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북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정인데, 만화에 채택했다. 고급스러웠다. '너무 돈 쓴 거 아냐. 편집자나 출판사 대표가 이 책을 엄청 좋아했군.' 어쩔 수 없는 직업적 생각이 젤 먼저. 나야 눈과 손이 호사했지만. 늦은 퇴근 후 알라딘의 택배 상자를 열어 본 거였기 때문에, 읽을 생각은 없었다. 책장에 꽂아놓고 빨랑 씻고 자야지. 그래도 신삥이고 만화니 구경은 해야지 하고 펼쳤다가 다 읽었다. 만화라서 빨리 읽을 수 있었을까? 그렇진 않은 거 같다. 내용이 상당히 깊이가 있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장면장면이 생각났다. 그 두 사람은 행복했을까? 서로 다른 인간이 만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그 여자의 겨드랑이털과 방귀와 콧물, 이에 낀 음식 찌거기는 어떤 의미일까. 아침에 일어나서도 제일 먼저 생각났다. 그래서 풀어놓기 위해 서재에 들어왔다. 보이는모든 것을 활용한 작품이다. 다른 만화(이미지를 사용하는 책)에 비해 다섯 배는 더 레이어/단계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장면과 정서, 사건을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방법이 새롭고 인상적이다. 작가가 회화에 정통한 듯, 여러저기서 예술사조와 그 사상에서 차용한 표현이 눈에 띄었다. 야, 만화가 이렇게 고급일 수 있구나 싶었다. 다른 만화가 저급이란 의미가 아니라 위에 말한 것처럼 보통 만화가 표현을 위해 3개를 사용한다면 이 만화는 5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한 거다. 최소 한두 번은 더 읽게 될 책이다.
아주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 나긋나긋한 일본인 특유의 말투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사건과 관계된 사람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방식.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런 소설을 읽다보면, 난 도대체 지금까지 이렇게 재미있는 것도 안 보고 뭘 보고 살았나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판타지나 무협, 로맨스 같은 거나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이니까. 나처럼 평소 소설책 별로 안 읽는 사람이 읽고 재미있다고 하면 정말 재미있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이 책 재미 있는 줄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나만 지금에야 읽은 건가? ㅎㅎ
두꺼워서 한번에 못 읽을 줄 알았다. 그동안 읽어볼까 집어 들었던 한국 소설들의 뭔지 모를 답답함때문에 빌려만 놓고 들쳐보질 않았더랬다. 남의 책을 너무 오래 갖고 있었네. 그냥 돌려줘야지. 밤 12시에 가방을 싸면서 집어넣기 전에 그냥 '펼쳤다.' 그리곤 놓을 수가 없었다. 회사는 가야겠고, 할 수 없이 새벽에 잠시 눈을 붙이고 출근했다. 그리고 그날 퇴근하고 마저 읽어버렸다. 밀어부치는 힘이 대단하다. 너저분하지 않고 쭉쭉 밀고 나간다. 무협 판타지나 애니메이션, 만화 외에 이 소설처럼 놓질 못한 책은 정말 오랫만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