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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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이 잘사는 나라를 구현하려 했던 녹두장군 전봉준 혁명적 삶은 익히 알고 있지만,그의 이단아적이고 혁명적인 삶을 접하면 접할수록 나 같은 개인은 너무도 미세하고 초라하게 다가온다.근간 한국사 교과서를 주류 이데올로기 세력이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기우가 불안으로 다가온다.19세기말 구한말과 작금의 대한민국의 민중들의 삶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구성원 간의 위화감마저 극심해져 가는데,역사 교과서마저 주류 이데올로기 세력이 꽉 쥐고 장악하겠다고 하니 무소불위의 정치 권력이 재탄생했다는 것을 소름 끼치도록 느끼게 한다.녹두장군 전봉준은 보국안민(輔國安民 : 나랏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함)의 기치를 내걸고 스러저 가는 나라,희망 없는 민중들에게 삶의 희망을 안기고자 했던 것이다.세월이 120여 년이 흐른 지금(只今)도 절대 다수가 편안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판인데,역사 교과서마저 국가가 일률적으로 획책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책의 우선 순위를 잘못 짚었다는 생각을 아니 할 수가 없다.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작가의 《나라 없는 나라》는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은 대한민국이 국제 정치 역학 구도가 안정치 못하고 위정자들이 풀어내는 정책 방향 등이 대다수 국민들과 합(合)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이유는 국가와 국민간의 대화와 소통의 부재가 큰 문제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이광재 작가는 구한말 나라와 백성을 살리고자 했던 농민 운동의 정신이 아직도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게다가 구한말 일본에 빌붙어 권력 유지를 했던 자들 이를테면 친일파들이 해방이 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기득권 세력으로 남아 있고,국정 교과서 강행 결정은 정치적 고려를 우선시하고 지속적 정권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모든 영역이 진보화되어 가는데 왜 국민들의 생각과 감정마저 획일화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국과 일본이 한반도 우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면서 조선 국내는 그들의 각축장(角畜場)이 되고 말았다.주인이 주인답지 못해 인국들이 담을 넘고 와서 그들의 입 안에 삼키려 했다.특히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를 하면서 조선 내정은 어느 편에 서야 할지를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임오군란(1882년)과 갑신정변(1884년)이 개화파들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일본군 및 일본 정부관료들이 대거 조선에 침입해 왔다.청국이 청.일전쟁에서 패배하면서 비싼 대가를 일본에게 치르고 일본은 조선을 삼키려 방해세력은 밑동부터 싹뚝 자르면서 무능한 위정자들을 포섭해 나갔던 것이다.일본군은 신식군대에 뛰어난 총기술로 전쟁을 치르고 농민 봉기에도 대처했던 것이다.죽창과 같은 열악한 총기류로 일본군에 맞서려 했던 농민군은 당연 일본군에게 대적이 되지를 못했다.1894년 녹두장군 전봉준을 필두로 하여 김개남,손화중,김덕명,최경선 등이 호서,호남 지방을 중심으로 일본군 및 관군에 맞서 대항했던 것이다.그들이 조직했던 군은 민보군(民堡軍)이다.

 

 지금 마포 공덕동은 당시 공덕리였다.대원위(대원군)는 공덕리에 있는 별장 아소정(我笑亭)에서 녹두장군과 독대하면서 보국안민의 정신을 이어가자고 의견을 모은다.이광재 작가는 녹두장군의 고향 정읍 이평을 중심으로 농민 운동을 전개해 나간다.집강소에서 보국안민창의대라는 조직을 결성한 뒤 본격적으로 동학 농민운동이 불붙기 시작한다.작가는 고부,전주를 주무대로 현장감 있는 스토리 전개를 하고 있고,(당시의)예스러운 표현들이 퍽 인상적이다.민보군의 지도자들의 뜻이 하나로 똘똘 뭉쳤건만 뛰어난 화기,정예화.조직화된 일본군에 맞서 대적할 수가 없었다.그들은 장소는 다르지만 모두 피체가 되어 불여귀가 되고 말았다.힘없는 조선이라는 나라를 구하고 탐관오리의 폭정에 맞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자 했던 동학 농민운동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실패로 끝났다.전봉준에게는 제자와 같은 을개가 있고 딸 갑례와의 헤어지는 날의 주고 받은 말은 마음의 울림이 크기만 하다.

 

 ― 다시 돌아오거든 네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다.하나 만일 돌아오지 못하거든......

 

 ― 살아남아라. p267

 

 피체되어 한양으로 압송되어 가는 녹두장군의 모습은 꽤 초췌한 모습이지만 보국안민의 정신만은 잃지 않고 또렷하게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나라가 나라답게 되살아나고 민중이 두 다리 쭉 뻗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녹두장군 전봉준은 몸과 마음으로 요구했다.화로의 숯이 잉걸불로 이글이글 타오르듯 주인없는 나라를 되살리려 몸과 마음으로 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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