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밤에 김천의 喪家에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원래는 남편만 가도 되는 것이지만 혼자 그 먼길을 갔다오기를 지루해 하고 혼자 집에 있기도 심심하여  일가모두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다.
왕복 500KM의 거리, 토요일이지만 예상과는 달리 밀리지 않는 덕분에 평균 110Km/h 의 속도를 내고 신나게 달렸다. 역시 경유차가 좋긴 하구만, 그나마 기름값 걱정을 좀 줄일 수 있으니까....이렇게 어림하면서 말이다.
회덕 분기점을 지나서 대구 방향으로 진입하니그동안 구불구불하였던 경부고속도로의 선형개선 작업을 하느라 공사중인 곳이 많아서 속도를 줄이기는 하였지만 어느새 일주일동안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리는 듯 했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달리는 차안에서 속도감을 즐기다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위험한 취미를 가졌기 때문일까?

인천에 살 때는 직장에서 잘 안 풀리는 일이 있거나 걱정거리로 머리 속이 복잡하면 송도의 해안고속도로를 한 번 쭉 달린 후에 집에 들어가곤 하였다. 운이 좋아 밀물이 들면 비록 검푸른 색이라 하여도 찰랑이는 서해바다를 볼 수 있었고 흙더미만  보이는 매립지라고 하여도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해안도로를 한 10여분 달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져서 집 현관을 들어설 때는 걱정을 잊을  수 있었다.

어쩌다 다툼이 있어 우울해지거나 괜히 집에 있다가 술이라도 홀짝이면서 자기 연민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깊은 밤중이라도 차를 몰고 집을 나오곤 하였다.  아무도 없는 주차장으로 걸어가 차가운 시트의 감촉을 느끼면서 츠르륵 시동을 걸때의 그 정적감...남편은 나의 이 스트레스 해소법을 위험하다고 질색하지만 밤안개가 촉촉히 내린 고속도로를 멀리 앞차의 반짝이는 붉은 불빛을 따라 무심하게 달리다 보면 내가 그동안 아둥바둥 매달려온 것에서 자유로와 짐을 느끼고 인생이란게 저렇게 어둠속에서 스쳐가는 희미한 형체들처럼  속절없는 것이지 싶은 제법 철학적인 생각이 들어 이런 저런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모두 재작년 이전의 일이다. 서울에서의 너무 바쁜 일년은 내게 감정의 사치를 누릴 여유를 주지 않았고 주말 오전에 남편과 함께하는 3시간 가량의 산행이 나의 스트레스 해소에 일조를 하고 있으니 심야의 드라이브는 당분간 실행되지 않지 싶다. 하지만 멋진 차만 보면 쭈욱 고속도로를 밟아보고 싶어지는 나의 진정한 기분 전환법은 역시 한밤중의 나홀로 드라이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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