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인문학
장석주 지음 / 호미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일반인들은 일요일이 한 주의 끝날이라고 여기고,기독교를 믿는 신앙인들은 일요일이 한 주의 시작이라고 여긴다.나는 일반인이기에 일요일은 한 주의 끝날이면서 내주를 준비하는 날이기도 하다.또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일요일이 되면 내겐 은근 식구들에게 돈을 써줘야 하는 약간의 부담과 서비스의 시간이기도 하다.작년 늦가을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고 퇴원을 하여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당분간은 쉬면서 내가 꼭 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보람과 가치 있는 삶일까를 염두에 두고 있다.아이들이 커가고 있어 지출액은 정비례하여 커져 가는데,가장인 사람이 일보다는 책읽기에 미쳐 있으니 누가 좋아할 것인가.그렇다고 책을 읽고 책을 써내어 물질적 보상을 받았다든지,이것이 기회가 되어 대외활동의 폭을 넓힐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 마음은 은근히 타들어 간다.일요일은 날씨가 궂지 않으면 집에서 가까운 식당을 찾아 음식 한 끼로 바짝 말라가는 가족간의 정서에 윤기를 집어 넣는다.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의 맛,아내와 애들 생각과 감정을 읽으면서 어떻게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할 것인가를 머리 속에 그리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다짐하게 된다.그리고 또 다른 일요일이 오면 색다르며 소소하며 기억에 남는 시간을 갖으려 궁리를 한다.

 

 시인이며 문학평론으로 등단한 장석주 저자는 바쁘고 치열했던 일상의 시간을 잠시나마 내려 놓고 메마른 정서에 촉촉한 윤기를 더하고 생각과 사유의 결핍을 채워 나가자는 의도를 담아 이 도서를 엮어 냈다.인문학이라고 하면 어렵고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된다.나도 그러한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간혹 몸과 마음으로 느끼곤 한다.그런데 인문학을 다른 말로 고친면 문명의 얉고 깊음을 이르는 말이 아닐런지.일찍이 문명이 발달했던 서구 선진국들은 역사,문화를 비롯하여 모든 분야에 걸쳐 세상을 선구자,계몽자를 자처하면서 리드해 나갔던 것이다.그러면서 정신과 물질이 공존하면서 몽매한 인간의 사고와 사유의 폭도 증강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인문학이 인간의 삶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문명 발달에 족적을 남겼음은 말할 나위가 없는데,오늘날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다.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 인문학과 시름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현실적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그러나 인문학이 없었다면,인문학이 발달하지 않았더라면 인류의 삶은 매우 단순하고 본능적인 아귀다툼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인문학은 기본적으로는 삶의 지혜와 통찰의 배양,진실과 정의의 가치를 이식시켜 주는 값진 정신적 결과물이다.

 

 나는 책읽기 초년 시절에는 한국 현대 10대 소설가의 작품을 주로 읽으면서 문학 작품과 가까이했다.그런데 문학 작품이 인물,사건,배경(시간적,공간적)이 있기 마련이다.한 권의 작품을 읽게 되면 어떻게든 읽기는 읽지만 뚜렷하지 않고 쉽게 잊혀지고 말아 문학 작품보다는 인문학 이를테면 역사,문화,사회,과학,예술과 같은 분야에 대한 인식과 지식의 폭이 넓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물론 읽는 분야를 편협되게 한정짓지는 않는다.다방면의 분야에 대해 관심과 흥미,호기심을 갖고 대하는데,인문학만큼은 파내도 고갈이 되지 않는 옹달샘과 같아서 기분은 청량하고 기억의 저장고는 더욱 튼튼해져 간다.장석주 저자는 읽은 도서 양도 만만치 않지만 읽고 난 뒤 생각과 감정,사유를 쉼없이 정리해 나갔던 흔적이 글 속에 역력하게 나타나 있다.소재도 하나도 어렵지 않고,늘상 신변에서 접하는 범상적인 것들이 위주이다.가볍고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재이지만 인간의 삶을 예찬하고 삶의 질을 높여 나가려면 궁리가 역력하기만 하다.소재들은 일상의 꿈을 실현해 가기 위해 어떠한 삶이 마땅한 것인가,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행하는 걷기가 주는 생동감 넘치는 리듬감,인간의 꿈은 단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닌 인내와 끈기,긍정의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내 삶에 견주어 명료하게 알게 되었다.

 

 어느 나라,어느 사회든 돈과 물질이 실질적 지배를 하다 보니 고상하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행하는 생각풀이는 찬밥신세로 전락했다.탐욕과 이기주의가 주인이 되었고 도덕과 이성은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2014년 4월 세월호 여객선이 보여 주었던 총체적 한국 사회의 암 덩어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검게 물들어져 있었다.일신 보호에만 급급했던 선장과 선원들,과적과 탈법의 주체인 해운회사 및 해운회사의 실소유주,컨트롤타워 부재를 드러낸 무능의 극치 현 정부,그것도 모자라 희생자 유족들에게 사건의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주객전도의 양상 등 개인,사회,국가의 존재가 이렇게도 모래알이었던 적은 없었다.이 모든 것이 돈과 물질을 등에 업고 개인과 사회에 수익을 창출하려고 비정상적인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려다 발각나고 말았던 것이다.사회 안전망이 '뻥' 뚫려 있으니 언제 어느 곳에서 또 다른 대형사고가 발생할지 누구 알겠는가.설령 예고되는 사안일지라도 부복자세로 무사안일만 생각하는 속물들이 많고,책임전가에만 급급하는 관료주의의 근성도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다.그래서 정의와 상식,상생을 위한 강력한 지도자가 한국 사회에 탄생하기를 갈망하는 것이다.

 

 사람은 젊었을 때에는 육체적 근육,힘이 왕성하지만 나이듦에 있어서는 정신적 근육,힘이 강건해져 간다.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지나온 시간을 성찰하는 동시에 생의 마지막 부분을 보다 의미있게 헤쳐 나가려면 마음 다스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리라.다가올 죽음에 대한 준비,삶의 파트너와의 관계,물질적 빚 청산과 유산 문제 등을 정리해 나가야 한다.사계가 순환 법칙으로 정해진 시간,시기에 찾아 오듯,인간의 삶도 사계가 있기 마련이다.이러한 정신적 작용으로 마음의 근육이 강화되려면 신실한 신앙심,독서와 같은 자아 실현을 통해 가능하리라.생각과 삶을 바꿀 수 있는 인문학의 지속에서 사회와 국가가 바뀔 수 있다.바로 오늘 이 순간을 한 치 후회없이 사는 것이다.'카르페 디 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