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점 반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시 망설임끝에 그림책을 샀다.
이 나이에 읽는 그림 동화책이라니...
얇고 작은 앙증맞은 책이지만  다른 무거운 책을 살 때보다 한결 뿌듯하고 들여다 볼 수록 흐뭇한 마음이다.

툭 튀어 나온 이마, 찢어진 듯 갸름한 눈과  납작코 거기다  빼어 문 입술까지..
그런데 그 미운 얼굴이 왜 이렇게  정다울까?
무엇보다 반가운 건 분꽃이 한아름 피어 있기 때문일게다.
황토빛 책 갈피 갈피마다 여름 오후의 정경이 고스란히 녹아있고
나른한 햇살 아래에서는 무에 급할 것도 부산스러울 것도 없이
넉점 반 넉점 반 마음속에 울리는 노랫소리 하나 입에 물고
나도 어린 날의 오후로 나들이를 간다.
주위의 풍경에  마음 빼앗겨 골목 골목 헤집고 다니다가 어둑 어둑 땅거미 지자
문득 집에 가야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겁지겁 돌아서던 유년의 어느 날
빨간 치마 아기는 두손에, 저고리 고름에 분꽃 가득 달고서 집으로 돌아와
쪼그만 입을 벌려 당당히 외친다.
엄마 지금 넉점 반 이래...
걱정반 꾸중반 동생에게 젓물린 채 지긋이 바라보는 아기가 꼭 빼어닮은 젊은 엄마...
정겨움으로 미소가 슬며시 피어오르고 가슴 한 켠이 아스라해지는 그리운 날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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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5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래언덕 2004-11-23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느 서재에선가 넉점반의 주인공을 서재주인의 어린 따님이 그린 사진을 보았었는데 혹시 참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