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앵무새/아나톨의 망상 - 지만지 고전선집 402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최석희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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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16]


최석희가 번역하여 지만지 출판사에서 402번 째로 출간된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희곡 <초록 앵무새>와 <아나톨의 망상>을 보았다. 아르투어 슈니츨러라는 작가를 알게 된 건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흠모하던 시절 때였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출연했던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 <아이즈 와이드 셧>에 대한 검색을 하던 중 나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 이야기>(혹은 <꿈의 노벨레>라는 제목으로 출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설에 대해서는 따로 기록해두지 않았는데 영화와 관련하여 간단하게 적어둔 것은 있다.

"소설과 영화와 합해져 시너지 효과를 발한 작품으로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 이야기>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샷>이 있다. 소설을 먼저 본 뒤에 영화를 봤는데, 그래서 영화 속 인물의 말과 행동에 더욱 공감할 수 있었고 결국 영화 작품에 만족할 수 있었다. 만약 소설을 먼저 보지 않고 영화를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재미있게 봤긴 했겠지만 만족도에는 조금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었는데,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겠다.

<초록 앵무새>와 <아나톨의 망상>은 대단히 다른 작품이다. 크게 봤을 때, 전자가 연극(허위,거짓)과 현실(진실,사실)을 절묘하게 비꼼으로써 계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본성 내지는 시대적, 사회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후자는 (망상한다기보다는 찌질함에 가까운)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연애 혹은 기억의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결과(?) 번역자의 해설은 물론이거니와 지인의 리뷰에도 <아나톨의 망상>보다는 <초록 앵무새>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아나톨의 망상>에 더 관심이 갔다. 현재 내 관심이 그 작품에서 보여지는 부분에 더 공명했으므로.

문학작품을 많이 읽으면 간접경험이 풍부해진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경험(과 고민)이 풍부한 사람이 문학작품을 더 깊고 넓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접경험은 말 그대로 간접경험일 뿐 직접 겪은 일이 한 개인에게 주는 영향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러니까 최근에 내가 많이 하는 생각들 중 하나, 왜 남자와 여자의 연애(혹은 사랑)에 있어서, 그 시작부터 끝까지, 일부 예외를 제외하자면, 여자가 남자보다 한 걸음쯤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가. 그리하여 사랑에 빠진 많은 남자들이 찌질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을 목격하게 되는가.

아나톨은 그러니까, 어쩐지 많은 남자들의 안 좋은 보편성을 이끌어내 만든 캐릭터인 것 같다. 그리하여 (작품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기는 하지만)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에 아나톨이 몹시 싫다가도, 내 모습을 보고 있다는 이유로 안쓰러운 마음에 미워하기만도 힘든 그런 캐릭터.

아나톨은 친구인 막스와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기억만 믿을 수는 없어... 기억은 거짓말을 하지. 기억은 변덕스럽지... 그러면, 우리들은 연애할 때 무엇을 알고 있는가?"(102) 그 후 아나톨은, 자신에게 교태를 부린다고 망상하(지만 이후에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걸 어렴풋이 깨닫)는 아네테와의 대화에 이어,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베르타와 답답하기 짝이 없는 대화를 나눈다. 결국 베르타는 "당신네들은 거짓말을 끌어내요. 우리에게 거짓말을 강요한다고요!"(126)라는, 괜히 내 가슴을 쾅 두드리는 말을 아나톨에게 내뱉고 말지만 아나톨은 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기억만을 믿을 수는 없다며 자기 입으로 말한 그 기억만을 신봉한 채로.

마지막 부분인 아네테와 그의 연인인 플리더와의 대화, 특히 끝나기 직전 아네테의 말 "지금은 질투를 하지 않나요? (...) 나의 귀여운 천사여! 저런 늙은이에 대해서는 말이에요!"(132)는, 두세 번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해설을 보고 나서야 무슨 말인지 알게 되었고, 동시에 내가 여전히 책을 꼼꼼하게 읽지 못한다는 사실도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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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 염상섭 중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9
염상섭 지음, 김경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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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7]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어 김경수가 책임 편집을 맡은 염상섭 중편선 <만세전> 중 표제작인 <만세전>을 보았다. 이 소설은 로드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인화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향하면서 보고 느끼는 1918년 겨울의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인상기 내지는 관찰기"(<산책자의 눈길>, 203)라고 할 수 있다. 동경에서 출발하여, 고베, 시모노세키를 거쳐 현해탄을 건넌 후 부산 찍고 김천 들렀다 서울에 다다르는 로드소설. 그리하여 이 소설의 공간적 구조에서 길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특히 "그 길이 철도(기선)로 되어 있다는 점이야말로 염상섭 문학의 근대적 성격을 지탱하는 척추에 해당한다"(<염상섭연구>,194)고 김윤식은 말한다. 이 소설을 보면 당대를 향한 염상섭의 시각이 얼마나 첨예한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감각이 얼마나 웅숭깊은지 맛볼 수 있다. 소설의 절정에서 주인공이 토로하는 "'공동묘지다! 구더기가 우글우글하는 공동묘지다!'"(127)를 보니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 (*<암흑의 핵심>, <어둠의 속>, <어둠의 심연> 등의 제목으로 번역됐는데 이 중에서 <어둠의 심연>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속 주인공인 커츠의 절규 "'끔찍하다! 끔찍해!'"(<어둠의 심연>, 151)가 떠올랐다. 이 두 소설은 전반적인 분위기나 서사기법 등 여러 부분이 다르지만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 <묘지>라고 지었던 소설의 제목을, 작가는 어떤 이유로 <만세전>이라고 바꾸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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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 - 魔人, 판타스틱 클래식 01
김내성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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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18]


추리소설의 리뷰를 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든 내용을 다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쓰지 말아야 할 것들, 그러니까 스포일러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다물어야 하기 때문에. (입이 근질근질한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랍니다!) 핵심 내용은 적절히 숨긴 채 떡밥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여 리뷰를 쓰는 수밖에.

떡밥, 해서 말이지만 우리나라 탐정소설(요새는 흔히 추리소설이라고 하지만, 소설 <마인> 안에서도, 그리고 <마인>과 관련된 글에서도 탐정소설이라 칭하고 있으니 이것으로 통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김내성이야 말로 떡밥의 제왕. 출생이 모호한 해월이라는 존재에서부터, 얽히고 얽힌 관계의 비밀이라든지, 기괴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묘사력, 베일에 가려 있는 연애사까지 등등등.

작가는 특히 탐정소설답지 않게(?) 인물들의 연애감정에 대단한 공을 들였는데 책 말미 정혜영 교수가 쓴 "해설"에 따르면 다 이유가 있었다. 탐정소설이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던 시기, 그것과는 무관하게 번안소설 <장한몽> 이래로 재력과 관련된 연애사 에피소드는 일반화되어 있었다. 작가는 탐정소설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않은 당대의 독자들을 위해 신파 코드를 대거 끌어드림으로써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아예 대놓고 다음과 같이 쓰기까지 한다. "먼 듯하면서도 가까운 것은 젊은 남녀의 마음과 마음이라고, 이것은 연애소설독본 제일과에 쓰여 있는 말일 것이다."(184p)라든지, "점점 격해가는 두 사람의 감정이었다. 사나이 둘에 계집 하나! 그것은 어느 세계에서느 평화를 멀리하는 하나의 비극적 요소일 것이었다."(191p)

이야기는 (당시 한국의 실정과는 거리가 먼) 가장무도회에서부터 시작한다. "세계적인 무희 주은몽(*여주인공)은 결혼식을 앞두고 (*연 가장무도회에서) 주홍빛 망토를 둘러쓴 괴인(*해월)의 습격을 받는다." 그후 해월은 조금씩 조금씩 주은몽의 숨통을 조여가며 범행을 일삼는다. 그리고 조선 최고의 명탐정 유불란이 등장하여 이 둘은 일생일대의 대격돌을 펼친다. "숨 가쁘게 반전을 거듭하는 사건 속에서 번득이는 명탐정 유불란의 날카로운 추리. 유불란은 악마의 손으로부터 주은몽을 구하고 경성 시민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인가?"(책뒤표지)

해월이라는 정체 불명의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써 소설은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지만, 주지하다시피 이 소설은 판타지소설이 아니라 탐정소설이다. 전봉관 교수가 <판타스틱> 2009년 봄호 "<마인> 속 경성과 경성 문화"에도 썼듯이, "탐정소설에서 미학적으로 중요한 것은 현실성(reality)이 아니라 핍진성(verisimiltude)"(211p)이다. 이야기의 내적 개연성이 다른 어느 장르의 소설보다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는 것이 탐정소설의 임무. 그러므로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요즈음의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아니, 그저 상식적으로만 생각해본다면 범인의 실체를 파악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내성의 필치 역시 독자를 상식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할 만큼 뛰어나다.

이 소설에는 이를테면 "어찌 됐든 필자는 여기서 잠깐 붓 끝을 돌려, 독자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한 이 복잡한 사건을 절반 이상이나 단순화시킨 하나의 명 논문을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167p)와 같은 독특한 문체가 종종 등장한다. 요사이 소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데, 그러니까 3인칭 화자가 소설과 거리 유지를 하지 않은 채 소설 속에 직접 등장하는 장면. 가라타니 고진이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에서 언문일치와 관련하여 모리 오가이의 <무희>와 후타바테이 시메이의 <뜬구름>을 비교하며 언급한 부분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해설"에서는 문맹률과 관련해서 설명한 부분이 있어 눈에 띄었다. "지식습득의 기초적인 문자해독 능력조차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이 상황에서 과학적 추론에 기반한 논리적 사고력과 같은 조선민족의 이지적 활동을 기대하기란 분명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작가는, "추리의 부분을 독자들에게 맡기기보다는 가능한 작가의 설명의 부분으로 남겨둠에 의해 추리의 묘미가 아닌 추리의 난해함으로부터 독자들을 구원"(486p)한 것이었고 그것이 작가의 탐정소설 창작방안이었다는 점.

소설 막판의 떡밥들은 먹다가 체할라 싶을 만큼 그 설정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더욱이 아쉬운 건, "해설"에 따르면 그런 장치들이 작가가 소설 외적인 차원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표현되었다기보다는 단순히 에피소드 차원으로 전락했다는 점. 물론 어느 나라 근대에도 뒤지지 않을 화려한 배경 속에서의 막판 추격신은 꽤 인상적이었다. 자연스레 19세기 말이나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프랑스 (소설이)라든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떠오를 만큼.

소설의 제목은 <마인>이다. 마귀 마(魔)자에 사람 인(人)자를 써서 마인. 과연 작가 김내성은 어떤 이유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처음엔 제목마저도 떡밥이었구나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많은 의미가 담긴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과연, 소설 속에서 진정한 마인은 과연 누구일까. (떡밥이 좀 부족한 듯하지만 이쯤에서 마쳐야지 더 썼다간 범인이 누구인지 확 불어버릴...)


사족1.

다음은 "해설"에 있는 구절이다. "생활을 위해 통속 역사소설 창작에 손을 대면서 김동인이 표했던 자괴감, 자기비하와 같은 심각할 정도의 '순문학 중심주의적' 태도가 이 시기 조선의 문단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이십, 삼십 년대 작가들에게 있어서 탐정소설의 창작이란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타협해야 했던 수치스러운 경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480p) 그로부터 칠팔십여 년이 흘렀다. 과연 문단의 태도가 그때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조금은 나아졌겠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소설 토양을 갉아먹는 것처럼밖에 보이지 않는, 아 놀라워라 이토록 고귀한 순문학 중심주의적 태도.

사족2.

소설 한구절이 현 남북정세와 맞물려 괜히 눈에 밟혔다. 주은몽의 남편 백영호가 주은몽에게 말한다. // "아무튼 집안이 너무 음침해서 못쓰겠소. 이젠 몸도 어지간히 회복되었으니 우리 신혼여행 겸 어디 산수 좋은 데로 여행이나 떠납시다. 무엇보다도 당신의 기분을 좀 전환시켜야지! 우리 내일이라도 떠납시다. 금강산은 어떻소?" //(149p) 무려, "금강산은 어떻소?"란다. 이 구절이 마치 "우리 날도 더운데 이번 주말에 달나라 여행이나 갈까?"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착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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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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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12]


  호어스트 에버스가 쓰고 김혜은이 옮겨 작가정신에서 나온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를 보았다. 읽다보면 큭큭 거린다며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책인데 아니나 다를까 읽는 내내 피식피식 큭큭 거리며 보았다. 이 책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에 걸쳐 정기 낭독 무대에서 공연된 짧은 이야기 모음집인데, 발표한 작품 중에서 작가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들을 모은 뒤 작품 내재적 질서에 따라 차례를 꾸민 책이다. 그냥 읽기만 해도 꽤 재미있는데 작가가 자신의 유머와 감정을 살려 직접 낭독해주면 어지간한 코메디 프로그램 못지 않겠구나 싶었다. 이야기 대부분이 아마도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반추해가며 (약간의 과장 내지는 왜곡을 섞어) 구성했을텐데, 어떻게 자신의 과거 혹은 기억을 이다지도 유쾌하게 꾸며낼 수 있는 건지, 삶을 바라보는 마인드나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참 긍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앞날개에 작가 사진이 나와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장난기 가득한 눈빛과 웃음 딱 그만큼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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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봐
줄리안 반즈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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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09]


줄리언 반스가 쓰고 신재실이 옮겨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내 말 좀 들어봐>를 봤다. 두 번째로 읽는 소설이다. 이전에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은 적이 있고, <101/2장으로 쓴 세계 역사>를 읽다 만 적이 있다. 어쨌거나 줄리언 반스는 소설이라는 서사장르 혹은 이야기형태를 참 잘 알고 대단히 좋아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소설가 김연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로 줄리언 반스를 한손에(혹은 양손에) 꼽는 이유도 조금은 알 것 같고.

아무려나 이 소설은 간단히 줄여 말하면 고품격 연애사랑결혼(심지어 인생) 소설이다. 통속적인 소재(삼각관계)를 사용했지만, 통속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으며,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결말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다시금 하게 된 생각.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종은 남자이며,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종은 여자라는 사실. 더불어 여자가 멋있다는 걸 아는 종은 남자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이 글을 쓰며 문득 연애와 사랑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굳이 차이가 있다면 연애는 좀더 관계의 문제에 가깝고 사랑은 좀더 감정의 문제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연애는 대체로 어렵고, 사랑은 종종 힘든 것.

인상적인 구절이 많아 발췌해둔 부분도 많고, 그래서 단평으로 끝내기 아쉬운 소설인데 다음에 읽을 책을 위해 이 정도에서 그쳐야겠다. 무엇보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이야기 나눈 친구와의 말대로 앞으로 잔뜩 책을 읽어야 하니까. "옮긴이의 말" 부분도 여러 모로 괜찮았는데, 그중에서 오늘의 대화와 관련하여 발췌해두고 싶은 구절. "독자가 기대하는 소설은 재미있어야 하고, 이상적으로는 진리를 말하는 소설이라야 될 것이다."(347) 역시 뭐랄까, 정답이나 해결책이나 위안이 아니라,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소설이라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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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9-06-15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결과(?) 다시금 하게 된 생각.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종은 남자이며,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종은 여자라는 사실. 더불어 여자가 멋있다는 걸 아는 종은 남자밖에 없다는 사실 또한.
-> 후훗. 하고 미소지었어요.

닉네임을뭐라하지 2009-06-16 15:06   좋아요 0 | URL
네네 ^^
후훗, 하고 미소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