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전 - 염상섭 중편선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9
염상섭 지음, 김경수 책임 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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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7]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어 김경수가 책임 편집을 맡은 염상섭 중편선 <만세전> 중 표제작인 <만세전>을 보았다. 이 소설은 로드소설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인화가 "아내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고 귀향하면서 보고 느끼는 1918년 겨울의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인상기 내지는 관찰기"(<산책자의 눈길>, 203)라고 할 수 있다. 동경에서 출발하여, 고베, 시모노세키를 거쳐 현해탄을 건넌 후 부산 찍고 김천 들렀다 서울에 다다르는 로드소설. 그리하여 이 소설의 공간적 구조에서 길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특히 "그 길이 철도(기선)로 되어 있다는 점이야말로 염상섭 문학의 근대적 성격을 지탱하는 척추에 해당한다"(<염상섭연구>,194)고 김윤식은 말한다. 이 소설을 보면 당대를 향한 염상섭의 시각이 얼마나 첨예한지,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감각이 얼마나 웅숭깊은지 맛볼 수 있다. 소설의 절정에서 주인공이 토로하는 "'공동묘지다! 구더기가 우글우글하는 공동묘지다!'"(127)를 보니 콘라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 (*<암흑의 핵심>, <어둠의 속>, <어둠의 심연> 등의 제목으로 번역됐는데 이 중에서 <어둠의 심연>이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속 주인공인 커츠의 절규 "'끔찍하다! 끔찍해!'"(<어둠의 심연>, 151)가 떠올랐다. 이 두 소설은 전반적인 분위기나 서사기법 등 여러 부분이 다르지만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애초 <묘지>라고 지었던 소설의 제목을, 작가는 어떤 이유로 <만세전>이라고 바꾸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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