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방석 -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따듯한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김병규 지음, 김호랑 그림 / 거북이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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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옹색하고 비위생적인 불편한 삶이라고 생각되는 시절이 불과 1세대 전에는 농촌이나 도회지나 흔히 볼 수가 있었다.농촌은 스레트,알록달롱 양철지붕이 있었고,도회지 변두리는 문화가옥이라하여 진주황색 기와집이 즐비했다.당시의 문화생활은 TV,전축이 최고였다.개인과 개인간에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통신매체는 전화,전보,편지가 주류였던 시절이었다.군대에 있을 때에 얄팍한 편지지에 정성이 담긴 안부편지,연애편지는 혹독한 추위,엄격한 훈련 가운데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화롯불과 같았다.안부가 궁금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 깨알같은 글씨로 마음을 담아내던 시절은 이제는 화살보다 더 빠른 SNS시대에서 콩볶아 먹는 것과 같이 생각할 시간마저 없는 즉석식 묻기와 답변만이 매체와 미디어를 달구고 있다.

 

 삶은 어떠한 문화환경일지라도 이어져 나간다.다만 사람과 사람 사이가 첨단 기기가 대신해 주는 시대와 같아 마음 한켠 지난 예스러운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핸드폰,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을 그린 《꽃방석》은 추억과 향수를 달래주는 이야기로서 눈을 감고 생각과 의식을 1세대 이전으로 턴 백 시켜 놓아야 융숭하고 따뜻한 인간의 정을 느낄 수가 있다.

 

 꽃방석의 주인공은 달풍이와 달분이이다.달풍이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글로서 시골에는 할머니,도회지에는 부모와 오누이인 달풍이와 달분이가 살고 있다.경제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달풍이의 가족은 도회지에 살고,할머니는 시골에 거주하고 계신다.달풍이 어머니는 학교급식 영양사로 일하고 아버지는 화물회사 일용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달분이와 달풍이는 잔잔한 풍파를 일으켰다.달분이는 엄마가 학교급식 영양사로 일하는 것이 못내 부끄럽다는 생각을 갖는다.급식 시간이 되어 맛있는 것이 나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듯 엄마는 달분이에게 양을 더 얹어 준다.달분이 도시락에선  엄마가 학교에서 만들고 남은 급식 냄새가 진동하면서 급우들은 달분이 엄마가 영양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결국 달분이는 급식실에서 엄마의 정체를 알리게 되고 마는데...

 

 

 달풍이는 달분이와 비교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달풍이와 달분이에게 제대로 양육과 훈육이 어려울 것이다.달풍이는 평소 자주 다니는 서점에 들러 눈에 들어오는 책을 읽다 보니 서점 주인 눈치가 보여 읽던 책을 마저 읽고 갈까,아니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그만 자신의 가방 속에 집어 넣고 만다.달풍이는 꼼짝없이 서점 주인에게 걸려 아버지가 서점에 불려 오고 책값 이상을 배상했다.후일 서점 주인과 아버지가 만나 화해를 하는데,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달풍이는 아버지께 책을 훔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한다.

 

 

 한편 시골에는 할머니가 홀로 계신다.오랜 시절 구멍가게를 이어오고 계시면서 생계를 이어나간다.할머니 가게는 하꼬방과 같이 버스가 쉬고 떠나는 정류장이다.자가용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객지에서 시골을 찾아오는 손님과 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할머니 가게 물건을 사주어 돈을 제법 모았는데 요즘에는 차를 기다리고 차에서 내리는 손님이 적다 보니 물건을 사주는 손님이 적어 한산하기만 하다.그런데 할머니 사연이 예사롭지 않다.할머니는 달풍이와 달문이의 친할머니가 아니시다.한국전쟁 가운데 난리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피난민으로서 달풍이 아버지가 할머니를 키워주시는 어머니로 모시면서 살았던 것이다.할머니는 돌아가시면서 통장과 보험증서를 남기신다.직접 피를 나눈 부모 자식간도 아니고 오갈데 없는 사고무친(四顧無親)인 할머니를 외롭고 쓸쓸하지 않게 가족으로 받아들인 은혜를 갚으려 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죽음이 다가오면서 생전 꽃방석 두 개를 만들었던 모양이다.하나는 양아들 하나는 며느리에게 전해 주려 했다.꽃방석 안에 고이고이 숨겨 놓았던 보험증서와 통장은 할머니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정이 담겨져 있다.오랜 세월 한 푼 두 푼 모아 양아들 가족들이 살림에 보탬이 되기를 바랬던 것이다.그것은 뭔가를 기대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을 담아 냈던 보물이었던 것이다.돈과 물질이 인간을 저울질하는 시대에서 할머니와 같은 온후하고 넉넉한 마음씨는 깊은 울림과 귀한 감동을 안겨 주었다.이것은 이기주의,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순화(醇化)시켜 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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