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그리고 신은
한스 라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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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보이지 않은 존재를 보통 신(神)이라고 부르며 영계(靈界)세계를 관장하고 있기에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하기까지 한다.또한 내 마음 속의 신적인 존재는 내 자신을 잘 통제.관리하여 일상과 일,관계가 원만하게 진행되어 삶의 궁극인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이다.종교적인 관점에서의 신은 인간이 만들어 내어 나약하고 유한한 인간이 그들에게 구원과 내세를 맡긴다고 생각한다.어찌되었든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가 작품을 통해 만날 수 있어 소소한 흥미와 재미를 느끼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심리치료사 야콥은 이혼과 경제적 결핍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참에 자칭 신으로 생각하는 사내가 야콥에게 심리 상담을 하러 온다.일이 안될 때에는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법이라고 했듯 심리 치료사 야콥은 하루 하루가 고역이고 의미없는 나날이다.심리 상담을 하러 온 사내는 아벨이라는 사내로 일정한 직업이 없이 비정규성을 띠는 서커스 아르바이트로 삶을 꾸려 나간다.그런데 아벨이라는 사내의 얘기를 듣다 보면 듣는 사람이 오히려 정신 이상자로 빠질 정도로 혼란을 야기한다.심리 치료사 야콥은 직업상 또는 현재 처지상 잠자코 들어 주는 것이 최상인듯 아벨의 횡설수설에 가까운 얘기에 불평불만을 터뜨리지 않는다.

 

 한스 라트 독일 작가는 다양한 학문 이력과 직업세계의 전전(轉轉)이 이 작품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으리라.비록 한 길을 걷는 사람보다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 사람은 한 분야에 정치성(精致性)은 떨어져도 다양성을 갖추고 있어 이야기의 구성과 탄력에 묘미를 더해 주리라.신이라 자처하는 아벨의 직업은 셀 수도 없다.의사,비행사,판사,건축가 등 진득하게 살아 오지 않고 풍찬노숙과 같은 삶을 살아 왔던 아벨은 스스로 전지전능한 절대자라고 하면서도 이야기 속에는 '거짓'이라는 냄새가 깊게 배여 있다.나쁘게 말하면 정신병자와도 같다.또한 성스러운 존재로 각인되는 신이 세속인들이 즐기는 노름도 즐긴다고 하니 그는 무엇을 상담하러 심리 치료사를 찾았던 것일까.심리치료사와 신은 둘다 경제적,심리적 결핍을 안고 있는 것이 공통점으로 부각된다.

 

 신에게도 애인과 아들이 있었나 보다.그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뭇사람들에게 경멸을 당하지만 신의 내면은 의외로 순수함의 초심을 잃지 않았다.그 점이 심리 치료사 야콥이 신 아벨과 가깝게 되는 계기가 된다.또한 야콥의 남동생이 회사 회계를 보다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야콥 집안은 초상집으로 변한다.남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야콥의 어머니와 애인은 말그대로 좌불안석이다.신의 기적이 이럴 때 사용하는가 보다.신 아벨의 조력으로 야콥의 집안은 원상을 회복한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아벨은 심장에 검(劍)이 꽂히면서 심장 허탈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심리 치료사와 신이 만나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지면서 심리 치료사가 신을 마음으로 믿게 되는 시기에 신 아벨은 세상의 모든 일을 내려 놓고 저 세상으로 가고 만다.이런 저런 이야기,에피소드를 통해 둘이 가까워지고 신 아벨은 남들은 어찌되었거나 심리 치료사 야콥에겐 믿음직한 존재로 바뀐다.능청,유머가 뒤섞인 신의 얘기 속에는 인간의 삶과 내면 세계는 다양한 무늬로 아로새겨져 있는 복잡한 생물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게 되면 그것이 바로 신(神)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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