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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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사람의 첫인상과 비슷한 면이 있다. 첫인상이 좋으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가 쉽다. 물론 첫인상은 관계의 초기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따뜻함이나 신뢰감 등이 더 중요해진다. 글로 치면 주장하는 핵심 내용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문장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는, 독자의 관심을 끌어 글을 계속 읽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첫 문장 쓰기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독자를 사로잡을 만큼 잘 쓰거나, 아니면 첫 문장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로 글에 강력한 주장을 담는 것이다."-249쪽


​서울대 박주용 교수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기존의 글쓰기 책과 다른 관점에 있는 책이다. 기본적인 흐름은 같지만 단지 글을 쓰기 위한 것에 치중된 게 아니라 목적이 있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앞 문장이 잘 나올 때가 있지만 나가는 문장이 형편이 없을 때가 있다. 끌어들이는 첫 문장이 약하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보는 사람을 늘릴 수 없다. 그래서 첫 문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연습해서 된다고는 하지만 사실 쉽지 않다. 첫인상을 바꾸는 게 쉬운가. 첫 문장이 좋아 다음 문장을 읽으려고 하는데 내용이 갈팡질팡하면 글의 맥을 잡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균형 잡힌 혹은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표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한다. 남의 글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담은 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이 독자를 끄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거기에 문장의 구조를 갖춘다면 더할 게 없다.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이나 보고서를 평가하는 기준은 독창성이다. 새로운 주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이다. 


​논문을 쓰거나 보고서 등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가.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 글쓰기 훈련이 안 되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대학이 그러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교육은 없다. 일반적 서론-본론-결론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남과 다른 주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순서대로 챙겨야 할 문장 구조를 이야기하며 본문 속에서 글쓰기 트레이닝 코너를 통해서 실습과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전 글쓰기를 수업을 진행하는 저자의 현장 이야기가 흥미롭다. 학생들의 실제 사례들도 만나 볼 수 있다. 


​"개요가 어느 정도 잡히면 초고를 쓰게 되는데, 주장과 근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면 디자인이 필요하다. 초고를 쓰는 과정에서도 수시로 퇴고가 필요하다. 문장 수준에서는 물론 전체 논의 전개 구조에 대한 퇴고도 일어난다. 초고는 도처에 다듬어야 할 부분과 부분들 간의 연결을 더 매끄럽게 하는 작업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주장을 중심으로 전체 구조가 갖추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초고가 완성되어야만 일단 주장하는 바가 분명히 드러나고, 스스로 독자가 되어 비판적으로 읽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어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214쪽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 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는 저자는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면서도 특히 설득을 위한 문장 구조를 만드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모두 여덟 개 챕터로 이뤄졌다. 7주 차의 강의와 1주 차의 평가 형식의 강의 과정을 밟은 느낌이다. 글쓰기 책답게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왜 우리는 글을 쓰는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한 첫걸음, 자료 수집부터 요약정리까지 등 피해야 할 문장과 글에 힘들 주는 여러 가지 기법 등 글쓰기를 디자인 설계 과정으로 비유하며 문제 발견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저자의 글쓰기 강의로 초대한다. 


​일단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타인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글쓰기를 위한 첫걸음이다. 무엇이라도 한 발을 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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