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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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변의 문화유산과 풍광을 따라

 

 온달산성

 

 유구한 역사 속에 남겨진 문화유산은 어떻게 보존하느냐에 따라 후대를 살아가는 후예(後裔)들에게 올바른 정체성과 자긍심을 안겨 준다.또한 탈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국가의 경쟁력은 굴뚝,쇠망치와 같은 경성질의 산업이 아닌 유.무형문화재와 같은 연성질의 문화산업이 아닐까 한다.그래서 연성질의 문화산업이 발달한 나라들을 보면 자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이 매우 탁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대표적인 나라들이 유럽 각국과 일본과 같은 서구 선진국이다.유장한 역사 속에 민초와 위정자들의 흔적과 숨결이 고이 담겨진 문화유산은 몇 세대의 시공간을 훌쩍 넘어 선인들과 무언으로 소통을 하면서 당시의 개인 및 사회.국가의 명암을 들춰낼 수가 있다.일종의 과거사와의 소통법이라고 생각한다.

 

 청령포

 

 유홍준 저자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접하면 접할수록 마음 든든해진다.좁디 좁은 한반도(22만㎢) 면적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의 멋진 풍광과 예스럽고 투박한 문화유산들이 산하에 산재되어 있다.산공에서 보면 어린이 장난감 내지 성냥개비보다 더 작은 것들이 가까이 다가서 보면 압도적인 육중함을 선사한다.게다가 사계에 따른 풍광의 다채로움과 유산들을 제작하던 당시 제작자,위정자들의 이심전심의 합심 단결이 잘 녹아져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그렇다고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정치 권력의 역학 관계에서 밀려난 이들의 삶의 종착점은 애잔하고 스산하기만 하다.권력의 무상함을 안겨 준다.나아가 이런 저런 사유로 인해 없어져 버린 폐사지(廢寺址)는 깊은 애상에 젖게 한다.풍광과 문화유산이 잘 조화된 곳은 내내 발길을 묶어 놓기라도 하듯 떠나기가 싫어진다.

 

 영월 서강의 한반도 지형

 

 강원도 영월 주천강(酒泉江)에서 시작하여 남양주 양수리 두물머리까지를 남한강이라고 한다.이번 문화유산답사기가 강원도 영월을 시작하여 단양.제천.충주.원주.여주로 이어지는 여정이다.당일치기도 가능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완상하려면 2박3일 내지 4박 5일도 좋을 것이다.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여건에 따른 것이다.영월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남한강은 법흥사,요선정(邀僊亭)이 답사처로 관객을 부른다.한반도 지형을 빼닮은 서강은 조망대에서 바라보면 절경에 압도되어 찬탄이 절로 나올 것이다.그리고 남한강의 핵심을 제천과 단양으로 삼고 있는데,단양8경과 문인들이 남긴 발자취는 이번 도서의 핵심이고 백미이다.남한강 주변의 행정구역도 시대,인구 증감에 따라 변천이 있었다고 한다.남한강의 사군(四郡)으로 불렸던 제천.청풍.단양.영춘 등지가 충추호(또는 청풍호)댐이 생기면서 크게 영월,제천,단양,충주로 나뉘고 있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 

 

 예스24에서 개최한 충청도 문화답사기에 단양을 구경한 적이 있다.유람선을 타고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옥순봉,구담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멋진 시복이었다.유홍준 저자는 남한강편에서 꽤 많은 사진과 도화를 삽입하여 독자들에게 현장감을 살리고 있다.조선시대 김홍도 화원이 그린 병진년 화첩에 그린 옥순봉도는 절경 중의 절경이고 한적한 평화스러움이 잔뜩 묻어 난다.충주호가 생기면서 구단양은 거의 없어지고 신단양으로 헤쳐 모여식이 되어 버렸다.수력발전소를 세워 용수부족을 채우려는 목적은 좋으나 문화유산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나말여초에 세워졌던 각종 사찰들의 모습은 고색창연함을 더해 주는데,외침에 대한 수호신의 존재였고 방패막이었다.

 

 망향탑과 금표비

 

 단종의 원귀가 금방이라도 출현할 듯한 육지 속의 섬인 청령포의 상쾌한 풍경과 그 이면의 애잔함(단종이 쌓은 망향탑)은 정치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운다.방랑시인 김삿갓의 묘와 조각물도 영월에 있다.영월을 벗어나 충주호로 몸을 돌리면 마음은 담대하게 되고 묵은 심상들이 모두 씻겨져 갈 듯하다.그것은 내륙의 바다 청풍호가 자랑하는 호반과 뭍의 천변만화하는 자태가 아닐까.청풍에서 유숙했든 스쳐 지나갔든 옛 문인들의 발자취가 한시와 함께 서정성을 자아낸다.이황,유성룡,윤선도,정약용 등 학식.문장.경륜이 탁월한 분들이다.정자.누각과 관련하여 일본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한.중.일 3국의 미술적 특성을 비교하면서 '중국 미술은 형태미가 강하고,일본 미술은 색채감각이 뛰어나며,한국 미술은 선이 아름답다'고 했다.도자기의 특성도 빼놓지 않고 있다.중국 것은 권위적이고,일본 것은 명랑하고,한국 것은 친숙감이 감돈다고 했다.그 친숙감이 정자 또는 누각에도 느껴져 손으로 스킨십이라도 해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단양팔경 일부

 

 풍광은 단양8경이 최고이다.나는 8경을 모두 관람하지 않아 내내 아쉽기만 하지만 기회를 엿보아 가족과 함께 단양8경 여행을 떠나려 한다.구담,옥순봉,도담,석문,사인암.상선암,중선암,하선암이 8경이다.상.중.하선암은 대홍수에 육중한 돌들이 씻겨 내려가 바위 글씨들이 많이 손상되었다고 한다.충주,단양에는 삼국시대 대외관계를 나타내는 비석들이 남아 있다.중원(충주) 고구려비와 단양 신라 적성비가 바로 그것이다.건설 산업으로 인해 살풍경을 보여 주었던 충주호(청풍호) 부근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옛길의 잔편이 남아 있는 곳이 영춘(충주지역)가도이다.호젓한 외딴집들이 이방인을 무심하게 대하고 있다.책표지에 소개된 온달산성은 영춘지역에 있는데,성벽이 산비탈을 타고 포물선을 그리고 있는 점이 특색이다.나아가 이 지역 출신 신경림 시인과 청주문학의 선구자인 신동문 시인을 소개하고 있다. 

 

영춘가도와 남한강

 

 거돈사터

 

 나아가 제천의 의림지,장락사 칠층모전석탑,정미운동(1907년) 당시 일본군에 의해 초토화된 제천의 모습이 역사물로 소개되고 있다.또한 천주교 박해를 피해 동굴로 은신했던 황사영 배론성지 동굴,박달재 등에 얽힌 구전도 흥미진진하기만 하다.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조세미(租稅米)를 뱃길을 이용하여 운송했다.조창에 집결된 조세미는 뱃길을 이용해 고려시대엔 개성으로 유입되고,조선시대에는 용산의 경창(京倉)으로 옮겨졌다.그 흔적이 목계나무 강 건너 가흥창터에 남아 있다.뱃길은 팔당댐(1973년),충주댐(1980년)이 생기면서 사라지고 말았다.인근 충주에는 우륵의 탄금과 신립(申砬)장군이 순절한 탄금대가 세월의 무상함만 더해 준다.그외 남한강 주변에는 폐사지가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폐사지를 보고 있으면 호젓한 기분과 유려한 (불교)건축미와 풍광과의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론성지 황사영 토굴

 

 신륵사 앞 강변 정경

 

 여주 신륵사를 마지막 여정으로 이번 남한강편 문화유산답사기는 막을 내린다.문화유산과 풍광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여행객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는 곳도 있지만 산업개발로 인해 살풍경이 되어 버린 곳들도 제법 눈에 띈다.문화라는 것은 있는 것을 잘 보존해 나가는 것이 우선일진대 그럴듯하게 조잡하게 만들어 놓은 것들은 가슴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일종의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 위한 수단장치로써 전시효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영월,충주,제천,단양 등지의 남한강을 따라 문화유적과 풍광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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