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공항을 읽다 - 떠남의 공간에 대한 특별한 시선
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 이경남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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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을 가로지르는 비행기의 정거장은 공항이다.공항은 거대한 거미줄이 얽혀져 있는 난맥과 같은 물질적 공간이다.사람이 떠나고 맞이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적인 풍경부터 지급을 요하는 물동량이 오고 가는 곳으로서 지구촌의 현대인에게 생활의 편리함과 풍요로움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하다.오랜 세월 배 또는 선박이라는 수단에 의해 사람과 물류가 지역과 지역,나라와 나라를 연결시켜 주었는데 20세기에 들어와 비행기의 발명으로 해상보다는 공중에 의한 이동과 유통이 빈번해졌다.물론 해상과 공중의 인적.물류 비용은 차이가 나지만 시간 싸움을 요하는 것들은 대부분 비행기에 의해 물류이동이 행해지고 있다.

 

 나는 공항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여가수의 대중가요에서 비롯된다.일명 『공항의 이별』이라는 노래이다.사랑하는 사람을 먼 이국으로 보내는 연인의 애달픈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떠나보낸 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와 미련이 교차하고 있다.세월이 흘러 한국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현되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들은 바다 건너 물 건너 비행기를 타고 외국 땅을 밟게 되었다.해외여행 자유화가 실현되기 전에는 반공연맹에서 시행하는 여행교육까지 받아야 했던 적도 있었다.

 

 나는 공항을 통해 비행기로 외국을 갔던 것은 1990년대 초였다.일명 자유여행으로서 혼자서 비행기를 예약하고 외국 땅을 밟고 기한에 맞게 여행을 즐겼던 것이다.그리고 회사 일로 중국에 자주 다녔다.비행기를 이용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천에서 배로 떠났다.북한 영해를 침범한다는 이유로 하항했다 다시 상항하는 경로를 밟아 목적지에는 장장 22시간 정도 걸려서야 당도했다.신입사원 시절에는 2등석을 끊어 주어서 맨 밑바닥 층에서 생면부지 사람들과 비좁은 공간을 한 침실로 사용해야 했고 직급이 올라가면서 1등석으로 클래스 변경이 되어 잠깐이나마 호사와 여유를 누릴 수가 있었다.반면 비행기는 대부분 이코노미석으로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여서 피곤하면 잠시 눈을 붙이고 그렇지 않으면 조용히 명상에 잠기다 이국 땅을 밟게 되었다.외국을 향해 떠날 때는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차고 귀국할 때에는 현실로 다시 돌아오는 이유로 마음이 무겁기까지 했다.

 

 공항은 사람들의 정체를 수상히 여기거나 신분을 확인하는 장소이고,남들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장소이고,사생활이 먼저냐 국가 안보가 우선이냐를 놓고 갈등을 빚는 현장이며,애국심과 기동성의 특권을 조정하는 종합 공장이다.  -P8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도 공항을 이용하는 계층은 경제적,신분적으로 위상이 높은 사람들이 많다.개인적 업무든 사용(社用)이든 일정한 준비 절차를 거쳐 탑승권,공항 심사대 통과,탑승의 순으로 이어진다.정해진 게이트를 넘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기분은 구름 위를 거니는 것과 같다.그런데 미국의 9.11 테러사건이 발생하면서 공항 관제탑의 판옵티콘은 전방위 검사 체제로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그리고 외국 땅을 밟는다든지 귀국할 때 마지막 관문은 수하물을 찾아 검사대를 통과하는 것이다.공항은 스크린에서 시작하여 스크린으로 끝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보안을 목적으로 한 승객의 신체,수하물 검사는 자칫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의 여지도 있겠지만 결국은 개인과 사회,국가의 안녕과 안전을 위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겠다.

 

  공항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특별한 시선으로 공항을 접하기 위해 쓰여진 이 도서는 떠나고 보내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시작으로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겨져 있다.공항의 묵시록과 같은 문인들의 글을 접목시켜 공항이 주는 이미지를 비롯하여 텍스트적이고 생산적이고 보안적인 측면까지 두루 생각하는 공항의 인문학적 시각을 새롭게 배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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