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약진이다 - 늑대를 속여야 하는 한 남자 중국 당대문학 걸작선 5
류전윈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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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문단의 차기 노벨문학상감인 류전윈(劉震雲)은 사실주의 작가로서 중국 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계층들의 애환을 잘 그려내고 있다.이것은 얼마 전 《말 한마디 때문에》를 통해 피부로 느끼게 되어서인지 힘없는 계층들의 삶의 실체를 동류(同類) 차원에서 한층 가깝게 대할 수가 있어 의미부여가 되었다.13억 5천 정도의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저소득층인 농민,노동자,비경제활동 인구 등을 감안하면 아마 10억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중국이 시장 개혁을 통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룩한 점은 경이롭지만 돈과 자본에 매료되어 무작정 도회지로 몰려 드는 농민공(農民工)은 신분은 농민이지만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도회지에 적을 두면서 노동자로 살아 가는 계층이다.이들은 신중국이 성립(1949년)되고 1950년대 대기근 등으로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중국 정부 당국이 시골 농민들의 도회지에서의 돈벌이를 허용했다.

 

 이 글의 제목이 유약진이다에서 풍겨져 오는 것은 1950년대 말 중국 대약진 운동이다.농업생산량 부족,자연 재해,구소련의 중국 지원 중단 속에서 농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생계를 마련하기 위해 대도시로 발을 옮겨야 했다.바로 주인공은 유약진으로서 한없이 무력하고 짓밟히는 삶을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의 소유자이다.그는 허난성 출신(작가의 태어난 성(省)과 같다)으로 삶의 근거지는 노가다판 공사장의 요리사이면서 도둑이기도 하다.공사장 식당의 물건을 훔치는 좀도둑인 셈이다.

 

 그런데 그는 아내를 한 남자에게 빼앗기고 남자에게 입막음으로 차용증(6만원)을 받게 되는데 차용증이 든 허리 가방을 누군가에게 탈취 당하면서 유약진의 인생은 틀어질대로 틀어지게 된다.게다가 자신을 양육해야 할 대학생 아들은 학비를 대지 못해 퇴학까지 당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유약진은 요리사로 시장에서 부식재료를 구입하면서 구입가를 실구입가와 차이가 나게 하면서 차액을 빼돌리는 '삥땅'에 재미를 보기도 한다.

 

 시대적 배경이 1950년대 말이고 공간적 배경은 베이징인데 석탄을 싣고 오고 가는 풍경이 산업화와 도시화의 경계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반면 어느 도둑이 빌라에 들어 물건을 훔치고 나오면서 경비에게 들켜 도망치다 훔친 물건을 유약진이 습득하게 되는데 그 속에는 부동산공사 사장인 엄격이 모 가수와의 스캔들이 USB가 갖고 있어 이야기는 점점 속도감을 더해 간다.유약진은 식당 자재를 훔치는 도둑에서 현상금까지 내걸은 USB을 갖고 있어 더욱 수세에 몰리게 된다.공사판 식당에서 일하다 보니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남을 속이며 돈과 물질을 탐내다 목숨까지 빼앗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부동산회사 사장인 엄격의 아내 구리가 남편의 행각을 알고자 USB를 찾아야 하는 가운데 경찰 신분으로 흥신소 직원을 자처하는 형씨를 비롯하여 식당 주인 감씨,인씨,공사장 감독 임보량,(허리 가방을 탈취한) 청면수 양지,미장원의 마만려 등이 등장하고 있다.아내를 빼앗긴 유약진은 때론 옆구리가 시릴 것이다.그럴때마다 미장원 마만련에게 찾아가 정신적,심리적 위안을 되찾곤 한다.

 

 아내를 빼앗기고 허난 시골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하여 공사장 요리사,도둑으로 전전긍긍하던 유약진,그는 차용증이 든 가방을 잃게 되면서 그의 삶은 깊은 수렁텅이로 빠지게 된다.게다가 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USB는 깊이 감춰두고 짝퉁 USB가 진짜라고 속이면서 사기극을 벌이기도 했다.이러한 수법은 허리 가방을 탈취한 양지의 행동 수법에서 본뜬 것이었다.스캔들의 장본인 엄격은 자동차 연쇄추돌로 사망한다.결국 유약진은 차용증상의 6만원을 받지 못하는데 차용증은 과연 누가 소지하고 있었던 것일까.'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그것은 유약진의 아들 소행이었는데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중국 변방이면서 산업화,도시화가 덜 된 서부 지역에서 시장 개방이 발달된 대도회지로 몰려 들고 있다.이제 그들도 돈과 물질의 맛을 깊게 음미하면서 배금(拜金)주의에 물들게 되었다.이 글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본다면 더욱 이해가 빠를 것이다.주인공 유약진의 삶은 심하게 굴곡으로 점철되어 있다.외간 남자에게 아내를 빼앗기는 것도 모자라 차용증상의 6만원이 크게 보여 오직 그것에만 매달리다 보니 돈도 잃고 사람도 잃게 된 꼴이다.이러한 인간의 심리 현상은 비단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돈과 물질이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현상이다.다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류로서 잃지 않아야 할 것과 버려도 될 것을 인문주의적인 관점에서 되새겨 보아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 이 글을 읽으면서 (번역상) 두드러진 특징은 일목요연하고 방어 논리적인 말투가 꽤 많았다.∼이 아니라, ∼때문만이 아니다,첫째,둘째,셋째와 같은 말이 셀 수 없이 많아 부자연스럽다,매끄럽지 못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가께서 원문에 충실하려다 보니 그렇게 번역이 이루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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