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가을 바람이 소슬하니 불고 잔잔한 여울이 흐르고 책갈피를 넘길 수록 작은 오솔길이 나를 인도하는 듯한 책이 있다. 어디선가 정감어린 목소리가 소근소근 나에게 속삭이며 이야기해주는 듯한 책...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이 딱 그러한 것 같다. 이제 겨우 몇장을 읽지도 않았지만 요즘 침대옆에 쌓아둔 책들 중에 우선으로 손이 가는 책이다.  영어에 비하여 한자를 좋아하는  아들아이에게 한문의 참맛을 알게 할 수 있을까하여 고른 책인데 '느낌표'의 책이라고 일부러 제쳐두었던 나의 선입견이 부끄럽고 몽매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책이다.

몇년전 유행하였던 '溫故知新' 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한시와 같이 오래된 것이 고리타분하지도 또 생각하듯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얼마나 좋을까?  즉흥적이고 단순하고 열려있는 'click' 세대인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하여 느림과 숨김의 '미학'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그 전에 내가 이 책이 전하여 주는 향기에 듬뿍 취하고 싶다.  그리고 정민선생의 다른 저서인 '한시미학산책'을 장바구니에 얼른 담는다. 이번 겨울은 한시의 미학에 뿌욱 빠져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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