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닥치기의 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승리하는 법
댄 라이언스 지음, 서은경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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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으로 가장 큰 입 닥치기 실패는 중학교 영어 수업 시간이 아닐까 싶다. 영어 선생님이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그날은 만우절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야부리 데이"라는 말이흘러 나왔다.

듣고 말면 될텐데 그 말을 내가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뭐라고 하냐는 선생님 말씀에 야부리 데이라고 말을 했다. 나 말고도 더 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말이 크게 들렸나 보다. 그렇게 말한 사람들 나오라고 해서 서 너 명이 같이 나가서 엎드려뻗쳐를 '실시'했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 때 그런 때가 있었다.

선생님이 원한 답은, "에이프릴 풀스 데이"였을 터이지만 그때 그것을 알 리가 있었을까.

혼자서 답을 못해도 남들이 같이 떠들고 말을 하면 그때 한 입을 더 보태서 일을 만든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근질근질 한 거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는 뭐, 못할 게 뭐 있어"

이걸 용기라고 해야 하나? 바보스러운 행동이다. 가끔 이때 일이 떠오른다. 부화뇌동이라고 하면 맞을까.

다른 이야기 하나는, 후배 중에서 한 친구가 한두 시간 같이 만나면 거의 대화의 80%를 점유한다는 사실이다. 말을 자르기도 어렵다. 그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귀에 피 난다"라는 이야기까지 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여하튼, 대화라는 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일 텐데 그게 이 후배를 만나면 돼질 않는다. 상대 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본인도 느끼는 바다. 조용히 해야지, 입을 다물어야지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댄 라이언스의 <입 닥치기의 힘>이라는 책은 그래서 끌렸다. 나의 이야기와 후배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다. 내가 아는 이야기일까.

대화가 중간에 멈추는 것에 대해 불안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색한 공백을 뭔가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말이나 꺼내기도 했다. 침묵은 왜 안되는가? 저자는 침묵이 더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기운을 넘치게 하며 창의력을 샘솟게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소셜 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왜 입 닥치기"가 필요한지를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가 가능하면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는 "말을 잠시 멈추고 기다리는 힘을 터득하라"라고 조언한다. 세 째는 소셜 미디어를 끊으라라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끊지? 네 째는 침묵을 추구하라는 것이고 다섯 째는 귀 기울여 듣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아니 이게 왜 필요한 거야? 누구나 말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 한다. 소셜미디어는 운동장이다. 다양한 종목들의 경기가 펼쳐지는 필드이다. 사람들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그렇게 하고 나면 하루가 어떤가. 에너지를 받는가? 아님 에너지를 잃은 느낌인가.

저자는 시끄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로 '입 닥치기'를 제시한다. 입 닥치기의 힘(The Power of Keeping Your Mouth)은 한국어로 조금 과한 제목이다 싶기도 하다. 입 다물기는 조금 약했을까. 여하튼 많은 스피커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과 영상을 보면 하루를 소비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나를 지킬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저자의 해결책을 들여다보자. 다소 좀 뻔한 이야기 아닌가 싶지만, 과도하게 소셜미디어에 몰입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루라도 접속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지만, 그것을 몰라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떨까.

정보라고 생각했던 것이 어떻게 보면 쓰레기가 된다. 끊임없이 링크가 쏟아지고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는 영상 속에서 헤어 나오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나를 쉬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저자는 우리는 말이 너무 많고 많은 세상에서 살아간다고 진단했다.

직장에서나 집에서나, 공개된 자리에서 서 말하고 싶을 때, 침묵을 해보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잔소리보다는 오히려 침묵이 도움이 될 수가 있다. 운동장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능동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하는 게 유능한 감독이다.

"당신은 아이의 코치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답을 알려주려고 하지 말고 질문하자.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성공할 수 있게 자기만의 기술을 익히도록 도와야 한다."

회의 자리나 발표장에서 보면 말을 하고 싶지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올 때가 있다.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는 꼭 필요한 말은 해야지 싶지만, 잘 안된다. 어떤 때는 용기 내 한 말도 괜하게 말했나 싶을 때도 있다. 장소나 시간에 따라서 말을 구분 짓는 것이 중요하다.

토론장이나 공개된 자리에서 말실수를 하는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공공기관의 리더들이나 기업의 대표들은 어떤가. 말을 하고 싶을 때, 오히려 참았다면 화를 불러오지 않았을 일을 크게 키운다.

책 속에는 저널리스트 작가답게 다양한 분야의 사례들이 등장한다. 정치인들의 사례도 그렇고 영화 속에서 찾은 침묵의 힘도 그렇다. 말을 하는 것 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말을 하는 것보다 힘이 셀 때가 있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듣는 힘이 결국 말하기의 힘을 능가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내 안에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풀기 위해 밖으로 나가고 소셜 미디어 속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고 나면 잠시는 마음이 괜찮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 휴식과 쉼이다. 그것이 더 멀리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말하고 싶어 하는 입을 조금 다물게 하자.

가을에는 말하기보다는 침묵하는 시간을 갖기에도 좋다.

성경 속에서 인생 지혜로 삼을 만한 구절이 있다. 잠언서 21장 23절에 있는 말이다.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리라" 시끄러운 세상에서 마음의 평안을 위해 좀 더 노력하며 살 일이다. 때가 길지는 않으니 말이다. 같은 성경 다른 장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17장 28절에 있는 내용은, 입 다물고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내용이다. "미련한 자라도 잠잠하면 지혜로운 자로 여겨지고 그의 입술을 닫으면 슬기로운 자로 여겨지느니라."

입 닥치기는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보다 효율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풀어낸 것이 <입 닥치기의 힘>이다.

"입 닥치기의 목표는 다른 사람들과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 말은 사람들의 말을 중간에 자르는 걸 그만두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자 상대방의 말을 끊고 싶거나 당장 끊어야 할 때 예의 바르게 끊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기도 하다."-135쪽

좋은 대화를 위해 필요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자연을 통한 방법, 명상, 침묵하는 시간 갖기 등등 여러 다양한 방법이 제시된다. 말을 잘 하는 것만큼이나 말을 줄이고 입을 닥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이 잘못한 것을 지적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내가 잘못한 것처럼 이야기할 때다. 그때 한 마디 하고 케이오 펀치를 날리고 싶지 않은가.

그때는?

입 닥치기!

왜?

"입 닥치면 얻을 수 있는 진짜 강력한 힘은 당신에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를 도와준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더 행복하게 지내도록 도움을 준다. 입 닥치고 지내면 살아가며 만나는 모든 사람과 더 건전하고 굳건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216쪽

부부간이나 부모 자식 간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어디서나 입 닥치기. 우리의 뇌는 지루해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이 더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가 지루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 알고리즘을 얼마나 돌리고 있는가.

말을 적게 할수록 더 불가사의한 존재가 되고, 입 닥친다는 말은 말을 더 적게 해서 더 많이 얻고자 하는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

그의 주장을 더 들어보자.

뇌의 휴식이 필요한 지금 읽어야 할 책, <입 닥치기의 힘>은 388쪽의 책으로 저널리스트 출신의 댄 라이언스가 자신의 입방정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을 보고 충격받아쓴 것이라고 한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됐다. 나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 대화방식, 인간관계에 대해서 폭넓게 진단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 다양한 입 닥치기 힘 스티커는 선물이다. 눈에 띄는 곳에 붙여 말하고 싶을 때, 입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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