억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를 생각해 보자. 그의 표정, 그의 말투, 그가 자주 사용하는 말 등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다. 어떤 것이 그를 떠올리게 하는가. 


거기에서 출발점을 삼아, 나를 위한 나만의 카피를 만들어보자. 


일본 고토리사 대표로 있는 사카모토 와카가 쓴 <카피의 격>은 바로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방법을 찾아가는 카피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카피를 만든다면 다른 것들은 뭐가 두려울 게 있나.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다. 내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놓고 보자.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사람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문장, 단어들을 떠올려보자. 이 책에는 그렇게 카피를 써볼 수 있는 연습장이 따로 뒤에 마련되어 있다. ​


캐치 카피를 잘 쓰려면 생각 90, 기술 10으로 만드는 진실한 한마디가 필요하다.


저자의 주요 작업 카피는 '몸에 피스', '가자 동북으로', '건강에 아이디어를 더하다' 등이 있다.


더 필요하다. '죽이는 한 줄', 나를 알리는 명확한 한 줄이 필요하다. 길다고 해서 다 좋은 게 아니다. 짧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다만 기억될 수 있는 날카로운 한 줄이 필요하다. 카카오톡 프로필 메시지에 기분 상태를 남기지만, 거기에 인생을 두고 걸만한 한 줄을 담아보는 것이다. 그냥 방치하지 않고 누가 볼까나 싶지만, 들여다볼 때, 아하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말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개인을 알리기 위한 브랜딩 글쓰기 방법을 담은 게 아니다. 기업의 상품이나 기관의 홍보를 위한 카피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도 빼놓지 않고 집중해서 알려준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할 때, 어떤 점이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는지 그 포인을 잡아야 한다. 그 한 줄이 매출을 좌우한다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깊이 있게 사물이나 광고를 해야 할 대상을 살펴봐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저자의 여러 이야기 중에서 '공명'이라는 말에 눈길이 갔다. 나 잘났다고 떠는 게 아니라, 바로 상대로 더 생각하는 것이 바로 공명이다. 


"그래서 더더욱 '공명'이 중요하다. 공명은 결국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을 응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동의하는 것이 공명이다. 다만 이때 좋고 나쁨의 기준은 세상이 아니라 발신자에게 있다"-72쪽 중에서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쏠리는 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부정적인 말을 긍정의 말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자. 나를 위한 것에서 벗어나 상대를 위한 것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저자는 카피를 쓰면서도 자신으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니라 광고의 대상이 되는 동물이나 그 사물 속으로 자신을 투영시켰다. 내가 그 음료라면 어떨까 하고 그 음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와우, 그렇게까지 한다고? 그렇다 그렇게 했다. 영상 앵글이 아이 레벨이 아니라 버드즈 뷰 앵글이면 어떤가. 다른 앵글이 다른 관점을 준다.


그럼 탁월한, 죽이는 한 문장은 어떻게 만들까.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탁월한 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수적이다. 뇌 안에서 영상화하여 사람들(자신도 포함)을 배치시키고 움직여야 한다. 처음에는 자신이 추체가 되어 생각한 다음, 상품을 받는 상대방이 되어본다. 그리고 그 가족이나 연인 등 상상 속 주인공은 무수히 많으므로 계속해서 주체를 바꾼다. 다양한 시점이 확보되면 동시에 의문점도 떠오르기 시작한다."-58쪽 중에서


내게는 이런 상상력이 존재하는가.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뤄졌다. 책 뒤에는 '탁월한 한마디를 위한 데일리 연습 노트'가 실려 있다. 전반적으로는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카피라이팅 수업과 같은 분위기이지만 그 안에는 자신이 해온 일과 카피라이팅 사례들을 통해 기업 홍보와 제품광고 카피 전략을 짜기 위한 기본 태도를 논한다. 관점의 변화, 공명의 태도, 본질에 대한 접근력 등 몇 가지 주요 전략들이 들어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하지만, 결국 실천력에서 승패가 갈라진다고 본다. 


유튜브 썸네일을 만들거나 혹은 채널명을 설정할 때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가, 또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인식되길 바라는지 그 지점을 잘 찾아보는 게 필요하다. 그런 고민이 필요한 분들에게 가장 적합한 책이다. 다른 사람들의 채널명을 한 번 살펴보고, 그들이 거기에 맞는 콘텐츠들을 쌓아가고 있는지, 전혀 다른 내용인지. 구독자 수와 채널명을 한 번 살펴보고 이 책을 들여다보면 크게 확 와닿는 지점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 건진 문장을 하나 더 소개해 본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들을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표현력을 갈고 닦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배려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그게 무슨 요령이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의외로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 왜 배려하는 힘이 표현을 좋게 만들까. 상상력을 지탱하는 것은 배려하는 마음이며, 멀리 생각하는 것은 상상하기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사람, 잘나가는 비즈니스의 본질은 상대를 살피는 문화와 관계가 있는 것 같다."-134쪽 중에서


뭔가 막 보태려고 애쓰기보다는 힘을 빼고 들여다보는 노력이 좋은 카피를 쓰는 길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순수함이 살아나도록 힘을 써볼 일이다. 


덧붙이는 한마디. 그리고, 곧 '자기소개서를 PPT로 만들어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해야 하는데 진작에 이 책을 봤더라면 좀 더 생각 좀 더 해봤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탁월한 한마디가 빠졌다. 그러나 아직 기회가 남아 있는 분들이라면 탁월한 한마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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