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거는 1900년대 ‘모던 시대’를 대표하는 ‘최신’ 교통수단이었다. 물론 기차나 전차와 같은 대중교통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혼자’ 뽐내며 탈 수 있는 최신 교통수단은 인력거밖에 없었다. 인력거가 들어온 지 15년이 지난 1911년 조선에서 운행된 인력거는 1,217대였으며, 자동차는 딱 2대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귀한 손님을 초대할 때면 으레 인력거를 보내는 게 예의였고, 초대 받은 손님 역시 이를 반겼다. 인력거는 지금으로 말하면 콜택시에 가까웠는데, ‘개인택시’가 아닌 ‘회사 영업 택시’였다. 그렇지만 이 ‘택시’를 사적으로 소유한 사람들도 있었으니, 예나 지금이나 돈과 힘으로 무장한 계층이었다. 이들은 인력거 조합의 인력거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거금을 주고 인력거를 구매했고, 출퇴근용이나 자녀의 통학용으로 이용하는 등 ‘자가용’으로 사용했다. 자신의 집에 ‘인력거’가 있고, 그 인력거를 끄는 운전기사인 인력거꾼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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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립한성고등여학교에서는 귀중한 여자라도 인력거를 타고 학교에 가는 것을 금하는 규칙이 있는데, 그 학교 문 앞에 흑의(黑衣) 입은 구종이 끄는 인력거 두 채씩 날마다 대령하였다. 그 인력거는 하나는 모 대신의 딸이 타고 하나는 모 대신의 며느리로 정한 여자가 타고 다닌다더라.
― “기솔한 여학교” 〈대한매일신보〉, 1908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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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이 선포한 일명 ‘교육입국조서’에도 나오지만 근대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이었다. 그러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신분에 상하귀천이 없을 수는 없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자가용 통학을 하는 고관대작의 자녀들에게 학교의 규칙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자가용 통학을 했던 이들에게는 ‘합비’라는 검은 옷을 입고 자신을 기다리는 운전기사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부의 상징이었다. 겉으로는 상하귀천이 존재하지 않았던 근대식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너희들은 절대로 내가 속한 사회로 들어올 수 없다’는 ‘구별 짓기’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 씨 척족이자 1908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총재와 이왕직장관(李王職長官)을 지냈던 민영기는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기 위해 일본에서 직접 수입한 고급 인력거를 타고 다녔다.
인력거를 사용하는 계층은 분명 한정되어 있었다. 고관대작들이나 일부 부유층, 일본인들이나 기생 등이었다. 지금의 택시처럼 ‘대중적인’ 교통수단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거는 전차나 버스,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기 전 서울의 골목골목을 활보하던 ‘새로운’ 교통수단이었다. 대한제국 시기 조선인들은 일본의 박래품인 인력거를 최신의 교통수단으로 반겼지만, 한편에서는 ‘양복 입고, 구두 신고, 지팡이 짚고, 인력거나 타고 다니면 개화한 사람이냐’며 비아냥거렸고, 그렇게 패션으로서의 문명개화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얼개화꾼’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인력거가 교통수단으로 등장하자 인력거에 대한 법적 제도도 확립되었다. 인력거는 기계가 아닌 인간의 두 다리에 의지해 동력을 얻었지만 엄연한 교통수단이었고, 가끔씩 ‘교통사고’도 발생했다. 인력거 삯 때문에 인력거꾼과 승객 사이에 시비가 붙는 일도 끊이지 않았다. 참고로 1908년도 인력거 삯은 4킬로미터에 40전이었다. 1908년 8월 총 28조로 규정된 ‘인력거 영업 단속 규칙’이 제정되었는데, 여기에는 인력거 회사 영업 규칙 및 인력거 운행 규칙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조선 최초의 ‘근대적 교통 법규’인 셈이다. 이제 몇 가지 규정을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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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조. 18세 이상과 60세 이하 신체 건강한 남자로 한함.
제10조 1항. 인력거꾼은 정결치 못하거나 아름답지 못한 의복은 입지 못함.
제10조 4항. 탈 사람이 청구할 때에 정당한 까닭 없이 거절함이 불가함.
제10조 12항. 한 사람 타는 인력거에 두 사람을 태우던지 두 사람 타는 인력거에 세 사람을 태움이 불가함. 다만 열두 살 못된 아이는 불관함.
제12조. 거리 모퉁이에서 오른편으로 꺾어 돌아가고자 하는 때는 길게 돌아감이 가함.
제15조. 경찰관서는 매년에 두 번씩(4월과 10월) 거체(인력거)와 부속품과 복장을 검사함. 그 검사를 받지 아니한 자는 영업에 사용치 못함.
제17조. 회사는 인력거 타는 삭전 정한 표를 지어서 철도 정거장과 인력거 주거장과 그 외에 필요한 처소에 개방하여 광고함이 가함.
― “인력거 영업 단속 규칙”, 〈대한매일신보〉, 1908년 8월 20일∼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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