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차별과 배제, 혐오의 시대를 살아내기 위하여
악셀 하케 지음, 장윤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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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힘든 세상, 미국은 그 와중에 한 흑인 시민의 죽음으로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숨을 쉴 수 없다는 사람의 말에 경찰은 왜 귀 기울이지 않고 8분 여가 넘는 시간 동안 목을 조르고 있었을까. 어떤 잘못을 했길래 그토록 이미 숨이 넘어간 상황에서까지 조르던 발을 떼지 않았던 걸까. 


<하케 씨의 맛있는 가족 일기>를 쓴 악셀 하케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의 책이 2017년에 출간되고 국내 번역본이 쌤앤파커스에서 나왔다. 그간의 책이 좀 유쾌한 내용이었다면 책 제목이 이전과 다르게 무겁다. 삶의 태도에 대한 의문을 담았다.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혐오와 무례를 수집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과 상식이 있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기에 더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야 내 것을 지킬 수 있다. 상대의 것을 존중해 줄 때 비로소 내 것도 존중받을 수 있고 지켜낼 수 있다. 상대의 것은 함부로 하면서 내 것을 지켜달라고 할 수는 없다. 


현실은 다르다. 반인격적인 대우와 공격이 문제를 일으키고 분란을 만든다. 가정과 사회는 우리 삶의 무대다. 무대는 순서가 있다. 질서가 있어야 제대로 공연을 할 수 있다. 막무가내로 행동해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이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는다. 잘 지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순서를 어기고 맘대로 하려고 한다. 무례한 사람들이다. 무례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불행한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때 우리는 더 큰일을 잘 해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는 예절과 상식이 지켜지고 있는가. 기본에 충실한 사회인가. 어린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들의 말을 듣지 않는 어른들이 많다. 


남들이 잘못한다고 무례하다고 같이 그 춤에 동조하며 살 수는 없다. 좀 더 다른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 악셀 하케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꺼내놓고 무례의 개념과 인간의 삶의 태도를 풀어놓는다.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의 이번 책은 그가 지금까지 쓴 책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다. 어떻게 보면 르포 형식의 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서로 다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차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콰메 앤터니 에피아


기본예절과 타인에 대한 예의가 지켜질 때 우리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져와 품위를 정의하고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강요하지 않는다. 비교해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디지털 공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가져와 이해를 돕는다.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주는 의미가 뭔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길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별력이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불필요한 감정을 내세워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을 망치는 일을 하지 말기를 권한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길 당부한다. 맞는 말이다. 거짓이 더 진실처럼 보이고 거짓이 더 빨리 전파되는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이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악셀 하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잘못한 일에 대해 처벌받고 잘한 일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처벌받지 않는 사회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일로 끌어들인다. 


품위 있는 삶은 어떤 삶인가.


우리는 이 책을 시작할 때만 해도 품위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다다르니 그 개념에 조금은 가까워진 듯하다. 한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행위라고 말이다. 아니면 살을 좀 더 붙여서 이렇게 표현하는 건 어떨까. 품위란 다른 이들과 기본적인 연대 의식을 느끼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생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라고, 또한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은 크든 작든 모두 동일하게 중요하며, 이를 일상의 모든 상황 속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208쪽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우리는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으로서. 그리고 질문을 해야 한다.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을 의심하고 반문할 필요가 있다. 


결국은, 우리 모두 함께 생을 공유하는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것, 그러한 일을 향해 함께 나아갈 때 우리는 무례한 시대를 좀 더 품위 있게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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