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A, 양질의 모유를 생산하기 위한 영양소
근대 국가가 바라는 완벽한 ‘수퍼맘’이 될 수 없었던 어머니들은 어쩔 수 없이 유모를 구했다. 유모를 구했던 어머니들이라고 해서 당시 사회에서 말하는 ‘모성’이 부족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이 어머니들은 어쩔 수 없이 부족한 ‘모성’을 보충해줄 유모를 찾아야 했다. 그렇기에 유모를 고르는 기준은 까다로웠다. 신문에 구인광고를 냈을 뿐 아니라 직업소개소를 통하기도 했다. ‘적절한’ 유모를 구하는 기준은 매우 엄격했다.
 |
|
|
| |
어떤 유모를 구하는 게 좋은지, 그 필요한 조건은,
첫째로 유모의 건강입니다. 화류병, 결핵, 문둥병이 있는 사람은 절대로 안 됩니다. 또는 각기신장병, 당뇨병, 전염성 피부병 같은 것이 있는 사람은 부적당합니다.
유모를 구하여 드릴 때는 반드시 의사의 진찰을 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와 동시에 유모 자신의 아이도 건강한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음주는 물론이요 담배도 피지 않는 사람이 좋습니다.
둘째는 유모의 성질입니다. 무엇보다도 선량하고 정직하고 그리고 신경질이거나 보통의 이해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안 됩니다.
셋째는 젖의 분량이 충분한가 어떤가를 확실히 보아야 합니다.
― “유모를 선택할 때 세 조건을 잊지 마라”, 〈동아일보〉, 1932년 3월 9일
|
|
| |
|
 |
젖이 나온다고 해서 모두가 유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모를 들일 때에는 유모의 나이, 건강, 덕성, 젖의 상태 등을 확인했다. 만약 산모와 나이가 같고 같은 날에 출산을 했으며, 건강 상태가 양호할뿐더러, 성격까지 좋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물론 유모 선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유모의 건강이었다. 이는 젖을 통해 다양한 질병이 아이에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
|
| |
평양부 김성녀[金姓女, 35세, 김씨 성을 가진 여자]는 (……) 기생 한×성(20세)을 상대로 평양경찰서에 고소를 제기하였는데, 그 내용은 원고는 작년 말 피고의 어린 딸을 1개월에 7원의 보수로 젖을 먹여 왔는데, 자기 어머니의 매독을 유전 받은 그 아이 때문에 젖을 통하여 결국 원고도 악성 매독이 전염되었다는 것이다.
― “신체엔 손을 안 대도 상해죄가 성립될까”, 〈조선중앙일보〉, 1935년 8월 4일
|
|
| |
|
 |
기생의 딸로 태어난 아기는 어머니로부터 매독이 전염되었다. 매독균이 전염된 아이는 다시 유모에게 매독을 옮겼다. 산모나 유모의 젖을 통해 질병이 아이에게로 전염되는 경우는 있지만, 그 반대로 아이가 유모에게 질병을 옮기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에게는 ‘상해죄’의 성립 여부가 중요했겠지만, 그보다는 ‘어머니-아이-유모’가 ‘젖’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의 건강에 간섭하고 있는 사실이 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젖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는 의견이 팽배해져만 갔다. 아이에게 혹시 모를 질병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방책은 우선 모유를 수유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건강한 유모의 젖을 수유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앞서 살펴보았던 유럽의 경우처럼 식민지 조선에도 ‘사악한 유방’의 논리가 등장하기에 이른다.
 |
|
|
| |
어머니의 몸이 몹시 약하다든가 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부득이한 경우에는 하는 수 없이 가정 형편에 따라 유모를 쓴다든지 우유를 먹일 수밖에 없겠습니다마는 어머니 젖이 아닌 딴 젖은 아기의 발육 상 결코 좋지 못합니다. 우유나 모유나 자랄 애는 자란다고 하지만 그것은 예외를 들어서 하는 말이지 정당하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프랑스나 미국 같은 곳에서는 그 어머니들이 자기의 미(美)를 보존하려고 인공영양(人工營養)으로 키우는 일이 많으나 그 영양은 여간 나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외국의 한 예지만 여기서도 그와 비슷한 실례가 있습니다. 돈 있는 집안에서는 그 어머니의 몸을 위한다고 해서 의례히 유모를 대는 집들이 있는데 이것은 여간 나쁜 것이 아닙니다. 인공모유로 기른 아이와 모유로 기른 아이의 발육의 결과를 비교해본 결과 모유로 자라지 못한 아이는 10센티나 신장이 적을 뿐 아니라 특히 우유로 키우는 데는 여러 가지로 위험성이 따릅니다. 또 영양상에서 오는 해뿐 아니라 어머니와 자식의 그 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정(情)이란 젖을 먹이는데서 우러나는 것이니 이것을 생각할 때 이는 일층 중대한 일인 줄 압니다.
― “애기에게는 어머니 젖이 제일”, 〈조선중앙일보〉, 1936년 2월 24일
|
|
| |
|
 |
어머니의 일차적인 ‘의무’는 ‘자식’의 양육이지,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의 몸이 망가질지라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모성’이라는 식으로 선전되었다. 내가 자식을 얼마나 사랑하느냐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모유 수유였다. 만약 산모가 모유를 수유하지 못할 경우 유모를 구했는데, 건강한 유모를 구한다고 해도 그 ‘젖의 품질’이 좋지 않다면 허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젖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머니이건 유모이건 간에 아이를 위해서는 양질의 젖을 ‘생산’해야 됐는데, 이를 위해서는 어머니나 유모나 양질의 영양분을 섭취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비타민A가 중요한 영양소로 등장한다.
 |
|
|
| |
종래의 영양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단백, 지방, 탄수화물의 삼대 영양소와 무기염류라는 성분을 적당히 배합하여 필요한 열량을 섭취하면 좋다고 하였습니다. (……) 이상의 영양소만으로는 동물이 생장하며 건강을 보전할 수가 업고, 또 다른 무슨 영양소의 부족이 잇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로 고심 연구한 결과, 드디어 발명한 것이 오늘날 세상에서 떠드는 비타민이란 것입니다. (……) 영양상 가장 중요한 것은 비타민A라고 하는데 우리 인류는 비타민A가 없이는 도저히 성장할 수도 없고 생존을 계속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 비타민의 결핍은 생식력에도 많은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젖 먹이는 어머니의 유즙(乳汁) 부족에도 한 원인이 됩니다. 그럼으로 부인의 임신 시기와 젖 먹이는 시기에 있어서는 비타민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이 필요합니다.
― D·T·K, “상식 강좌”, 〈별건곤〉, 1928년 2월
|
|
| |
|
 |
비타민이 만병을 예방하는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 군림한 지는 오래된 일이다. 산모나 유모에게 중요한 영양소, 즉 좋은 젖을 생산하기 위해서 비타민A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어머니이건 유모이건 아이이건 똑같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생명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