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호수의 풀들은 시들어가고 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네. -키츠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인구가 대거 유입되면서 인간의 삶은 편리하고 풍요로워졌다.게다가 과학과 의학,기술 수준이 제고되면서 인간의 수명도 자연스레 연장되었다.그런데 농경문화라는 틀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던 인류가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한다는 명분하에 신이 물려준 자연 생태계를 공격하고 훼손하며 굴복시켜 놓고 말았던 것이다.인간의 삶이 과연 얼마나 풍요로워졌고,과연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나는 사람과 자연이 호흡하던 어린 시절을 겪으며 성장했다.내 기억에 선명한 자연 생태계의 본모습이 어른이 된 지금도 눈만 감으면 선하게 다가온다.물풀이 우거진 도랑 좌우로 미꾸라지와 피리,송사리들이 저마다 먹이감을 찾아 유영을 하고,산속 계곡에는 크고 작은 돌들을 밀쳐 내면 민물가재들이 꿈틀거린다.또한 들에는 계절에 따라 진귀한 곤충들이 풀 속을 헤엄쳐 다니고 산에는 각종 새들이 나무와 나무,이 산과 저 산을 옮겨 다니며 짝짓기도 하고 일상을 챙기기도 한다.논과 밭에는 메뚜기와 여치,방아깨비와 그 외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곤충과 절지동물들을 볼 수가 있었다.농사철이 되면 분뇨와 퇴비를 거름으로 삼았던 시절이라 코를 막고 마는 분뇨 냄새,김이 모락모락 나는 퇴비의 향긋한 풀냄새가 뒤범벅이 되기도 했다.그 시절은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게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환경학의 고전이라 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년 미국에서 출판되었다.당시엔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시민운동가들에 의해 DDT(유기 염소계열의 살충제이자 농약)의 제조 금지와 환경보호를 위한 주 및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요청이 있었다.침묵의 봄이 출간되어 50여 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도 환경 문제는 여전히 풀어내야 할 지구상의 과제이다.침묵의 봄과 관련하여 저자 레이첼 카슨은 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인간의 권리 가운데 하나가 "다른 인간이 뿌린 독극물을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권리'라고 말한 바 있다.그러나 정부 및 이윤 및 시장 점유율을 노리는 기업체는 이 문제에 대해 무지하고 탐욕스러우며 태만할 뿐이다.레이첼 카슨 저자의 용기있는 발언과 저작에 의해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수면하에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무분별한 살충제.제초제는 공기.토양.하천.바다를 오염시킨다.게다가 생물체의 세포 및 조직 깊숙이 침윤하여 인체의 주요 장기를 망가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살충제의 과다 살포는 토양과 하천,강을 오염시키면서 야생 동.식물의 죽음을 부르고 종(種)의 절멸의 원인이기도 하다.살충제가 각종 야생생물의 죽음을 초래하고,제초제의 남용이 산나무,꽃,산채 등을 훼손시키고 말았다.인간과 자연이 호흡을 맞추면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먼 옛날의 일처럼 다가온다.근래는 살충제,제초제를 떠나 수익창출,시장 점유를 높이기 위해 각종 인체에 해로운 항생제를 남용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체 입장에선 식생의 기준치로 삼는 수치가 미미하지만 자꾸 항생제 제품을 자꾸 먹게 되면 결국 인체의 신경세포 및 장기는 소리없이 죽어가는 법이다.특히 살충제는 유해 독성물로 이것에 과다 노출하게 되면 부신,고환,갑상선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명절이 되면 으례 고향을 찾게 된다.그런데 산과 들의 모습은 예전처럼 풍요롭지 않다.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온데간데 없고 논과 밭은 잡초로 무성하고,길이란 길은 시멘트,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있다.어린 시절엔 앞마당의 텃밭을 손으로 후벼 파도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지네가 기어다니곤 했다.산과 들,논과 밭은 계절에 따라 각종 동식물들의 향연으로 가득찼다.먼 산을 바라보고 들판을 누비는 것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고 추억이다.그런데 지금은 내가 눈으로 보고 관찰하고 벗으로 삼았던 야생동식물들을 볼 수가 없다.봄이 되면 남쪽에서 찾아오던 제비도 이제는 만날 수가 없다.인간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게 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은 인간이 살아가야 할 가치와 의미를 잃게 만들었다.또한 인간에게 유기인산계 물질을 가까이 하게 되면 기억력 감퇴,정신분열,우울증 등의 증후가 나타난다고 한다. 유독성 살충제,제초제,항상제 등의 과다 사용은 인간,동.식물 모두를 재앙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

 

 용기와 담대함으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끄집어 내고 이기적인 인간의 사악함을 고발한 『침묵의 봄』은 환경학의 고전이 아닐 수가 없다.다소 딱딱하고 난해하리라 여겨졌지만 읽어가다 보니 쉽고 친근감 있는 어조로 인식력과 이해도를 높여 주었다.한 번 훼손된 자연 생태계는 복구하기 어렵다고 한다.인간의 극도의 이기심과 사악함의 끝은 없는 것일까.환경 문제를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할 수 있는 사회 지도자가 등장하여 세상을 바꾸고 변화시켜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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