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다니엘 브라이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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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가져온 새로운 물결은 '온라인'이다. 원격 수업과 재택근무가 대세인 가운데 유튜브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를 예견했는지 모르겠다. 유튜브는 오랜 시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동영상에 물들였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새로운 콘텐츠 플랫폼이 쏟아졌다. 다국적 기업의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유튜브 동영상에 물들었다. 생활과 동영상은 별개가 아니다. 한 몸처럼 움직인다. 


국경을 넘는 유튜브 플랫폼은 사람들을 말 그대로 빨아들였다. 유튜브는 매일 평범한 시민들을 스타로 만든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들이 밀집된 공간에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알고리즘 논쟁이 끊임없지만 유튜버를 꿈꾸고 있는 이나 유튜버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며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돈을 벌기 위해서 유튜버를 한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모든 일은 즐겁지 않으면 견디기 어렵다. 즐거움을 통해 삶의 활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 더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 삶 속에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조금 더 옆을 바라보고 산다면 어떨까. 


앞으로 나가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옆으로 가며 사람들을 돌아보는 '대한 외국인'이 있다. 다니엘 브라이트는 구독자 27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의 영상 속으로 몰리게 했는가. 다니엘 브라이트는 유튜브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혹은 놓치고 사는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도록 한다. 무시하거나 혹은 가볍게 넘긴 것들을 보며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새로운 것들을 찾도록 욕망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이전의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한다.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는 그가 한국과 영국을 오고 가며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그는 영상을 통해 보여주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나눈다. 음식은 소통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나 혹은 오래된 사람이라도 음식 앞에서는 마음을 놓게 한다. 단앨조엘 채널은 그냥 영상을 찍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을 알고 싶고 한국 음식에 대한 애정을 갖고 접근한다. 음식 한 그릇을 놓고 삶의 이야기를 짚어본다.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와 한 끼 점심을 나누며 서른 살의 청년이 여든 할머니의 이야기를 묻는다. 조심스럽게 한 마디 한 마디 이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평범하게 하루를 사는 분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기다려 듣는 모습도 좋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인생을 묻는다. 나는 낯선 사람에게, 이웃에게 그렇게 밥 한 끼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사는가 돌아보게 한다. 


"나는 이런 한국을, 이런 한국의 맛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따뜻하고 매력적인 한국 할머니와 대화하며, 이렇게 맛있는 차돌박이 된장국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41쪽


이 책은 4개의 섹션으로 이뤄졌다. 음식과 사람,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니엘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역사 교과서다. 이 책을 보면서 단앤조엘 영상을 돌아봤다. 댓글은 칭찬 일색이다. 외국인의 '예의 바름'에 대한 이야기다. 


마포구 주민으로서 동네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국을 알아갔다. 다니엘은 이번 책을 통해 그가 영상을 그냥 찍는데 목적을 두지 않고 '진짜 알고 싶은 한국'이라는 느낌을 전한다. 우리가 어떻게 보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다시 보도록 한다. 


"형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형의 사진이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이유가 형의 겸손한 마음이 잘 담겨 있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 말대로 어떤 일을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자기 혼자서는 모든 걸 다 이루어낼 수 없다. 반드시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람은 절대 혼자 행복할 수 없다."-154쪽


사연 없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니엘은 그렇게 사람들을 영상 앞에 불러 모아 질문을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통해 인생을 배운다. 다니엘에게는 배우고 싶은 태도가 먼저다. 이 책은 단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싶은 혹은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획을 하고 촬영해야 하는지 기본적인 가이드를 시나브로 전한다. 보는 것은 쉽지만 단 몇 분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게 됐다. 그냥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가 정말 그 사람만의 에피소드나 스토리라면 듣는 사람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나에게는 이런 과정이 소설책을 읽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엘이 사람이라는 존재에 관심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력을 활발하게 작동시키는 소설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의미 있는 활동이다."-212쪽


다니엘은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를 통해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삶의 무대, 용강동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누구와 따뜻한 된장국 한 그릇 나눌까. 코로나19로 멀어진 사람들의 간격을 조금 더 붙잡아 주는 책이다. 


나는 오늘 얼마나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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