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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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미하엘 엔데/허수경 옮김, 비룡소) 703쪽

동화, 소설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잘 드러나는 저자를 만날 때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렇게 쓸 수 있지? 나도 그렇게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설 쓰기-지어내어 쓰기-는 나랑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하엘 엔데는 1995년, 예순다섯에 위암으로 눈을 감았다.(703쪽) 여기서 왠지 [스토너]가 생각났다.

이 책은 크게 보면 2부로 나눌 수 있는데(지극히 개인적 기준), 1부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책 속의 환상 세계 여왕에게 ‘달아이‘라는 이름을 불러주기까지의 기나긴 여정, 그리고 2부는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가 책 속에서 현실 속으로 나오기 위한 기나긴 여정-‘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이 나와 있다. 1부-책에서는 1부라고 되어 있지 않다.-도 인상적이었지만(특히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1부 끝부분,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되는 과정도, 펼쳐진 이후의 장면도 재미있었다.), 2부가 더 인상적이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하‘면 점점 현실의 기억을 잃어간다는 설정이 흥미로웠고, ‘너만(?!)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사람을 수렁으로 이끌어간다고 표현한 부분도 놀라웠다.
이 외에도 미하엘 엔데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여러 장면이 있다. 알파벳 개수에 맞춰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점, 1부와 2부의 끝부분이 거의 동일한 점(물론 1부와 2부라고 언급하는 부분은 없지만), 완벽한 액자 구성,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가 어떤 의미인지 인물의 말과 행동, 배경을 통해 세심하게 표현하는 부분 등 정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 너는 지금 생명의 물을 찾고 있다. 넌 네가 속한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사랑할 수 있게 되길 바라지. 사랑한다...... 말은 쉽지! 생명의 물은 네게 물을 것이다. 누구를 사랑하냐고? 사랑은 그렇게 간단하게 어떻게든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넌 네 이름말고는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네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으면 그 물을 마시지 못할 거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잊어버린 꿈을 다시 찾는 것만이 너를 도와줄 수 있는 거야. 너를 그 샘으로 인도해 줄 그림만이. 하지만 그 대신 넌 네가 아직 가지고 있는 마지막 것을 잊어버려야만 할 거다. 바로 네 자신 말이다. 그건 힘들고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란다. ...˝(642쪽)

자아를 찾으려면 자아를 잊어버려야 한다. 왠지 성경말씀이 생각난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자기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존하리라˝(요 12:24~25) 그리고 나는, 후에 읽은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에서 비슷한 맥락의 구절을 발견했다. ‘진정한 자아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격을 부수어야 한다.‘(70쪽)

20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계속해서 ‘나를 찾는 여행‘을 했다. 나 혼자만의 여행이라고 생각했고, 누구도 가까이 오는 걸 싫어했다. 인격을 부수지 않으면서 자아감을 찾고 싶어 했다. 발타자르 바스티안 북스는 자신의 꿈이었던 아버지의 사진을 통해 ‘생명의 물‘로 갈 수 있었다. 자아를 잊는 것이 자아를 찾는 것이다. 가슴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 얼른 오기를. 그것이 ‘네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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