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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대의 과학수사 X파일
이종호 지음 / 글로연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있었던 사건을 다루는 소설쯤으로 알고 있었는데요.
막상 읽어보니, 소설이 아니라, 그 시대의 과학적인 수사기법과 사건의 예에 대해 정리한 책이더라구요.
이 책의 저자분인 이종호작가님은 과학도였는데, 에밀레종의 재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나서 문화유산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참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두 가지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어려울텐데,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두 분야를 아우르는 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영화 궁녀에서 보았던 검험이라는 과정밖에는 아는 것이 없네요.
궁에서 죽은 궁녀를 사인이 무엇인지, 시신을 샅샅이 들춰보며 조사하던 감찰의녀의 검험이 생각이 납니다.
이 책에서는 궁녀보다는 별순검이나 다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별순검의 경우에는 파시(해부)도 했다는군요.
유교사상에 깃들어 있던 조선시대에 파시라는 것은 획기적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모의 경우에는 드라마에서 보긴 했지만 여형사의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또한 의녀라는 제도에 대해서 그것이 유교사상과 관련되어 생겨난 특유의 제도라는 이야기도 있구요.
조선시대에는 시신에 혈흔이 있는지를 검시하는 고초 반응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초 반응은오래된 피에 남아 있던 철이온은 소량의 티오시안산과 반응하여 붉은색을 보여서 혈흔을 탐지하는 루미놀 기법과 유사한 기법이라고 하네요.
현대에서도 쓰이는 기법인데, 조선시대에 그러한 과학수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또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의 방침도 따로 정해놓고 있었더라구요.
정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것과, 무죄로 판결되면 그 사건과 관련된 모든 문서를 없애는 것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죽인다는 일과 같은 것은 현대의 의미에서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고, 살인죄가 적용되지만
조선시대에는 그것을 어느정도 인정했다는 점이 점이 흥미로왔습니다.
그리고 문헌에 나와있는 과학수사가 이루어진 시대가 정조시대라는 점이 또한 흥미가 가더군요.
요즘 주목받는 조선의 왕으로, 그 시대가 정말로 흥했던 시대임을 알 수 있었지요.
다양한 사건의 유형을 통해서 그것들을 어떻게 수사하고, 해결하였는지, 살인사건이 나면 시체를 검험하면서 원인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하면 살인사건도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만, 그 시대 역시 사람이 살던 시대였기에..
사람과 얽힌 사건이 있고, 또 그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유교적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조선시대에, 현대에서도 놀랄만한 과학수사가 진행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있고, 놀라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