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어디서도 나오지 않았다."
3년 전 버스정류장에서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여정 속 가족과 이웃들을 둘러싼 의문스러운 일들이 이야기를 이끈다. 하나하나 작은 이야기들이 모아져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진다. 소설이 주는 맛은 이런 곳에 있다. 추측할 듯, 답이 보일 듯하면서도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일이 생겼다. 긴장감이 마지막까지도 따라온다.
아내와 헤어진 렐레는 리나를 찾아 매일 실버 로드를 달린다. 사라진 딸이 곁에서 자신을 찾아달라는 듯 말을 걸어온다. 그렇게 이야기가 얽혀 공간을 오고 가며 사람들의 속성을 파헤친다. 작가는 주인공 렐레가 있는 가족과 학교, 이웃 등 다양한 집단과 구성원들 속으로 우리를 부른다.
딸을 잃어지만 딸을 하나 새로 얻으며 렐레에게는 또 다른 삶의 여정을 시작한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할 때 그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만들어진다.
<실버 로드-사라진 소녀들>는 작가의 스토리는 탄탄하다. 짧은 문장은 속도감을 불러오고 간결한 글은 인상적이다. 스웨덴 출생의 작가가 고향을 무대로 그린 소설이라서 그런지 사실적이다.
살아가면서 기대하지 않은, 바라지 않은 일들과 마주한다.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차로 돌아온 렐레는 운전대에 머리를 대고 눈물도 흘리지 않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부끄러웠다. 부끄러운 이유는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어난 실종 사건으로 모든 것이 바뀌리라는 희망."-168쪽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소중함 만큼 타인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 불행은 그렇게 같은 높이로 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낮게 보는 데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자식들을 위한 거지. 당신도 내 말에 동의할 거요. 레나르트, 내가 이 땅을 산 이유는 가능한 한 사회의 손아귀에서 멀리 떨어져서 내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장소를 창조하고 싶었기 때문이오."-371쪽
아픔은 다르지 않다. 자신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타인의 슬픔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악하다. 83년 생의 작가는 비르게르와 아니타, 렐레와 아네테 그리고 토로비요른과 실리에 세 가족을 통해 진짜 자식을 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환상과 현실을 오고 가며 딸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은 렐레와 실버 로드를 따라가보자. 다만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 마지막 부분에 몰려 이따 보니 일이 급하게 끝난 듯한 느낌이다.
아니타는 왜 남편을 향해 총을 들었을까. 그녀가 잘못되어진 것들을 다시 되돌려놓지 않았다면 해결되지 못했을 일들, 그녀는 왜 마음을 돌린 것일까. 궁금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그런 믿음의 결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