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
김기현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김기현, 성서유니온)

새해, 새로운 책으로 묵상을 하기 전에 묵상 시간에 묵상법에 대한 책을 읽기로 했다. 김기현 목사님은 [그런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요?] 책으로 처음 만났고(그 책도 아마 페이스북에서 했던 광고를 보고 샀던 것 같은데, 몇 년 전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다. 그 책에서 나온 [동물농장] 책도 사놓고 몇 페이지 읽다가 책꽂이에 얌전히 꽂아놓고 있음..), 최근에는 페이스북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분이다.
얇고(그래도 301쪽), 쉽게 쓰였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서술해놓은 책이지만 절대 얕지는 않은 책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처럼 알맹이가 꽉 찬 느낌의 책이다. 묵상의 기초와 방법, 실천과 문제에 이르기까지 묵상을 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우리는 어떻게 묵상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싫어하는 누군가를 주야로 묵상합니다.‘(15쪽)에서 뜨끔한 것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2012년 말씀묵상캠프에서 연애편지 읽듯이 성경을 읽어야 한다고 했던 데에서 한 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싫어하는 누군가를 묵상하듯 성경을 읽어야 한다니 느낌이 완전 다른데 가능할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도 성경을 엄청나게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위의 캠프에서 묵상의 원어는 ‘하가‘라고 하며 사자가 뼈다귀를 계속 핥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이 또한 8년 전이니 정확한 기억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서는 원래 의미가 ‘중얼거리다‘라고 하는 데서 그동안 묵상에 대해 잘못 생각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읽기를 강조한다. 눈으로 읽는 것 말고 소리내어 읽기. 중얼거리는 것 자체가 소리내어 읽어야 가능한 일이니. ‘요컨대, 성경이 말하는 묵상이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내어 읽는 행동을 가리킵니다.‘(33쪽)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33쪽)라고 하는 대목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와서 성경을 읽는다는 것은 모국어(?)의 느낌이었기에 한 번도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면 더 열심히 공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성경을 공부하는 데에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열심을 내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나름 성경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절로 겸손해지게 만드는 구절이었다.

‘‘읊조리다‘, ‘읊다‘는 말에는 소리를 낸다는 뜻과 함께 되풀이한다는 뜻도 있습니다.‘(34쪽)
‘˝묵상은 곧 생각˝이 아닌 ˝묵상은 곧 읽기˝라고 강조하는 까닭은 반복해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45쪽)

이 두 구절만 가지고도 이때까지의 묵상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묵상 시간에 성경을 읽을 때, 대학생 때 이후로는 한 번도 소리내어 읽은 적이 없는 것 같고, 반복도 세 번을 넘기지는 않은 것 같고, 한 두 번 읽다가 생각이 들면 썼기에 텍스트에 침잠하기보다 내 생각이 앞섰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부 묵상의 방법에서는 왕초보와 중급자, 목회자, 직장인을 위한 묵상의 방법이 서술되어 있어 과연 책의 제목처럼 ‘모든 사람을 위한 성경 묵상법‘이 쓰였다. 나는 중급자와 직장인을 위한 묵상 방법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 중 ‘요지는 각자의 경험으로 본문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스스로를 읽게 되는 것이지요.‘(78쪽)라고 적힌 부분에서 일반적인 독서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이게 ‘렉티오 디비나‘이려나.). 그렇다면 아마도 일반적인 독서와 성경 묵상의 차이는 ‘구원에 이르는 지혜‘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중급자의 묵상법으로 ‘제목 정하기‘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라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야기적 동일시‘는 처음에는 거부 반응이 들었다. ‘이야기적 동일시‘를 맥락에 맞지 않게 자신의 감정으로 해석하며 설교하시는 분을 보았던 기억 때문인 것 같은데, ‘그러므로 묵상인으로서 우리는˝이게 무슨 뜻이지?˝보다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라고 질문해야 한다‘(85쪽)는 구절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지만(아무래도 텍스트에 빠지기에는 그 질문이 훨씬 유력하므로) 그 방법을 시도하는 데 있어서는 주춤거리게 되는 것 같다. 묵상 본문으로 설화체를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는 것은 그런 까닭일까.
직장인을 위한 묵상법에서 많은 분량은 묵상에 적절하지 않다고 하시며 대체로 10-15절이면 충분하다(133쪽)는 구절을 읽고서는 나는 10-15절도 많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문맥까지 고려하려면 그 정도 읽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조그마한 것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세세하게 따지는 스타일이라서일까.).
적용 부분은 권일한 선생님의 강의에서도 들었던 ‘적용하지 마라‘가 나왔다. 적용의 방법으로 SPACE와 3P를 언급하는데, SPACE는 묵상캠프에서 묵상할 때의 질문과 일치해서 조금 놀랐다.
묵상과 기도 파트에서는 묵상과 기도를 이원화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기도가 없다면 묵상을 제대로 한 것일 리 없습니다.‘(168쪽), ‘그래서 뮬러는 잘라 말합니다. 기도는 ˝속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묵상을 통해 양육된 후에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173쪽)는 구절을 보고 묵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같은 기도를 여러 번 반복한다는 것은 중언부언이라는 구절 때문인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묵상이 곧 기도이고, 기도가 곧 묵상이라면, 같은 기도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경 봉독은 대충 넘어가도 되는 순서가 아닙니다.˝(239쪽) 저자는 거스리의 말을 인용했다. 친정 교회에서는 다같이 봉독, 교독을 했고, 지금 교회에서는 목사님만 봉독하신다. 이 책을 읽고 보니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묵상의 문제 중 ‘묵상은 자의적인가?‘ 파트에서는 지금 읽고 있는 [아직도 가야할 길]을 또 읽은 느낌이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3부 ‘성장과 종교‘ 끝부분에서 과학, 아기와 목욕물을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담하게 죄를 지어라.˝는 루터의 말도 [유사 그리스도인]에서였는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봤는지 아무튼 또 보게 되었다.
매우 세세한 부분이지만 마시멜로 이야기나 요더 이야기를 읽으며 책이 나오기 직전에 김기현 목사님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봤던 기억에 아, 이 부분 쓰시려고 그랬던 거구나, 하는 뒤늦은 깨달음이 있기도 해서 재미있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복 있는 사람 큐티집을 좋아하시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일부러 쓰시는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묵상모임을 만드는 것은 더욱 간절해졌지만, 한 번 흐지부지되었던 까닭에 어떻게 모임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는 아직도 생각하고 있다. 바라기는 내가 운영하든 숟가락을 얹든 묵상모임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묵상이 자의적이기는 하지만, 공동체 내에서 자기확장(스캇 펙 버전)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전도서를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계속 올렸던 것도 자기확장의 욕구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다음 책 함께하실 분 어디 없나요..ㅠㅠ
다음 책에서는 말씀에 침잠해서 내 생각보다 말씀이 앞서면 좋겠다.
(여담인데, 성령님이 성경을 통해 말씀하신다는 것은 믿지만, 성령님이 정확하게 이러이러하게 말씀하셨다고 말하는 것은 왜인지 거부반응이 든다. 정말 끝으로... 오늘도 길어진 서평.....)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