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해부도감 - 가족 구성원의 감성과 소박한 일상을 건축에 고스란히 녹여내다 해부도감 시리즈
오시마 겐지 글.그림, 황선종 옮김 / 더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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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슬하를 떠나 집시와 같이 이곳 저곳을 떠돌던 대학시절과 신혼 초기에는 내가 원하는 집을 구할 수가 없을 정도로 전세금이 빠듯하기만 했다.마음에 드는 집은 턱없이 비싸 슬쩍 보기만 하고 걸음을 되돌리고,싸다 싶은 집은 이 빠진 입안과 같이 엉성하기만 하여 성이 차지를 않았다.신혼초기 주택청약을 꾸준하게 부어 아파트를 마련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그런데 아파트라는 공간에 살다 보니 각종 수리할 곳,마음에 들지 않은 공간 및 인테리어 등이 눈에 띄인다.모델 하우스,새로 지은 아파트 구경을 가게 되면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와 크게 비교가 되면서 은근히 내 자존심을 건드리곤 한다.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에 대해 길게 늘어 놓고 싶지는 않지만 간단히 얘기하면 프라이버시,개인주의가 성역과 같은 곳으로 이웃과의 소통과 관계는 몇 년을 살아도 목례이고,매달 내는 관리비 (기본적으론)는 쓴 만큼 부과된다고는 하지만 과연 정직하게 매기고 있는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관리비 명세서를 보면 부과 항목도 다양한데 일일이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체념하고 넘어간다.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얼축 만 14년을 살았으니 1년 관리비가 200만원 정도이니 14년을 계산하면 2,800만원 정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관리비를 매달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과연 아파트의 형태,생활의 구조,배치 등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사람이 살아 가면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사는 것이 이상적일텐데 아파트 특성상 자연과는 담을 쌓고 살아 가는 꼴이어,개인의 건강,행복지수,삶의 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리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조부모,부모와 함께 살았던 시절은 말그대로 초가 삼간에 산과 내,들판이 친환경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어 살기 좋은 시절이었다.이웃간에 공동체적인 삶이 살아 있었던 것이 지금의 삶과 크게 대비가 된다.아파트 생활이 편리한 점은 많지만 자신이 원하던 건물,주택 구조였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아파트라는 공간은 밀폐되어 있고 바람,물,태양,흙과 같은 자연과 유리되어 살아 가는 곳이기에 경제적 여력만 있다면 자연과 호흡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직접 원하는 주택 설계,집짓기를 실현해 나간다면 삶의 질은 더욱 윤택하고 풍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나 또한 이러한 꿈을 늘 갖으면서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집 설계를 못하더라도 어떻게 집을 짓겠다라는 구도를 전문가와 상담하다 보면 원하는 집에 대한 밑그림이 나올 것이다.삶이라는 것은 편안하고 건강하게 행복을 누리는 것을 지고의 선이 아닐까 싶다.흙냄새 가득한 한적한 전원에 터를 잡아 집의 윤곽을 잡아 나가면서 원하는 집이 탄생한다면 그 자체로 흐믓한 시간이 될 것이다.예전과 달리 집이라는 공간이 본능을 충족시키는 차원을 떠나 사유의 공간,손님을 맞이하는 사교의 장,놀이 공간 등을 갖추면 이상적인 공간으로 변신할 것이다.외장은 특별하게 다채로운 공간 연출을 하면 좋을 것이고,내장은 삶이 다양하게 시시각각으로 행해지는 공간이므로 가족 구성원이 단란하고 화목한 일상이 펼쳐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집짓기에 대해 다양한 도감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살아 있는 집짓기에 대해 620여 점의 일러스트가 빼곡하게 기록된 《집짓기 해부도감》은 쾌적한 생활을 위해 집 배치,집의 윤곽,정리정돈의 집,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이 글이 일본인 저자에 의해 쓰여지다 보니 다소 일본적인 풍토,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집의 구조,형태,인테리어 등을 보면 집 구조가 한국형 고급 빌라와 흡사하기만 하다.그만큼 경제적 여력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의도가 집짓기 사전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인구 밀도가 높은 도회지를 벗어나 산과 들,내가 눈에 들어오는 친환경적인 공간에 터를 잡고 집짓기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집은 개인의 건강과 재물까지 안겨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거주 공간이 편하고 길(吉)해야 나와 가족,후손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곰곰이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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