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있는 식탁 - 먹고 마시고 사는 법에 대한 음식철학
줄리언 바지니 지음, 이용재 옮김 / 이마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먹고 마시는 행위는 인간의 극히 기본 행위이다.삶의 기본 요소를 의식주에서 식이 가장 앞으로 나가 '식의주'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그만큼 먹고 마시는 것은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시키는 것은 물론 생각하고 느끼고 사유하며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키는 촉매작용임에 틀림없다.못먹고 못살던 시절엔 허기를 채우는 것이 가장 큰 의식 절차였지만 지금은 허기를 채우는 것보다는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과 교류의 행위,인간관계를 밀접하게 촉진케 하는 소금과 같은 작용,사유와 상상력을 키워 나가는 원동력이요,윤활제라고도 생각을 한다.

 

 집에서 먹는 다반사(茶飯事)는 어떠한 재료로 어떻게 먹고 마셔도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말 그대로 방약무인과 같이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 음식을 취하곤 한다.물론 혼자인 경우에 한해서지만...가족 모임,명절과 같이 다소 격식을 차려야 하는 경우에는 입성,두발,언행 등에서 자신의 교양의 정도를 잃지 않는 것이 상례이다.이것을 사회에서 만난 지인과 형식적인 관계에서 더욱 심화된 관계로 이어지기 위해 의도성이 깔린 만남에서는 모든 것이 평가받는 자리일 수도 있기에 평소의 언행,입성,삶의 경륜 등이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음식을 먹는 행위는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생각과 사유를 도출해 냈던 사례들은 부지기수이다.배부른 한끼보다는 영양과 의미 있는 자리의 한끼가 삶의 방향을 더 이상적으로 만든다.그렇다고 먹고 마시는 행위에서 심오(深奧)한 철학적 관념 사상을 찾아 내려는 것이 아닌,그러한 행위에서 인간은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의 긴밀성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기술과 가치,습관을 엮어 나가는 것이다.(적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남자는 먹고 마시면서 관계가 깊어지고 여자는 함께 누워 도란도란 속깊은 얘기를 하면서 관계가 친밀해진다는 말이 있듯,먹고 마시는 행위는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 작용에 있어 매우 기본이 아닐 수가 없다.

 

 구체적이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먹고 마시는 행위의 대부분은 일적인 관계,친밀 작용의 촉진을 위한 행위가 대부분일 것이다.친밀한 관계라면 사소한 부분까지 끄집어 내어 주고 받기 식의 대화,소통이 가능하겠지만 일적인 관계에서의 만남은 매우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위로 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친소관계든 형식적인 관계든 먹고 마시는 자리에서는 한정된 인간사,일적인 얘기로 그치고 마는 것이 통례이다.이 도서는 그러한 생각과 관념을 떨쳐 버리고 우리가 먹고 마시는 동.식물성 원재료부터 음식 준비를 위한 선입견 불식(拂拭)하기,삶의 만족인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행하는 감량과 단식 행위,홀로든 여럿이 먹고 마시는 행위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발견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이해하기 쉽게 일상에서 쉬이 발견 가능한 소재들을 들려 주고 있다.

 

 농약.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서 토질과 자연 생태계가 심하게 파괴되고 말았다.농약의 과다한 사용은 조류 개체수를 격감시키면서 생태계의 교란을 야기하고 있다.게다가 육류의 경우 성장 촉진을 위한 과다한 호르몬 투여로 생산된 가축들이 소비자의 식탁에 버젓이 올라 오고 있다.육류만 그러한가.야채류 역시 마찬가지이다.대부분 비닐 하우스에서 재배된 숙성 재료들은 이젠 제철 식품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돈만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든 구입 가능하게 되었다.이러한 상업적 행위로 인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행위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유기농법도 비료를 적게 사용할 뿐이지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레이첼의 《침묵의 봄》은 자연 생태계 유지,토양의 질이 인류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값어치 있는 것인가를 선구자의 예리한 눈으로 직시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최초로 입에 대는 것은 엄마의 젖(또는 분유)이다.젖에는 약간의 단맛이 섞이면서 단맛을 처음으로 익힌다.그래서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단연 단맛이 들어간 음식으로서 주로 인스턴트가 어린이들을 유혹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엄마가 아이에게 단맛 외의 시고 맵고 짜고 쓴 맛들을 골고루 배합한 음식을 만들어 먹이려는 의지도 매우 중요한 교육이다.식생활이 서구화 패턴으로 바뀌면서 쌀과 보리와 같은 음식에서 빵과 치즈,햄,쥬스와 같은 칼로리 높은 음식이 인기를 더해 가는게 현실인데,건강하고 행복한 한끼를 위하고,삶의 미래를 더 가치와 기술,습관을 몸에 배이게 하려면 부모들이 자식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最高)가 아닐까 한다.그리고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 건강과 활력을 되찾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운동부족,스트레스 증가,체지방 증가 등은 대사성 성인병(순환기 장애,내분비 질환 등)에 걸리기 쉽다.

 

 음식을 섭취하는 행위는 삶에 있어 기본적 행위이고 의례이다.비록 친밀도가 옅은 관계일지라도 식탁에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대접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면서,허기를 채우는 행위에서 벗어나 삶의 습관과 가치를 제고해 나가려 한다.한끼의 식사에서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 온다면 식탁이라는 자리는 보다 건조한 삶에서 보습제가 풍부한 윤택한 삶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한끼의 식사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재구성하면서 인간관계의 질높은 단계로 이행해 가는 촉진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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