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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일시품절
창조는 편집이다
하드커버의 에디톨로지가 새로 나왔다. 에디톨로지를 발간한 21세기북스는 김정운 교수의 이 책이 100만 부를 발행한 것을 기념하여 하드커버로 내면서 내용도 새로 고쳤다고 한다. 지금은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던 터였는데 마침 새로운 내용으로 나온 에디톨로지를 만나고 나니 그의 지난 행적들이 떠오른다. 방송에서 나와 거침없이 말을 하지 않았나. 지금이야 그보다 세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말이다.
우리 삶이 힘든 것은 똑같은 일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바꿔 말하면 즐거운 삶이라는 것은 매일매일이 새로운 일로 가득한 날이라는 것이다. 이런 삶이 가능이나 할까. 같은 삶이라도 매일의 삶이 창조적인 삶이라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새로 바꿔보려는 노력이라도 해보면 싶다. 반복되는 삶을 거부하는 것이다. 늘 다니던 길도 중간중간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지나는가지만 한 번도 내려 걷지 않은 동네가 좀 많은가. 엉뚱한 곳에서 길을 잃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보를 수집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권력이 분산되었다. 기존 정보를 편집하여 내보내는 일이 각광을 받고 있다. 권력이 그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방송환경의 변화는 피부로 느껴진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지식인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다. 천재는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다"-본문 45쪽 중
나의 삶을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어떤 인간인지 물어볼 일이다. 누군가로부터 얻은 답이 아니라 내가 찾은 답이 내 삶의 좌표가 되는 것이다.
텍스트에 갇혀 있는 삶은 전망이 없다. 에디톨로지에 기반한 하이퍼텍스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저자는 편집의 힘에서 삶의 길을 제시한다. 에디톨로지에 들어 있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편집은 재구성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어떻게 배치하는 가에 따라서 관점을 달리 볼 수 있게 할 수 있다. 네이버와 다음의 서비스 품질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같은 서비스를 하면서도 다른 결과를 갖고 있는 것 말이다. 사람들이 다음이 아니라 네이버를 더 찾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편집, 에디톨로지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간 편집의 영향은 상호작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주택 구조와 가족의 관계는 공간 편집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 의식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189쪽
네이버는 자사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가 스스로 참여하며, 편집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영화나 음악은 어떤가, 우리가 마주하는 책은 또? 일은?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라"
저자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인간의 창조성, 예술작품이나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편집의 차이에 따른 결과를 논한다. 그는 또한 건축이나 축구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통해서도 편집의 중요성을 발견한다.
"인류가 네트워크적 관계를 실천적으로 조작 가능한 지식 체계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앞서 설명했듯 마우스로 클릭하면 전혀 다른 지식 체계로 바로 이동하는 하이퍼텍스트가 나타난 이후에나 가능해진 일이다. 본질적으로 권력적일 수밖에 없는 계층적 분류가 전부였던 지금까지의 지식과는 전혀 다른 원리의 지식이다. 편집숍은 이 같은 네트워크적 지식이 공간 편집을 통해 구체화된 곳이다."-226쪽.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안 들여다본 곳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슈들을 가져와 에디톨로지를 이해시키고 관심을 부추긴다. 일과 사람의 심리, 그리고 인간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엄마는 누구보다 위대한 편집자라고 칭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아이가 엄마와 소통하면서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챙긴다. 엄마가 아이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엄마의 역할에 따라서 아이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편집의 관점의 차이에서 나온다. 어떤 시각을 가질 것인가. 노력해야 할 일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 속 문호와 예술에서 관점의 차이가 이뤄 낸 성과가 무엇인지 조목조목 묻고 답한다. 더불어 조작된 편집으로 인해 어떤 피해를 당하는지도 살펴본다. 그의 말대로 책 쓰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오늘 우리가 험난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나름 도구들을 챙겨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개인기라고 할 만한 것이 있나? 편집 능력은 충분한가? 에디톨로지를 통해서 다양한 경우의 답을 살펴볼 일이다. 그의 지식과 경험이 여름을 알차게 만든다.
우리는 우리 삶을 편집할 자유가 있다. 편집권을 타인에게 맡길 이유가 없다. 오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평생 걱정 안 할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이 그 이유 아니었던가.
"덧붙이자면, 사회적 경력*학력을 제외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이다. 학력*경력 없이도 자신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당히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명함을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얼마나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서술할 수 있는가가 진정한 성공의 기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