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788쪽) 


1994년 7월, 마드리드 도서전, 페레 오르도녜스.


옛날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위반하고 개혁하고 태우고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공론의 장에 들어갔다.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보통 부유하거나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집안 출신이고, 이들이 펜을 잡을 때는 그 지위를 거부하거나 이에 저항한다. 창작은 기득권을 포기하는 일이고, 거절하는 일이고, 가끔은 자살하는 일이다. 그것은 가문에 반대하는 길이었다.


오늘날 스페인(그리고 스페인어권 아메리카) 문인들은 하층 계급, 즉 프롤레타리아와 룸펜 프롤레타리아 집안 출신인 경우가 놀랄 만큼 많아졌다. 그리고 그들은 보통 계급 피라미드에서 상승하기 위한 글쓰기를, 즉 아무것도 위반하지 않으려고 엄청 조심하면서 자리를 굳히는 글쓰기를 한다. 그들이 교양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 문인들처럼 아니 거의 예전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교양이 있다. 그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예전 문인들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훨씬 천박한 사람들이가. 기업가나 조직폭력배처럼 행동한다. 아무것도 거부하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만 거부한다.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하거나 제일 힘없는 사람 중에서 적을 선택한다. 광기나 격노 때문이라면 모를까 신념 때문에 자살하지는 않는다. 결국 문학판은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희극으로 시작된 모든 것은 어김없이 희극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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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볼라뇨가 "절친한 벗인 마리오 산티아고 파파스키아로와 함께 보낸 젊은 날을 기억하면서 같이 웃고 즐기기 위해서 쓴 작품"(983쪽)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좋다. 나도 좀 웃고 즐겨보겠다. 그러니 이 페이퍼는 웃고 즐기기 위한 농담이다. 물론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법한 농담. 그리고 대부분의 농담 속엔 말로 표현되지 못한 무언가가 담겨 있다. 그건 진심일 수도 있고 무의식일 수도 있으며, 어쩌면 슬픔일지도 모른다.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10년이나 20년 후, 혹은 지금 당장의 우리 아이를 위해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큰 말썽 없이 자라오던 우리 아이가 어느날 갑자가 문학을 하고 싶다고, 문학을 해야겠다고 선언해온다. 아이들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것에, 그게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 모른 채 이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덜컥, 걱정이 한가득 생길 것이다. 문학을 한다니, 도대체 얘가 뭘 안다고 이런 소리를 하는 건가. 하지만 우리 역시 문학을 한다는 게 무엇인지 모르기는 매한가지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러지 말라고 타일러야 하는지, 그러면 안 된다고 나무래야 하는지. 이럴 때를 대비해 우리는 이 책을 구입해뒀다. 우리는 그저 말 없이, 책장 구석 어딘가에 꽂혀 먼지가 소복히 쌓여 있을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꺼내 아이에게 건네면 된다.

그리고 한마디.

"이 책을 다 보고 나서도 문학을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다."



아이는 책의 두께를 보고 순간 움찔, 할 수도 있겠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책을 받아들 것이다. 그리고 그날부터 당장 책을 읽어나가겠지.

조숙한 여자 아이가 아니라면, 그러니까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은 소설의 1부를 보며 조금 당황해할 것이다. 왜 아빠가 나한테 이런 책을? 그날 이후 어떤 여자아이들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잠시 아빠를 멀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순가. 시간은 흐를 것이고, 결국 아이도 아빠를 이해할 날이 올 것이며, 무엇보다 앞으로 문학하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을 텐데.

조숙하거나 말거나 남자 아이라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야동에만 익숙하던 우리 아이들은, 응? 아빠도 이런 거 보나? 하며 의아해할 것이다람쥐... 그렇게 약간의 공황 상태에 빠져, 그러나 어느새 불쑥 솟아오른 성기를 보며 (...뒷말은 생략한다.)  

어쨌거나 다수의 아이들은 1부를 다 보고 2부를 볼 것이다. 그리고 잠당하건대(정말?), 열 명 중 예닐곱 명 정도의 아이들은 2부를 보다가, 가끔 졸다가, 보다가 안 보다가,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다시 보려 했다가 졸다가, 결국 자연스레 다시 학업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한두 명 정도의 아이는 이 책을 꼼꼼하게 읽을 것이고, 어쩌면 제법 장문의 감상문까지 써서 자신의 의지를 보이려고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작품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할지도 모른다. 제가 이렇게나 문학을 하고 싶답니다래끼. 이런 공황상태가 찾아올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할 필요 없다. 이 아이는 문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하지 않을 것이다. 문학을 하고 있기엔 그의 문학적 재능이 너무 크다.

영특한 한 명 정도의 아이들은 이 책을 무사히 다 볼 것이고, 아버지가 왜 이 책을 보라고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며, 덜컥, 문학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감지할 것이며, 순순히 다시 학업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

역시나 인내를 갖고 악착같이 이 책을 완독한, 어쩌면 다 읽지 못했을 수도 있는, 열에 한 명 정도 나올까 말까 한 아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없길 바란다. 그 아이는 아마 책을 읽는 며칠 동안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드래곤 볼>의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듯, 고작 며칠 동안 몇 년의 시간을 보내기라도 한 것 같은 눈빛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아이가 문학을 할지 하지 않을지 당장은 알 수 없다. 다만 아이는 꽤 오랫동안 방황할 것이다. 문학 언저리를 끊임없이 맴돌겠지. 드러내지는 못한 채, 많이 힘들어 할 것이다. 아이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페이퍼는 농담이지만(비록 아무도 웃기지 못한 실패한 농담일지언정),
이 책이 소장할 가치가 있다는 말만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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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2-06-12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만없, 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혹시 아세요 '야만없'?

닉네임을뭐라하지 2012-06-12 19:27   좋아요 0 | URL
앐라면 아는데...
 


<로베르토 볼라뇨 : 마지막 인터뷰>라는 영어판 책에 있는 인터뷰를 한글로 옮겨봤어요. 해석이 잘 안 되는 구절은 그냥 원문 그대로 적었고요. (누가 좀 알려주시길 ^^;;)

인터뷰어의 이름은 엑토르 소토와 마티아스 브라보입니다. (잘못 해석한 부분이 많겠지만;;) 재미있게 보시길. 혹시 저작권... 뭐 이런 거에 문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학은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HS/MB : 라틴 아메리카 붐 작가들과의 관계는 어때요?




RB : 좋아요, 아주 좋아요. 물론 독자로서 말이에요. 어쨌거나 ‘붐’은 불명확한 개념이에요. 그건 사람들이 어떤 변수를 주느냐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에르네스토) 사바토는 포함되나요 아니면 포함되지 않나요? (*후안 카를로스) 오네티는 어떻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라고 말하겠죠. 저에겐 ‘붐’의 초석 같은 (*후안) 룰포 역시 빠졌고요.




HS/MB : 그 운동의 상징적인 존재들이 너무 받들어졌기 때문이겠죠. 점점 더 명예가 회복되고 있는 (*아우구스토) 몬테로소나 오네티 같은 조용한 존재들에 대해서는 불공평했고요.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관련을 맺고 있어요.


RB : 전 그렇게 믿지 않아요. 바르가스 요사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은 거대하잖아요.


HS/MB : 대성당이죠.



RB : 대성당보다 더 대단하죠. 시간이 그들을 해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요사의 작업은 어마어마하잖아요. 거기엔 들어가는 지점과 나오는 지점이 수천 개가 있어요.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문학도 마찬가지고요. 그들은 둘 다 유명인사죠. 그들이 단지 문학계의 인사인 건 아니잖아요. 바르가스 요사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죠.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있고 매우 영향력이 있죠. 이런 사실이 뭔가를 조금 왜곡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사회계급적인 면에서 그들의 위치를 보지 않을 순 없죠. 그들은 뛰어난 사람들이고 자신들 뒤를 따르는 사람들, 그러니까 제 세대의 작가들보다 뛰어나요. 가령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민음사) (or <대령에게 편지는 오지 않는다>(*범한출판사)) 같은 책은 정말 완벽하죠.


HS/MB : 붐 시기 동안 ‘붐’ 작품을 읽고 나서부터, 당신은 시인의 관점으로 책을 읽은 게 틀림없어요. 그 기간 동안 당신은 시만 썼어요.


RB : 맞아요. 하지만 전 서사물을 많이 읽었어요. 제가 시인의 관점으로 책을 읽는 건 분명하지만 그건 어떤 면에선 부끄러운 일이죠. 만약 화자의 관점으로 책을 읽었다면 전 아마 더 많이 배웠을 거예요. 어쩌면 소설의 내부 구조를 보는 방식에서 틈이 있었을 거예요. 다른 관점으로 읽는 걸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겠죠.


HS/MB : 전 당신이 작은 플롯들을 짜고 그것들을 전체 소설에서 끼워맞춘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작업이 결국 어떻게 될지에 대해 미리 생각해둔 아이디어가 있는지 없는지는 비록 확신할 수 없지만요.


RB : 전 항상 아이디어가 있어요.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머릿속에 매우 정교한 구조가 있어요.


HS/MB : 매우 정교하군요. 알겠습니다. But it does not prevent each of your phrases, given the rhythm and inflection you infuse them with, from being justified, though not always in the service of the novel's unfolding plot.



RB : 글쎄요, 그건 좀 다른 거라고 생각해요. 그건 모든 산문 작가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빚과 관련이 있죠. 그건 주의를 기울여 언어에 가까워지려는 시도, 약간의 손질로 이루어져요. 전 당신의 말이 매우 고마워요, but I don't assign great relevance to hygienic definitions of my work. 그런 면에서 전 까다로워요. <야만스러운 탐정들>보다 더 멀리가지 않고 매우 나쁘게 된 것처럼 보이는 구절이나 단락이 있어요. 그것들은 제게 끔찍하게 보여요.


HS/MB : 당신의 책들은 특정한 세계에 뚜렷하게 접근해요. 그건 작가들의 세계이고, 강박적인 인물들이나 패배자들 사이에 있는, 다소 주변부적인 사람들의 세계예요. 당신의 이야기와 소설들은 또한 같은 상황이나 같은 캐릭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요.


RB : 같은 논쟁으로 돌아가기도 하고요.


HS/MB : 맞아요. 당신의 캐릭터들은 혁명적인 예술이나 세계 변혁을 위한 운동가들이에요. 그건 당신 세대의 계획이었죠.



RB : 예술을 혁명화하고 삶을 바꾸는 건 랭보가 계획한 목표였어요. 그리고 사랑을 재창조하는 것도요. 마음속으로는 삶을 예술적인 작업으로 만드는 거였겠죠.


HS/MB :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 묘사한 세계의 일부이고 그것을 향해 애정이 있는 것처럼 보여요.


RB : 저는 저 자신을 용서하고자 애쓰고 있어요.


HS/MB : 당신은 그 계획에 대해 변명하지도 않았고 그것에 대해 열광적이지도 않았어요. 그렇다고 당신이 무덤 파는 일꾼, 그러니까 비평가인 것도 아니었고요.


RB : 전 생존자예요. 전 이 계획에 대해 엄청난 애정을 느껴요. 그것의 과잉이나 무절제, 일탈에도 불구하고요. 그 계획은 대책 없이 낭만적이고, 본래 혁명적이지만, 많은 집단과 예술가 세대의 실패로 보였죠. 비록, 심지어 현재에도, 서구 예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이 비전에 빚을 지고 있지만요.


HS/MB : 이 시기에 평가 절하된 개념이 있다면, 그건 혁명에 대한 것이겠네요.



RB : 혁명에 대한 생각은 제가 스무 살이던 무렵에 이미 평가 절하됐어요. 그건 저에게 진실이에요. 그 나이에, 전 트로츠키주의자였고 소련에서 제가 본 건 반혁명이었어요. 전 제가 역사적인 운동을 지지했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그와 반대로, 뭔가 충돌했다고 느꼈죠. 그건 <야만스러운 탐정들>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통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HS/MB : 우리는 당신 인생의 어떤 부분이 거대한 혁명적인 열정에 의해 생명이 불어넣어졌다고 상상했어요.


RB : 정확하게 상상한 거예요 전 모든 것에 반대했어요. 뉴욕과 모스크바에 반대했고, 런던과 아바에 반대했으며 파리와 베이징에 반대했죠. 심지어 급진주의 속에서 발생된 고립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HS/MB : 생존했다는 감각은 그것 때문인가요?


RB : 아니요. 전 좀 더 글자 그대로의 면에서 생존자인 것처럼 느껴요. 전 죽지 않았잖아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제 많은 친구들이 죽었기 때문이에요. 무장한 혁명의 투쟁에서 죽거나 마약을 너무 많이 해서, 아니면 에이즈로 죽었죠. 비록 생존한 누군가는 지금 스페인 문단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요.


HS/MB : 작가들은 늘 그들의 영감에 대해 질문을 받고 그건 요즘에도 예외가 아닐 거예요. 일부는 삶에서 더 많이 영감을 받지만, 다른 사람들은 문학에서 더 많이 받죠.


RB : 저와 관계있는 건 둘 다예요.


HS/MB :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매우 문학적인 작가죠. 하나로만 말해보자면요.


RB : 글쎄요, 만약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면, 그리고 제가 아무것도 선택할 필요가 없도록 신이 기도한다면, 전 문학을 선택했을 거예요. 만약 거대한 도서관이나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열차표를 제공받았다면 전 아무런 의심도 없이 도서관을 잡았을 거예요. 게다가 도서관과 함께라면, 제 여행은 훨씬 더 길어졌겠죠.



HS/MB : 보르헤스처럼 당신은 책을 읽으면서 살아 왔군요.


RB : 그럭저럭 우리는 모두 책에 닻을 내리고 있어요. 도서관은 인간, 혹은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에 대한 상징이죠. 정치범 수용소가 인간에게 가장 나쁜 상징이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HS/MB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순수하게 좋은 감정을 위한 성역은 아니죠. 그것은 또한 증오나 분노를 위한 피난처이기도 하고요.


RB : 동의해요. 하지만 그 속에 좋은 감정들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죠. 보르헤스가 좋은 작가는 대개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보르헤스인 게 분명해요, 사실상 그는 모든 것을 말했으니까요. 나쁜 사람인데 좋은 작가인 경우는 드물죠. 한 명 정도 생각나네요.


HS/MB : 누구죠?



RB : 루이 페르디낭 셀리느, 위대한 작가면서 개새끼죠. 비열한 인간이에요. 그가 최악으로 비열했던 순간이 고결한 아우라로 덮여 있는 건 놀라운 일이죠. 글의 힘 때문일 거예요.


HS/MB : 라틴 아메리카와 스페인 작가들 중 어느 쪽이 당신과 문학적으로 형제지간이죠?



RB : 기본적으로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쪽에 있지만 스페인 사람들 쪽에도 있어요. 라틴 아메리카와 스페인 작가들을 분리할 수 없다고 믿어요. 우리는 모두 같은 언어 속에서 사니까요. 최소한 전 그런 국경들을 건넌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 세대에선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토대가 섞여 있어요. 같은 방식으로 그들은 또 다른 모더니즘 - 어쩌면 이 시기에 스페인 문학에서 가장 혁명적인 운동 - 시대 속에서 섞여 있고요. 자신의 표현력 때문에, 하비에르 마리아스 같은 작가들은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위대한 작가죠. 같은 이유로 젊은 스페인 작가들은 로드리오 레이 로사나 후안 비요로 같은 엄청난 작가들에게 영향을 받아야 했죠. 저는 대서양의 이쪽 저쪽에 있는 작가들 - 레이 로사, 비요로, 마리아스, 빌라 마타스, 벨렌 고페기, 빅토리아 드 스테파노 - 모두와 찍은 사진 때문에 예외적으로 축복을 받았죠.


HS/MB : 번역이나 축약본으로 우리의 우상들(제임스, 스탕달, 프루스트)을 읽는 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것은 문학입니까? 그걸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면 글은 동등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이 가능한데요.



RB : 그것들은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더욱이 문학은 단어들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잖아요. 보르헤스는 번역할 수 없는 작가가 있다고 말했어요. 케베도를 예로 말했던 것 같아요. 가시아 로르카와 다른 작가들도 포함시킬 수 있겠죠. 그런 점에도 불구하고, <돈 키호테> 같은 작품은 심지어 최악의 번역가에게도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사실상, 엄청난 페이지의 손실이나 심지어는 폭력적인 상황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고요. 따라서, 나쁜 번역이나 불완전하고 축약된 2차물에 반대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여, <돈 키호테>의 어떤 판본이라도 중국이나 아프리카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말할 거리가 많죠. 그리고 그건 문학이에요.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을 겁니다.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그건 그 나름대로의 운명일 거예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라도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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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0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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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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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독서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못 지키는 형편이지만, 왠지 그냥 한번 해보고 싶어서... 라기보다는 블로그 업데이트를 안 한 지 너무 오래 됐는데 마땅히 포스팅할 만한 책도 없고 구시렁구시렁. 소설 위주의 블로그니 소설가 위주로. 아래 언급된 작가들은 이래저래 내 블로그 이미지의 주인공인 로베르토 볼라뇨와 관계가 있다.


1. 조르주 페렉




이번 가을에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지인에게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과 <인생사용법>을 빌렸을 때만 해도 올해 안으로 두 권 다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사물들>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인생사용법>은 절판된 지 꽤 됐으나 우연한 기회로 한 권 구해두었다. 하지만 결국 구한 데 만족해버린 꼴이 됐... 정확하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조만간 열린책들에서 <The Art of Asking Your Boss For a Raise>(임금 인상을 요청하기 위해 과장에게 다가가는 기술과 방법)이(*출간됐다!), 내년 즈음에 펭귄 클래식에서 <W or the Memory of the Childhood>(W 혹은 유년기의 추억)이 번역된다고 하니 그 즈음 해서 함께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W 또는 유년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출간. <사물들>도 동시에 출간됐다.) 개인적으론 <A Void>라고 영역된 <La Disparition>(실종)을 보고 싶기는 한데 어차피 한국어로는 번역이 불가능한 소설이니까... 아마존 미리 보기로 대충 훑어보니 영역본에서도 'e'가 없는 단어로만 번역을 시도한 것 같다. ('he'나 'she'가 없어도 소설을 쓸 수 있는 건가.) 좌우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지.



볼라뇨 소개서인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볼라뇨는) 자신이 존경한 작가 조르주 페렉처럼 목록 작성하기를 좋아했다."(21쪽)
더불어 볼라뇨는 자신의 베스트 소설 중 하나로 조르주 페렉의 <인생 사용법>을 꼽고 있다.


2. 미하일 불가코프



작년엔가,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보다가 뭐가 잘 안 맞아서 중간에 그만둔 적이 있는데 올해도 결국 보지 못했다. 내년엔 꼭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알라딘 검색에는 안 나오는데 번역된 불가코프의 소설 중엔 중앙일보사의 소련+동구현대문학전집으로 나온 <극장>도 있다. 볼라뇨 이런저런 인터뷰를 뒤져봐도 러시아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언급한 경우를 잘 찾지 못했는데 그의 단편집 <전화>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때 로헬리오가 우리 쪽 술자리로 다가오더니 미하일 불가코프야말로 의심할 여지없는 20세기 최고의 작가라고 말했다. 카탈루냐 친구들 중에는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극장 소설>(*<극장>)을 읽은 사람도 있었지만, 로헬리오는 저명한 소설가가 쓴 다른 작품의 제목을 러시아어로 인용했다. 내 기억으로는 열 권도 넘었던 것 같다. (123,124쪽)


3. 필립 K. 딕



관심은 있었으나 막상 볼 생각은 못하던 차에 볼라뇨가 필립 K. 딕의 (광) 팬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얼마 전에 <유빅>을 보았다. (SF로 시작했다가 역사소설처럼 바뀌는 듯싶더니... 좌우간 이상한 소설이었다) 아쉽게도 구해볼 수 있는 장편 번역본이 별로 없다. 여하튼 내년엔 필립 K. 딕을 좀 읽어봐야겠다. (아직 보는 중이긴 한데) 영어로 편집된 볼라뇨의 인터뷰 책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했다.



(소설의 reality와 fantastic과 관련된 얘기를 하던 중) I'd like to be a writer of the fantastic, like Philip K. Dick, although as time passes and I get older, Dick seems more and more realist to me. (58쪽)


4. 제임스 엘로이



매년 일정 정도의 추리소설/탐정소설을 챙겨보려 하는데 올해는 그닥 보지 못한 것 같다. 좌우간, 제임스 엘로이는 내 잠정적 독서 리스트에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작가다. 구해볼 수 있는 번역본도 별로 없고. 헌데 이렇게 네 번째로 떠억 올라온 이유는 아래의 구절 때문.



Destective stories, and provocative remarks, were always passions of Bolaño'sㅡhe once declared James Ellroy among the best living writers in Englishㅡbut his interest in gumshoe tales went beyond matters of plot and style. (10쪽)


5. 로베르토 볼라뇨



사실 내년에 가장 보고 싶은 소설은 볼라뇨의 대표작인 <야만스러운 탐정들>과 <2666>이다. 이 소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현재 다른 소설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영역본을 구해 읽어보기는 했으나 100페이지도 넘어가지 못해 GG를 치고...


6. 그밖에



어제 모 헌책방에서 구한 최민순 신부의 번역본 <신곡>과 김석희 님이 번역한 <모비 딕>과 2006년에 헌책방에서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으나 1권만 읽고 그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내년 즈음 새 번역본이 나오기 전에 지금 가지고 있는 설순봉 역 토마스 핀천의 <V>와 강준만의 한국 근현대사 산책 시리즈, 플라톤의 <국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다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이쯤에서 그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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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3 1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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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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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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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7 0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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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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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6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이렇게 책 홍보(?)를 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서재 배경도 볼라뇨, 이미지도 볼라뇨(에 심지어 컴퓨터 바탕화면도 볼라뇨)로 바꾼 이상 뭔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모종의 의무감을 느끼면서...

원래 30000원짜리인 볼라뇨의 大作 <2666> 영역본이 60퍼센트 할인해서 12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소식 접하자마자 당장 주문해서 오늘부터 보고 있기는 한데, 영어 독해 실력이 그닥 출중하지 못해 나오는 인물과 대강의 스토리 정도만 파악하고 우선 그냥 무식하게 읽어나갈 생각.

(언제쯤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거 다 보면 <야만스러운 탐정들> 영역본도 볼 계획인데, 음... 그때 맞춰서 알라딘에서 지금처럼 할인 행사 해주면 감사하겠...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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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외서 대박 할인에서 건져보자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0-11-30 22:18 
    50% 이상이라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네요.   금액별 할인쿠폰도 놓치지 마시구요. 이벤트는 요기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foreign.aspx?pn=101101_bargain&idx=2#focus  일단 저 역시 포스 넘치는 볼라뇨의 2666 하드커버 원츄입니다.    666원 마케팅을 만들어낸 그 책 2666에서 온 666원이라고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