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교실에는 절망이 없다
요시이에 히로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양철북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학교 도서관에서 집어든 책이다. 장은정이 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데, 인수인계를 위해 나도 살짝 노가다를 했었다(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그떄 교사용 도서 중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교실에 절망이 없다? 책 제목은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이번 추석 연휴 때 읽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동화책이나 소설책 등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나 [창가의 토토] 책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실제 일이었다. 호쿠세이 요이치 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고민하는 어떤 선생님과 그 아이들의 이야기. 자신이 담임을 했던 아이들을 1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 부분은 사뭇 딱딱하기도 했지만, 이 선생님의 열정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했다.

이 책을 읽고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책이 생각났다. 그 책은 읽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이 책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목회자 자녀 캠프 때 박정엽 목사님이 이야기한 똥 이야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 문제를 직시하라!

책을 읽는 내내 '당연'한 것과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정말 무엇이 '당연'한 것이고, 무엇이 '안 되는 것'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당연'한 것으로 가르치고 있고, 무엇을 '안 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는 걸까.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치와 교육관을 살피며 내 교육관이 정말 옳은 것인지 확증받고 싶어하는 내 모습을 볼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는 솔직히.. 왔다갔다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이들에게 솔직하고 싶지만, 그렇게 해도 되는지 몰라서 형식적으로 흘러가는 교직사회의 분위기에 그대로 묻어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리고 한 가지 닮고 싶은 점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 너무 미안하고 쑥스러워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니, 미안하고 쑥스러운 마음에 앞서 내 권위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내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은 말을 참 잘했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어떤 문제인지 정확하게 이야기했고, 나 메시지로 전달했다(책을 읽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책 전체에서 나 메시지를 사용했던 것 같다. 조금 폭력적이긴 했으나ㅡㅡ;;). 그리고, 엉뚱하기도 했다. 그때 우리반 엉뚱이 철진이가 떠올랐다. 수업 시간에 쓰잘데기 없이 떠들 때는 제지를 하더라도 아이디어 싸움에서는 철진이의 의견을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주겠다고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말을 보았을 때 상담자란 이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목회자 자녀이기에 목회자 자녀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고 느끼듯, 이 선생님도 불량 소년 출신이기에 불량 소년들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한다고 느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감동적이었던 것은, 정말 울 뻔했는데.. "너는 나의 꿈이다!" 고 외치는 부분이었다. 이 선생님이 오토바이 사고로 의식 불명일 때, 너는 나의 꿈이니까 제발 살아 달라는 그 말이 너무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나의 꿈이다!" 고 말하면서 교편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우리반 아이들을 보면서 "너희들은 나의 꿈이다!" 고 '당연'하게 외치고 있는 걸까.

또.. 마음을 울렸던 것은, 나에게는 학생이 29명(우리반은 29명이니까)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한 명이라는 것. 정말 그랬다. 우리반 아이들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생각에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한 명 한 명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만 빠져서 전체를 보려는 시도는 많이 못했었던 것 같다. 숲보다는 나무를 보았다고나 할까. ESF에서 훈련받으면서도.. ESF의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양들과 셀원들 챙기기에 급급했었던 사실이 떠오른다. 아, 그렇구나.

또 한 가지,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이건 다음에 6학년을 할 때 도덕 6단원 아름다운 사람들 수업을 하게 되면 사용해야겠다.). 고등학생이지만 약 120cm 키의 치조를 초등학교, 중학교 때 주위 사람들이 지켜줬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지나친 관심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요시이에 선생님 역시 치조에게 행군 소풍을 갈 것인지 물어봤던 것이다. 다른 사람처럼 똑같이 대우해주기 바랐던 치조는 거기에 한 번 상처를 입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배려였다.

이 책은 참 여러가지로 생각을 많이 하게 했다. 요시이에 선생님이 욱 하는 성질은 있어도 아이들 마음 문을 잘 여는 데 대해서, 아이들에게 솔직한 데 대해서는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을 했다(나도ㅠㅠ). 누구나 진심은 알아보는 것 같다. 아이들이 더 진심을 잘 알아보는지도 모른다.

정말 교육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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