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지몬 - 히든 챔피언의 길
헤르만 지몬 지음, 김하락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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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20개국에서 번역 출간 된 <히든 챔피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르만 지몬, 그의 인생 자서전이 나왔다. 언제나 이론과 실무를 따로보지 않고 그 실무 세계를 들여다 본 헤르만 지몬은 히든 챔피언이라는 키워드로 세계 경영 마인드를 새롭게 정의했다. 가격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가격은 그의 길동무다. 파트너 구축에 대한 생각도 인상적이다.

히든 챔피언 발굴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나? 내가 이 주제에 달려들어 점점 깊이 파고든 것은 계획적인 것이었다기보다는 우연이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점점 더 매혹되었다. 이전부터, 특히 슬로스 그라호트 시절부터 나는 대기업 세계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히든 챔피언을 만남으로써 나는 전략과 기업 경영의 완전히 다른 모습에 눈뜨게 되었다.-278쪽

1996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사에서 첫 출간된 <히든 챔피언>은 대기업 위주의 경영구조가 아니라 강소기업들로 이루어진 경제구조가 성장을 이루는 든든한 버팀목임을 깨닫게 한 책이다.

인생 70년을 돌아본 그의 책, <헤르만 지몬>. 다른 제목을 달 이유가 없다. 그의 이름이 곧 책 제목이 되고 경영 키워드다. 모두 14장으로 구성 된 이 책은 전반부가 고향에서 출발하여 학문의 세계로 진입하는 과정을 담았다.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이 박사학위를 밟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연도 실려있다. 후반부는 그가 쌓아온 이론을 토대로 히든 챔피언과 가격정하기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대목은 한국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중국이 어느나라보다 히든 챔피언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있어 독일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담았다. 우리나라에 대한 인연을 소개하면서 현재 대한민국 경제구조의 문제가 재벌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재계 인사를 만나고 강연을 한 바 있다.

나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적절한 사람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가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모의 입김을 포함한 이런 가치 체계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듸 설립자 또는 젊은 나이에 이미 갑부가 된 사람 같은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성공한 기업가는 고용된 관리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할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도 이런 역할 모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들은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고 이들의 성공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성공 사례 몇 개가 널려 알려지면 기적 같은 작용을 할 것이다. 이 점에서는 정부와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은 수시로 젊은 기업가들을 만나 이들의 진취적 기상이 자신한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한국 사회에 이런 강력한 신호를 보내주는 진취적인 사람이 있는가?-199쪽

<헤르만 지몬>은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일과 업적이 간결하면서도 집중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책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가 말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이며 해 온 일들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격결정력이라는 주제를 더 다루어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가격결정력을 그다지 행사하지 못한다. 지몬-쿠허 앤드 파트너스는 ‘글로벌 가격결정 연구’의 일환으로 50개국의 경영자 2,713명에게 질문을 했다. 이 중 33%만이 자기 기업의 가격결정력이 높다고 했다. 반대로 67%는 자기 기업이 적절한 연수익 달성에 필요한 가격을 시장에서 실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는 기업이 하위 경영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기업보다 가격경쟁력이 35%더 높다. 특별한 가격결정 요인이 있는 경우는 가격결정력이 24% 높다. 경영 능력이 가격 책정에 반영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뛰어난 경영 능력은 가격 결정력을 낳는다. 가격결정력이 더 큰 회사는 그만큼 더 가격 인상 실현에 성공한다. 또한 더 높은 가격을 잘 고수하여 궁극적으로 상당히 높은 이익을 달성한다.-266쪽

기업경영 환경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기업의 요인을 통해 우리 삶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리더의 경영 능력이다. 우리 삶의 경영자는 결국 우리 자신이다. 바른 평가기준이 삶의 변화를 이루게 한다. 다른 하나는 능력에 관한 헤르만 지몬의 생각이다. 많은 능력이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능력이 있다. 기업 리더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우리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는가.

"모든 것은 보스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우리는 종종 듣는다. 이 말은 엄격한 위계 구조를 가진 기업에 실제로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지적 자본 기업에는 그다지 적용되지 않는다. 지적 자본 기업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성공은 보스에게 달려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파트너에게 달려 있다. 파트너가 작은 기업처럼 행동하는 그룹을 이끈다. 그러므로 파트너가 진짜 기업가라고 해야 한다."-316쪽.

성공하고 싶다면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우선이다.

책 속에서 건질 수 있는 인생 경영 문장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연결 능력이다. 관련이 없는 것들을 연결지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없이 필요한 때다.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연결시키지 못할 뿐이다.

내가 이런 강렬한 인상을 받으면서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에게서만 볼 수 있었던 능력이 하나 더 있다. 다름 아닌 연관시키는 능력이다. 보르헤스는 모든 것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연관시키고 결합시킬 줄 알았다. 그는 시간과 공간에 다리를 놓고, 보통 사람이 파악하지 못하는 관계와 유사성을 꿰뚫어본다. 이것은 피터 드러커에게도 적용된다. 드러커는 사상의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유사성과 공통성을 보고 정신의 활을 팽팽히 한다. 드러커와 보르헤스 같은 사람은 분명히 백과사전 같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능력은 연관 짓는 능력이다. 아서 쾨슬러는 이 능력을 창의성의 원칙으로 간주한다.-341쪽

<헤르만 지몬>은 자신의 삶과 자기 인생의 파트너들이 이룩한 이야기들을 잘 엮어서 만든 책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읽기 좋다.

<헤르만 지몬>인생 경영을 어떻게 할 지 염려되는 분들에게도 권한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힘이 부족할 때 갖춰야 할 능력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고 혼자서 하려고 애를 쓸 때, 좋은 파트너를 찾는 게 더 우선임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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