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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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연필](신수현 글, 김성희 그림, 비룡소)

권일한 선생님의 페이스북에서 보고 산 책이다(페이스북뿐 아니라 권일한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도 보고 샀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읽어보니 권일한 선생님이 왜 좋다고 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장편동화이다. 문학을 (시 빼고)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기가 자는 시간에 단숨에 다 읽었다. 이야기책은 급하게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느낌이다. 오래 오래 꼼꼼히 씹어 먹지는 않는다. 이야기책을 가지고 생각을 하거나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느낌을 표현하거나 한 적은 거의 없다. 그냥 재미있어서 읽는다. 이야기책을 읽으면 다른 세상에 가 있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좋다. 삐삐롱스타킹 같기도 하다(삐삐롱스타킹이 아닐 수도 있다. 앞에서부터 쭉 사건을 서술하는데 그 사건이 그 아이의 상상이었던 반전의 책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민호는 우연히 빨강연필을 얻는다. 주인 없는 연필이다. 민호는 그 연필을 자신이 가졌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연필이 예뻤으면 민호처럼 했을 것 같다. 주인도 없다는데 가져도 괜찮지 않을까?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는 욕심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사실 이 세상에 정말 내 것이 존재하기나 하나?). 그 욕심의 영역이 각자 다를 뿐이다.
민호는 기본적으로 잘 쓰는 능력이 있었다. 비밀 일기장에 쓰던 일기 내용도 못 쓰는 건 절대 아니었다. 이 정도만 써도 괜찮은데, 라고 생각했다.-아무래도 내가 ‘잘 쓴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쓴다‘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빨강연필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학교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이다. 특히 맨땅에 헤딩해야 할 때. 전년도에 업무 계획이 올라오지 않아서 새로 업무 계획을 세워야 할 때. 그리고 협의회를 하지도 않았는데 협의회 내용을 기안으로 올려야 할 때.-요즘은 조금 바뀌었지만 말이다. 관리자의 마음속을 보고 싶을 때 빨강연필을 쓰고 싶다. 민호의 마음도 이랬을까? 하지만 성격이 다른 글인데. 내가 써야 하는 업무 계획은 솔직하게 내 생각을 쓸 수 있는 글도 아닌데. 하지만 글을 쓰는 아이들의 마음이 업무 계획을 써야 하는 내 마음과 같다면, 그건 참 마음이 아픈 일이다.
민호는 빨강연필을 이용해서 상을 받았다. 자신의 실력이 아니기 때문에 재규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억울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민호와 재규 같은 상황에 대해 생각이 많다. 계약직과 정규직, 금수저와 흙수저.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서 생각을 적지는 않겠지만, 일련의 일들이 민호와 재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민호의 상황에서 빨강연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유혹은 언제나 존재한다. 예수님을 믿는다는 사람들도 유혹에 빠지는데, 세상 사람들은 오죽할까.-이런 부분에서도 신자와 불신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기도 했다.

읽은지 3주가 지나서 쓰는 바람에 책에 대한 내 생각이 어땠는지 많이 잊었다. 서평을 쓰면서 기억해보지만 그때의 감동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리고 마침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글쓰기] 책을 읽어서(이 책 뒷부분에 [빨강연필] 토론 내용이 나온다.) 그 내용이 생각나기도 해서 내 생각과 그 책의 토론 내용이 섞여 있다. 시간 날 때 다시 읽고 다시 정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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