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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라는 환상 - 인간성을 외면한 물질주의 사회의 모순과 치유
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4년 3월
평점 :
몸에 이상이 있다고 느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는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통증이 있어 신경이 쓰이지만, 별다른 처방이 없다.
어디서 그런 걸까. 의사가 뭘 알고는 그러는 건지.
이렇게 알 수 없는, 혹은 그렇게 통증이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잠깐 그렇게 아프다가 다시 멀쩡하다.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 걸까.
"최근에 새로 알게 된 게 있으니 내가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도 힘을 냈으면 좋겠다. 그건 비난이나 죄의식을 치유하고, 자기 비난이 아니라 독특함으로, 수치심이 아니라 '반응 능력'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다." -133쪽, <정상이라는 환상> 중에서
이 책 속에서 말한 것 중에 인상적인 것은 유전적인 요소가 우리를 지배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유전적 요소는 환경에 의해 발현된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병이라든가 기질이 유전적으로 타고난다고 봤는데 그 생각과 다른 주장을 하는 점이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부터 높다. 살기는 좋아지고 먹을 것도 많은 세상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병원은 환자들로 넘쳐난다. 너무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라고들 한다. 이전에 없던 병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질환으로 등록된다. 분류되지 못하는 병은 또 얼마나 될까.
인간성을 외면한 물질주의 사회의 모순과 치유라는 부제를 단 <정상이라는 환상>을 쓴 가보 마테와 대니얼 마테는 우리들에게 단순히 외적으로 혹은 내적으로 존재하는 병 이외에 정신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이 수없이 많다는 점을 인식시켜준다. 대표적인 것이 트라우마이다. 사건 사고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뿐 아니라 그런 사고를 당한 피해자의 가족들은 어떤가. 겉으로는 멀쩡해도 맨 정신을 갖고 살기 힘들다.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해야만 하는 고통, 스트레스는 또 얼마나 큰가.
5부 33장으로 이루어진 책 속에는 정말 중요한 화제들이 많다.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마치 주치의의 상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받는다. 병이 단순히 외적인 외상에 의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언급한다.
좋은 옷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가는 재료들을 한 번 보자. 그 안에 있는 것이 모두 인체에 무해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 몸에 찾아오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매 장에서 묻는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부모가 건강한 상태에서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가 그런 환경을 뒷받침해 줘야 하고 국가가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게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의 뇌를 화학물질로 변화시키기 전에 아이들이 성장하는 환경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 그 환경은 계속 변화하면서 점점 더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있다. 어떤 질병의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어린이를 만나면 나는 우선 가정의 분위기를 조사해서 부모들이 자신도 므르는 사이에 아이들에게 물려준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298쪽
이러한 문장을 보면서 이 책은 결국 첫 단추에 대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의 시작이 어디에 있는가를 묻고 있다. 결국 우리가 사는 환경이 우리 병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의료재정을 투여하고 있다. 사후적인 조치보다는 사전적인 예방을 위한다면 돈을 어디에 더 써야 할지 분명하다. 이 책 13장에서는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대해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를 말이다.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그게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인 것처럼 우리 삶을 지배하려고 하고 있는 이때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인종과 지역, 문화에 따라서 달라지는 정신건강을 우리는 어떻게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비정상적인 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리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26장에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4개의 A를 이야기한다. 진정성(Authenticity), 주체성(Agency), 분노(Anger), 인정(Acceptance)이다. 이는 우리 삶에 활력을 주는 것이다.
현실이 주는 곤란한 상황을 인정하고 내 삶에 놓인 것들을 제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두꺼운 책이지만, 결국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그 조건을 채우기 위해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알 수 없는 고통,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분들의 삶에 대해서도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