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숲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권수연 옮김 / 포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표지 인물의 얼굴에서 풍기는 인상은 악마를 연상케 한다.소름끼치는 전율감과 뒷걸음질이라도 쳐야 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흉모(凶謀)로 가득차 있는 얼굴이다.이 사람도 태생 자체가 누군가를 죽이고 사회를 불안케 하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잘못 만난 부모의 DNA 유전자를 닮았다든지 성장하면서 보고 배웠던 것들이 악마의 소굴은 아니었던 것일까.이 글을 읽기 전에 표지 인물을 보니 그러한 생각이 내내 마음 속에 똬리를 틀고 내 마음 밖으로 떠날 줄을 몰랐다.

 

 인간이 사는 사회는 승자가 주도권을 쥐고 살아가는 법이다.고금을 막론하고 말이다.정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사회는 평등,자유가 완전하게 걷지를 않는다.인간이 사는 세상은 경쟁과 불평등 속에서 주도권을 쥔 자들에 의해 사회가 흘러간다는 것이다.두말할 나위가 없는 사회법칙은 아닐까.사회가 불평등하고 억압받던 군부 독재 시절에는 특히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와 개성은 주류 이데올로기에 파묻히고 만다.힘없는 민중은 독재 정권에 눈에 거슬리고 찍히기라도 하는 날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인간 이하의 수모와 유린을 당하고 만다.이러한 사례는 한국 현대사 가운데 군부 독재시대가 민주화를 부르짖었던 세력들에게 행했던 비인권적,비인도적 처사가 잘 말해 주고 있다.

 

 이 글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해 나가는 스릴 넘치는 이야기이다.근자 이슬람 IS 과격단체에게 파리가 테러의 소굴로 변하면서 세계가 뒤숭숭한 가운데,공교롭게도 이 글도 파리가 공간 배경으로 연쇄 살인사건이 세 차례 이상 터진다.시신이 발견된 현장에는 으레 사지 절단,식인 흔적,유혈 낭자 등 괴기하다 못해 온몸이 공포와 전율로 휩싸이고 만다.낭테르 지방법원 판사인 잔과 텐 판사가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면서 귀중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즉 잔 판사는 정신과 의사인 페로의 진료 녹음파일을 엿듣다가 연쇄살인범을 동일범으로 추정하면서 정신과 의사 페로부터 만나려 하는데 용의자,의사 모두 오리무중이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목격자,피해자 주변인물의 증언은 없고 단지 정신과 의사의 녹음파일을 토대로 살인범을 추적해 나가는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다.놀라운 것은 시신을 절단하고 인육과 골수를 즐기는 전형적인 인면수심의 인간이 아닐까.파리에서 발생한 세 차례 이상의 연쇄살인 사건의 공통점은 힘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참하게 살해하고 인육과 유혈을 즐기려는 듯한 변태적인 행위에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이야기는 전반에는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소식을 전해주는 듯 하다 연쇄범의 용의자인 요아킴을 '자폐.유전.원시'라는 테제로 압축하여 추적해 나간다.잔 판사는 히피족 부모에게 태어나 학창시절엔 남미권을 두루 주유하면서 스페인어에 능통한 재원이다.게다가 국제적인 감각과 수사능력,젊음이라는 삼위가 일체하여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용의자 요아킴은 변호사이면서 자폐증세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는 악이 낳은 아이였다.요아킴의 소재지를 알아내어 그를 잡기 위해 바다 건너 중미(니카라과,과테말라)와 남미(아르헨티나)를 전전한다.특이한 것은 1976년 무렵 군사독재 정권이 탄생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사람을 죽이고 인육과 유혈 낭자극의 시대가 꽤 오래 진행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작가는 박학다식의 소유자인 것 같다.생물학,법의학 지식은 물론이고 중.남미 현대사와 세계 현대사와의 연계점을 이 잡듯이 재현하고 있다.소중한 자식과 형제자매가 유권 유린을 자행하는 군부에 의해 이슬과 같이 사라지고 마는데,시체마저 유가족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공중에서 바다로 시체를 던져 버려 완전범죄를 획책하고 있다.아르헨티나가 1982년 영국과 포틀랜드 전쟁을 치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패정치,국론분열,인권유린이 극치를 걷던 시대에서 영국에게 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 아닐런지.부정과 억압이 판치던 아르헨티나 현대사가 낳은 요아킴은 반인반수와 같은 생활을 해야만 했다.태어나서 원숭이 떼들과 함께 원시 상태로 살아가야 했던 요아킴은 비애와 비극의 하수인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이에 대한 증거라도 되듯 1980년대 초반의 중남미 정정(政情)을 생생한 수기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민주화가 싹틀 때까지의 중.남미의 굴곡진 현대사를 잘 묘사하고 있다.죽은 사람의 육신은 누군가에게 뜯겨 먹히고 영혼은 대천(大天)을 방황하고 있는 듯한 유령의 혼을 똑바로 목도하는 듯 하다.폭력의 메커니즘으로 태어난 요아킴은 정령 인육과 유혈을 좋아하는 원시 부족에게 넘겨져 중.남미 굴곡진 현대사를 직접 반영하고 있다.끔찍하리만큼 강렬한 문체와 서사적 스토리는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단면을 온믐으로 읽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