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이야기 - 자연에게 배운, 영원히 지켜내야 할 것들
이본 쉬나드 지음, 추선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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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습한 여름, 저녁 모임 갖기도 어려운 시기, 파타고니아 속에서 겨울 등반을 한다. 잠들기 전 더위를 물리기 위해 한 페이지마다 담긴 사진으로 아찔함과 시원함을 맛본다. 파타고니아를 세운 이본 쉬나드의 암벽등반 이야기 속에서 그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를 읽는다. 기업가치 탄생의 배경을 편안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짧은 문장 하나하나는 암벽을 오르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다. 


모험은 나에게 환경 운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모험을 하면서 자연세계가 없었다면 놓치고 말았을 장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진정한 가치를 지닌 보물은 지구와 태양에서 온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30쪽


국내의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한 후배는 지금 중국에서 혼자 일하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한 후 본사가 있는 중국으로 혼자 나가서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은 아니고 회사 결정에 따라 움직이기는 했지만, 새삼 그는 인생은 짧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러면서 그는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반항아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길 촉구했다. 


마음은 늘 그렇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몸.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는 그런 마음을 다시 흔든다. 친구들과 등반을 하고 암벽에 오르면서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긴 이본 쉬나드. 그는 그러한 자연 속에서 얻은 삶의 가치를 자신이 세운 회사에 그대로 가져다 놓는다. 인간이 망치고 있는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느낀 그는 파타고니아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흔든다. 따라오게 하고 움직이게 만든다. 그의 진실성이 브랜드에 담겼다. 


이본 쉬나드는 자연에서 받은 것들을 자연에 되돌려 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고, 불필요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기업을 환경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을 구상하는 데 영감을 주고, 해결책을 실행하는 도구로 활용한다"라는 내용으로 회사 임무도 정했다.


이 책 전반부에서는 암벽 등반 위주라고 하면 후반부에서는 서핑과 바당,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자연 속 인간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도시에 갇힌 답답한 삶을 향한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는 시원하다. 가까이서 그의 삶과 함께 하는 친구들의 모습도 정겹게 느껴진다. 여행을 하고 삶을 의지하며 대화하는 친구가 나에게는 얼마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더그는 인격이 형성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진다고 했다. 무언가에 감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돌보고 보호하고 싶어지는 법이다.-167쪽


​한 번뿐인 인생, 구속받는 삶도 구속하는 삶도 아닌 오직 자신의 호기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즐긴 사람, 이본 쉬나다의 모험은 끊임이 없다. 호기심을 충족하는 삶 속에서 행복을 추구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우리는 어디를 향해 삶의 길을 걷고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다른 이의 삶 속에서 배울 것이 있다면 마땅히 가져와 볼 일이다. 


더그 톰킨스와 나는 항상 모험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모험에는 항상 위험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선한 싸움에 나서거나 뜻밖의 기쁨을 누릴 기회를 얻으려면 일부러 문을 조금 열어두어야 할 때도 있다. 우리 두 사람은 인생을 사랑했다. 죽음을 무릅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443쪽


"사람은 유전적 기질을 타고나고 유년기의 경험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들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큰 변화는 열정을 쏟는 활동에 깊이 관여하게 된 후에 찾아온단다. 매사냥, 강해형 무지개송어 낚시, 서핑, 그 밖의 모든 기예들이 네 성격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해."-416쪽


딸과 함께 자연에서 보낸 시간들, 그 시간들이 인생을 만든다는 이본 쉬나드의 이야기에 충분히 공감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인생을 결정하고 방향을 만들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부모다. 부모와 자녀가 얼마나 어떤 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삶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깊은 부모 사랑을 느낀다. 자신을 갖게 만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며, 어떤 것들을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생각해 보도록 한다. 


580여 쪽이 넘는 파타고니아 이야기는 자연을 접하며 사는 순간 마주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독자를 서늘하게도 하고 시원하게도 만든다. 색다른 정보도 얻을 수 있도록 만들고, 코로나시대에 가보지 못하는 나라들을 만나게도 하고, 공항 탑승구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갖게도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자연을 벗어나 살 수 없음을 생각하게 하고, 더불어 자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 속에 새기도록 조용히 이끈다. 


모든 기술 진보에는 단점이 따른다. 기술 덕분에 가능해진 일이라고는 더 많은 인간이 지구에 살게 되었다는 것뿐이다. 모든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따라서 자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21쪽


이본 쉬나드는 그의 모험과 여행 속에서 변해가는 자연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날씨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일깨워주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막힌 것은 열려야 한다. 문이 있어야 나갈 곳이 있다. 문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물을 가두고 생명을 가두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한편 자연에 가까운 생활을 영위하면서 검증된 삶을 주도하고 세계에 도사리고 있는 불의와 부정의에 대해 증언하며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이와 같은 악에 맞서 싸움으로써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아끼는 것을 보호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와 같은 행동은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이다.-278쪽


제약 조건이 있으면 창의성이 발휘되기 마련이다. 무려 1년 동안 피전트 테일과 파트리지 플라이 훅만 사용하여 낚시를 해보니 심플 브라운 플라이 훅을 이용하는 낚시 기법에 대한 지식이 풍부해졌고 물고기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그 과정에서 더 단순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삶의 질이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오히려 단순함이야말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낚시 비결이자 삶을 더 책임감 있게 만드는 비결이다.-479쪽


그간 여러 곳에 실린 글들을 전체적으로 묶은 이 책에는 물론 미발간 된 글도 담겨있다. 마지막 부분은 결국 인류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된다는 메시지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인공부화된 생명이 야생성을가질 수 있다. 치어를 바다로 내보내지만 살아오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단순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파타고니아는 더 이상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 한 번 생산한 의류가 계속 사용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한다. 파타고니아는 리스판서블 컴퍼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의 파타고니아의 모습을 떠올린다. 파타고니아가 하는 일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이윤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288쪽


파타고니아는 이제 독자에게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를 믇는다. 우리가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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