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너머의 연인 - 제126회 나오키상 수상작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현대인의 성 풍속도가 너무도 자유스러워졌다.나와 내 윗세대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도 있어 다소 시대착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하는 것은 인륜지대사라는 고귀한 가르침은 이제는 구태스러운 관념 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하기야 쌍둥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다른 인격체일진대 서로 다른 삶을 살아 온 남.녀가 좋고 사랑하여 결혼을 한다해도 살아 가다 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다툼과 헤어짐이 생기게 마련이다.남녀평등 의식과 여성의 경제적 능력의 신장은 결혼 풍속도마저 변해가고 있다.살다가 맘에 맞지 않으면 헤어지는 것은 대수가 아닌 것이다.서로 으르렁거리고 냉랭하게 살 바에는 차라리 일찍 헤어져 각자 갈 일을 가는 것이 신상에 이롭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현 사회의 남.녀 결혼관에 대한 의식과 현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어깨 너머의 연인>은 기.미혼을 불문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남.녀간의 애정문제를 시니컬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이는 여성의 내면심리를 잘 반영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아의식이 강한 여주인공의 사랑법은 보기에 따라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이고,바람 맞은 한 여자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자기 마음에 맞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자를 낚아 채려는 마초적 근성이 엿보이다 가도 본인 생각에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 이혼을 해야 직성이 풀리고,이혼 직후 헛헛한 마음을 달래려 또 다른 남자 지인에게 대쉬하기를 되풀이 한다.그 장본인이 루리코이고 소꿉친구인 모에가 실질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다.루리코는 세 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다시 게이 성향의 남자를 대쉬하려다 실패하고 마는 눈뜨고는 못보아 줄 뿌리도 잎도 없는 사람이다.

 

 

 

 어찌 사람이 완벽할 수가 있겠는가.남과 여가 긴 세월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기에 설령 결혼까지 골인했더라도 넘고 넘어야 할 산이 많을텐데 기다리고 인내하면서 맞춰 나가는 것이 보편적인 남과 여의 삶의 방식이 아닐까 하지만,루리코는 이러한 통념을 일기에 깨부수고 만다.세 번째 남편 노부유끼가 직장 부하 여직원과 데이트 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이를 꼬투리 잡아 이혼을 요구하고 울적한 마음을 달래려 수첩에 저장해 놓은 남친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다른 사정이 있는 몸이다.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부르면 언제든지 쿨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는 이제 루리코에게는 없어졌다.이에 반해 루리코의 친구 모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지만 감히 사랑을 엮어 나갈 용기와 재주가 없다.다행인지 불행인지 통신판매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아르바이트생이고 가출을 한 미성년 다카시 학생을 집으로 끌어 들이면서 이야기의 분위기는 활기를 띄게 된다.모에와 루리코는 연하인 다카시를 사이에 놓고 삼각관계를 펼쳐 간다.비록 집을 나와 갈 곳이 마뜩잖아 모에의 집에 기거하는 다카시이지만 누나 뻘인 모에와 루리코가 그에게 접근하는 방식이 예사롭지 않다.다카시는 여자를 깊게 사귄 경험이 없을 뿐더러 적극적으로 나오는 두 여자에게 황당하기도 하고 겁도 났으리라.

 

 주역이 루리코와 모에라면 조연은 남자들이다.게이 바에서 일하는 후미씨,그리고 책방주인인 료씨,루리코가 노부유끼를 만나기 전 사귀었던 가키자키씨가 스토리의 양념격으로 장식하고 있다.루리코는 왜 진득하게 결혼생활을 못할까.그리고 모에는 남자를 사랑한다면 용기있게 고백하지를 못할까가 꽤 대조적으로 다가온다.집 나온 다카시는 이제 동정(童貞)의 티를 벗어나게 되었다.모에와 성관계를 갖게 된 것이다.모에는 다카시의 씨를 받아 태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다카시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심리적 충격을 받게 될 것인가.다카시는 이제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 품으로 가고 영국 유학의 길을 떠난다.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현대적 여성 루리코는 결국 생계를 위해 청과물 시장에서 재고를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된다.일반적인 관점에서 사랑법이 아닌 특별한 사랑법을 지니고 있는 두 여성 그리고 성소수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붓터치 하고 있다.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는 말을 연상하고,젊은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연애법을 들여다 본 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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