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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의 성장
이내옥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평점 :
민음사의 <안목의 성장>은 이내옥의 에세이. 여름으로 들어서는 계절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잘 어울리는 글이다. 사람과의 인연이 있고 사물을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면 부러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일을 만드는 것이 결국 사람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사는가 물어본다.
박물관에서 일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안목의 성장>을 쓴 이내옥은 자신이 안목을 갖게 된 것이 그러한 안목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고 이야기를 한다. 정준 선생과의 인연을 두고 그는 개인 교사를 둔 것과 같은 커다란 행운이이었다고 한다. 책 곳곳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갖고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사람이 만든 작품들은 또 어떤가. 그 안에 사람의 혼을 담아 만들지 않는가. 정성으로 만든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도록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관심을 끈다. 그러한 길을 만드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러하니 수많은 작가들이 남긴 작품들 하나하나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작가들의 혼과 정성이 담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또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말이다. 아쉬운 것과 충만한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분별해내는 힘이 있다면 또 어떨까.
추사 김정희에 대해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들어보자.
"추사의 예술이 당대의 시대정신을 잘 표현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추사가 몰두했던 고증학이란 청에서도 그랬듯 본질적으로 시대와 유리된 것이었다. 그가 만년에 추구했던 불교도 마찬가지였다. 추사라는 한 천재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는 워낙 높은 것이었지만, 시대정신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19세기 후반 추사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한 못한 예술계가 시대와 유리된 채 지리멸렬했던 점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224쪽 중'
그런 면에서 <안목의 성장>은 자신이 쌓아 온 안목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차분하게 짚어 보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길지 않은 한 편 한 편의 글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주변의 이야기이며 살아온 삶의 이야기이니 힘이 들어가 있지 않은 문장이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일본의 문화, 우리 삶의 모습, 역사 속 인물과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짚어본다.
온갖 자랑하고 싶고 늘어놓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겠는가. 이내옥의 <안목의 성장>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지적하지 않으면서도 왜 안목을 가져애 하는지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다른 길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이해하도록 한다. 지금 삶에 매몰되지 말고 짧은 우리의 인생, 우리의 삶이 좀 더 충만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우리의 안목을 키우는 일이다. 우리 인생이 작품이 되도록 우리의 안목을 높여나갈 일이다.
<안목의 성장>은 모두 3부로 나뉘어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알아본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마지막 장에서는 일을 마치고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이다. 욕심내지 않으면 우리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글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잔잔하게 우리 몸을 감싼다. 자신의 인생 경험을 담은 저자의 글은 화려한 도시의 소음과 낭비 속에서 잠시 삶의 여백을 만들어주고, 읽는 이들에게 인생의 겸손의 의미를 알게 해줄 것이다.
'기술'이 아닌 '예술'은 우리 삶을 자극하고 새로운 창조의 힘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는 또 예술은 시대정신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오늘의 우리는 무수히 많으면서 새털처럼 가벼운 정보를 먹고산다. 그처럼 오늘의 예술도 한없이 가볍게 흐른다. 또 다른 한편에 존재하는 한없이 외롭고 쓸쓸한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된 것인가. 시대정신을 표현해야 하는 예술은 과연 우리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는가."-156쪽
이처럼 저자 이내옥은 작품은 또한 시대정신을 담아야 함을 그는 강조하고 있는데 안목의 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좀 더 박물관과 미술관을 부지런히 더 찾아가 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난다. 내 삶에 대해서도 다르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