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세계문학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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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오디세이아라고 불리워지는 《그리스인 조르바》는 작가인 카잔차키스의 명성과 더불어 현대 고전으로 불리워지고 있다.이 도서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찬양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현대인이 눈에 보이는 현실적인 것에 급급한 나머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텅빈 영혼,빈약한 상상력을 시적인 감성과 순수의 영혼을 되찾아 가는 여정(旅程)을 가감없이 그려 내고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내가 살아 오면서 잃어 버린 순수한 어린이의 마음과 눈빛을 다시 찾았는지도 모른다.주인공 조르바 실제 인물로서 작가 카잔차키스는 그에게 상실한 자유와 영혼을 되찾아 나가는 것으로 투영된다.카잔차키스 작가는 글 속의 등장 인물이 되어 조르바와 대면하면서 나누는 대화,소통,경청은 관객인 독자들에게 십분 집중과 몰입케 하는 마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단 중앙에 위치한 크레타 섬

 

 이 글은 크레타 섬으로 떠나는 배를 기다리면서 조르바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한다.술과 사람,생선 냄새가 뒤섞인 피레에프스는 삶이 가장 충실하고 열기로 넘치는 항구 도시이다.나아가 크레타 섬의 갈탄광으로 일을 찾아 가는 두 남자인 조르바와 두목(카잔차키스)는 성격도 매우 대조적이다.조르바는 호쾌,농탕한 진정한 자유인인 반면,두목은 동양의 불교사상에 심취한 비현실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게다가 작중의 나는 사랑하는 친구와 헤어지면서 고독을 가슴으로 쓰러 내린다.비와 우울증,습기 가득한 대기가 친구의 모습으로 변하면서 나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어딘가로 침잠하는 듯 했다.

 

 인간의 영혼은 육체라는 뻘 속에 갇혀 있어서 무디고 둔한 것이다.영혼의 지각 능력이란 조잡하고 불확실한 법이다.(중략)미래라는 게 예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 이별은 얼마나 다른 것일 수 있었을까. -13쪽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크레타 섬을 향해 선실에서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에 연민을 느끼면서 불교의 자비심을 연상한다.미완성 원고를 완성하려던 나는 붓다(Budda)의 가르침과 영혼의 영원성을 깊게 체현한다.갈탄광에 다다르면서 조르바는 인부로 나는 두목인 신분으로 돌아간다.조르바는 한 잔의 포도주를 마시면서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고 하면서,비현실적이지만 풍부한 감성과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한다.한 손에는 곡괭이 한 손에는 산투르(악기)를 켜며서 삶의 현실 너머의 세계가 무엇인가를 상상한다.포도주가 사랑과 성체(聖體)로 변하면서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되기)라는 경지를 향해 간다.일종의 영혼의 투쟁이 아닐 수가 없다.

 

 "인생이란 참 요상한 것이로군요.두목,우리 머리 위에 달려 있는 게 포도인가요.아니면 천사인가요." -57쪽에서

 

 나는 붓다의 가르침을 지상의 최고로 삼고 조르바는 거룩하게 되기인 메토이소노를 읊어댄다.인간의 삶이 유한적이고 덧없는 것일지라도 사후의 세계에서는 영혼만이라도 메마르지 않도록 현실의 삶을 다독이면서 깨우쳐 나가려는 의식과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찰라와 같은 인생에서 물질과 권력을 놓고 아옹다옹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고 덧없는 싸움판이다.붓다의 삶을 통해서,조르바라는 인물이 토설하는 영혼과의 투쟁이 담긴 말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것 자체가 숭고하고 가치 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되었다.조르바는 삶을 적극적이고 열정 넘치는 자세로 일관한다.마음 속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지만 강한 어조로 내세 너머의 영혼의 세계에 대해 자신감 넘치는 자세로 전한다.반면 백면서생으로 글쓰기에 몰입해 왔던 두목은 조르바가 갖고 있는 생활 철학,신념,가치관에 점점 매료되어 간다.그것은 그리스적,기독교적인 가르침과 그리스적 요소의 이중성까지 포함한다. 

 

 인간의 고뇌는 정교하게 짠 속임수(순수시,순수 음악,순수 사고) 속에서 그렇게 끝나게 마련이다.최후의 인간(모든 믿음에서 모든 환상에서 해방된,그래서 기대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어진)은 자신의 원료가 되어 정신을 산출한 진흙이며,이 정신이 뿌리내리고 수액을 빨아올린 토양은 아무 데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인간이다. -198쪽에서

 

 알듯 모를 듯한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들이 실타래마냥 끊임없이 전해진다.영혼이 바다이고 구름이고 향기라고 하는 조르바의 말은 금생과 내생이 하나라는 것을 시사한다.금생은 허기진 뱃속을 채우기 바쁜 것이 인간이다.빵,포도주,물고기,홍당무와 같은 갖가지 식재료들이 인간을 위해 희생한다.뱃속이 채워져야 비로소 생리적 본능,꿈,희망,희노애락과 같은 것들이 자욱하게 마음 속을 주유하게 된다.두목인 내 생각의 그릇이 커졌는가 싶더니 이젠 조르바에게 인간의 세 부류를 들려 주기까지 한다.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돈 벌고 명성을 얻는 것,자기 삶보다는 인류의 삶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부류로서 인간을 가르치려 하면서 사랑과 선행을 독려한다.나아가 마지막 부류는 우주의 삶을 목표로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짐승,나무,별 모두 한 목숨으로 지독한 싸움에 휘말려 든 싸움인데 그것은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이라고 했다.당신은 어느 부류인가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영혼의 소유자 조르바의 영혼의 투쟁과 백면서생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하던 두목인 나의 이야기는 피레에프스 항구,선실,크레타 섬 갈탄광,여인숙 등지에서 주고 받는 대화 모음일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언어,예술,사랑,순수성,정열이 녹아 나는 이 글은 보이는 것,육체,물질의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영혼과 같은 거룩함에 대한 찬양이고 찬미가이다.작가인 카잔차키스의 고향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그린 《그리스인 조르바》는 영롱하게 빛나는 상상력,번뜩 정신이 나게 하는 패러독스와 시는 인간의 고뇌와 즐거움이 무엇인가를 깊게 통찰하고 삶의 토양을 한층 더 윤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다 읽고 난 느낌은 이보다 더 멋진 글이 또 어디에 있을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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