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기다려 온 책이기에 기쁨이 더 커야 하는 데... 읽기를 마친 지금은 채 읽지 않고 덮어 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어느 사이인가 이 시리즈가 삶의 올바른 방향 가르치기에 들어서 버린 듯해서 재미가 반감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실도 아니고 신화도 아니고 수필이 되어버린 그리스 로마 신화 앞에서 묘하게도 난 좀 우울해졌습니다.
신들의 기가 막힌 무자비함과 터무니없는 자비심에 아연해 하면서,,, 또한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나를 비추어 보며 조금씩 스며들 듯 읽는게 신화가 아닐까 생각해 왔는데 너무나 친절한 길라잡이 앞에서 전 오히려 갈 길을 잃고 만 기분입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소회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중간 중간 그의 목소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1편과 2편을 다시 들추어 보니 그 생각들이 군데 군데 녹아있는 것은 비슷한데 3권에서는 그 절묘한 비등점이 그만 도를 넘어버린 듯 합니다. 끓어오르는 증기에 제 마음이 답답해 진 것인지 아님 그 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제 눈치가 생긴 탓인지요?
언젠가 본 표현인 '노회한 이야기꾼...' 왜 자꾸 이런 단어가 생각나는지요. 감히 이런 표현을 한다는 것이 저의 자격으로 합당한 것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이제 4권이 나온다면 먼저 조심스레 책갈피를 열어보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