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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 - 소모적인 인간관계에서 해방되는 21일 프로젝트
마리옹 블리크 지음, 조민영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한 유튜브 영상을 봤다. 지나영 교수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영상이었다. 내용인즉, 체력 배터리가 10%밖에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내가 그런 상황과 마주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간 살아온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서 산 것이 너무 후회스러울 것 같다.
좀 더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있을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는 있는가. 일에 대해서 그렇다면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가. 만나고 싶지 않은, 혹은 대화하고 싶지 않은, 그러나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가.
만나면 그냥 편안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불편한 사람도 있다. 정작 나는 어떤가. 상대가 생각할 때 나는 편안한 사람인가. 그렇게 상대나 나나,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한다면 안 만나면 되지 않나. 관계를 끊는다면 어떤가. 무슨 일이 일어날까.
마리옹 블리크의 <나는 독이 되는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는 관계를 끝내는 기술에 관한 책이다. 상대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도 쉬운 것은 나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렇다면 우선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다.
이 책은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성격 혹은 성품을 갖고 있는가를 따져본다. 사람 사이의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구라도 처음 보는 사람과 친밀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상대의 유형을 파악함으로 해서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 상대가 하는 행동에서 마음이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자신의 행동 유형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 대응을 하면 된다.
이 책은 나에게 부모의 자녀 양육 태도가 인생 태도를 결정한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줬다. 사람들 속에서 유난히 밝고 대화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왜 그런 건지 생각해 봤는가. 부모의 삶이 자녀의 성격을 결정한다. 불안한 증세를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이 아이의 잘못 만이 아니다. 그런 습성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저자는 그 지점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안정형, 혼돈형, 회피형의 특성을 나열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이렇게 하루하루 한 유형씩을 살펴보고 대응전략을 짠다. 21일간의 마음 여행이다. 갈등이 일어나는 원인을 사람의 유형에서 찾는다.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갈등을 해결하고 안정적인 대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맞지 않는다면 굳이 만날 필요가 없다. 선 긋기로 정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임어당은 이렇게 말했다. 삶의 지혜라는 것은 불필요한 것들을 줄이는 데 있다고 했다. 버리는 데 있다고 했다. 없어도 되는 것들을 꾸역꾸역 챙겨, 쓸데없이 끌어안고 살고 있지 않나. 사람 관계는 어떤가. 그도 다르지 않다. 유형에 따라 감정을 통제하고 몸에 독이 되는 것들을 줄여나간다면 좀 더 건강한 내 몸과 정신을 만들 수 있다. 독성을 빼내면 몸에 활기가 돈다.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다면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을 돌아보자. 부모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를 말이다. 어떻게 길러졌는지 질문해보자. 이 책은 3부로 구성됐으며 모두 21일 차에 걸쳐 인간 유형을 기반으로 독성을 빼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방법, 문제 발생 조건과 전략적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 유형에 대한 분류와 일자별 진단할 수 있는 질문은 복잡한 관계를 단순하게 펼쳐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좋은 감정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적이다. 다른 사람과 자신의 감정을 섞지 말라고 조언한다. 둘째는 상대의 감정에 나의 좋지 않은 감정을 던지지 말라는 것이다. 불똥이 엉뚱한 사람한테 튈 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흥분하지 않으며, 현재 일어나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마지막으로 권한다.
편안한 호흡을 잃지 말아야 한다.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상대의 기분까지 나쁘게 할 일이 있나.
"자기도 모르게 신체적, 감정적 느낌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면 자신에게 집중하라. 심호흡하라. 몸의 긴장을 풀어라(때로는 몸을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과 땅의 기운을 느껴라. 당신이 피하려고 하는 이 감정의 파도를 당신 안에서 순환시켜라.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라."-260쪽 중에서
이 책은 각자의 감정을 하루하루 점검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일 별로 테스트할 수 있는 지면도 들어 있다. 선을 긋고 유연한 태도를 살자. 공격적 성격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사회와 조직 생활을 위한 조언이기도 하지만 특히 가정 내 가족 간 관계 형성이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관계를 끝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좋지 않은 것들을 끝내지만, 좋은 것들을 더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상대는 적이 아니라, 아군으로 받아들일 것을 조언한다. 싫은 것들에 대해 싫다고 분명히 말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니라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관계를 위한 '출발 지침서'를 통해 피곤한 관계를 유쾌하게 만들어보자. 그게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