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 - 조선 화가들의 붓끝에서 되살아난 삶
이일수 지음 / 시공아트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회화,조각,건축물 등의 예술작품은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시각과 관점이 판이하게 다르다.이러한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은 그 작품 자체만으로는 해석이 완벽할 수가 없다.작품을 완성한 작가가 살았던 당대의 사회상과 사회의 정체성 그리고 작가가 누구로부터 작품 계보를 전수받았는지 나아가 심리적 내면세계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해석해 내려면 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력은 물론이고 작가가 살았던 시대상과 작가의 내면세계까지 통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조선시대 화원에 속했든지 속하지 않았든지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는 내게 또 다른 감상법을 안겨 준 도서가 있으니 그게 바로 《옛그림에도 사람이 살고 있네》이다.사실 학창시절에 소개되었던 조선시대의 그림과 화가는 김홍도,신윤복,정선 정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해설과 당대 사회상,화가의 계보 등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단편적인 지식을 요하는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학창시절 미술부에 속했던 나는 대학을 마친 뒤에는 그림과 담을 쌓고 그림에 대해 관심을 갖을 여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에 대해서는 잊고 살았다 해도 거짓이 아니다.요즘 개인시간이 어느 정도 주어지다 보니 도서를 통해서나마 동.서양의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해설서를 통해서 나름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법부터 당대의 사회,문화 등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역사,문화,예술 등에 대한 맥락을 조금이나마 갖출 수 있어 다행이다.

 

 다양한 갤러리 및 박물관 전시 기획자인 이일수저자는 그림을 통해 지적 유희와 감성적 치유를 경험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하에 이 도서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나아가 일제 식민사학이 날조한 역사에 대한 왜곡과 폄하가 예상외로 심각하다 보니 조선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 불편할 것이며,조선 역사 속의 한부분인 회화 역시 식민사학이 교묘하게 끼워 맞추다 보니 후학들이 조선시대의 화가들이 남긴 그림을 바라보는 인식과 시각도 당연 올바르지 못한 것이다.그러한 차원에서 이일수저자는 조선 시대 그림의 특징을 사의화(寫意畵)에 두고 있다.화가 자신의 정신세계를 담은 정신에 무게를 둔 그림이 대부분이고 화가 개인의 삶과 사회적인 사건이 마음을 동하게 하여 이루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그림도 있지만 처음 접하는 화가,그림도 제법 소개를 하고 있다.저자에 따라 화가와 작품에 따라 해석이 조금씩 다른데,이일수저자는 매우 꼼꼼하고 자세하게 해설을 해 주고 있어,조선시대 사회상과 연결하여 화가의 정신세계까지 들여다 볼 수 있어 다행이다.우선 그림 한 폭을 놓고 전체적인 해설을 한 뒤 간과하기 쉬운 미세한 부분을 다시 오려내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해설을 하고 있는 점이 저자의 섬세하고 전문가다운 해설에 찬탄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선시대의 사대부든 평민이든 일상의 모습이 타임머신을 타고 가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까지 들게 한다.생활의 방편은 오늘날과 비교하여 천양지차이지만 지금보다는 그 시절이 더욱 인간적이고 순수함 그 자체이다.또한 기다림과 인내 속에 진실한 애정이 묻어나 있고,사람과 사람의 온기가 가득 배여 나오기도 하며,먹고 살아 간다는 차원에서는 생계의 수단만 다를 뿐 그 시대 사람들의 애환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당시에는 유교적인 사회분위기이다 보니 최고 어른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힘겹지만 수분지족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인간의 삶은 죽도록 노동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랑,가무,음풍농월,송백상열의 깊은 우정,강한 개성을 보여 주는 화가 등이 겹치기도 하고 홑겹마냥 단초롭게 소개가 되기도 한다.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화풍을 담으려 했던 화가도 있고,효종부터 숙종대에 성했던 사색당파의 스토리는 언제 접해도 가슴 답답하기만 하다.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색당파가 세도정치로 이어지고 일제강점기,남북분단에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위정자의 국정운영능력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은 새삼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이전투구의 사색당파의 시기에 남계우가 그린 《화접도》는 침울한 사회상을 일신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있다.특이한 점은 한국 전통에서 홀수와 짝수를 음양의 원리로 보았는데,홀수는 양수이며 길수(吉數)라고 여겨서인지 명절은 홀수날인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그러한 의미에서 남계우는 꽃과 곤충을 홀수로 그려 넣었다는 상서로운 느낌이 든다.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이 꿈 속에서 도원(桃園)을 보고 그린 그림인데 지금은 일본 덴리대학에서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약탈된 것이다.이와는 장한종의 《책가도》는 오늘날의 서가로서 사대부 계층에서 책을 읽고 책을 소장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문방사우와 함께 생각과 논리를 질서정연하게 정리하고 통합.분석해 줄 책가도의 모습을 보니 고색창연하고 책을 좋아했던 조선 사람들의 인문정신이 갸륵하기만 하다.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시기와 화가의 정신세계 즉 내면세계를 씨줄과 날줄로 잘 직조하여 꼼꼼하게 해설하고 있는 이 글을 통해서 폭넓은 그림 감상능력을 비롯하여 역사,문화,인물에 대한 지식도 더욱 관심을 갖고 넓혀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화가는 갔지만 그림 속에서나마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화가의 내면세계를 해설을 통해 반추해 보노라니 당대 내 직계조상은 어떤 계층에서 무슨 일을 하고 살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내 본관이 경주O씨이기에 족보를 찾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몇 세기 몇 년대 어느 화가가 살았던 시대와 크로스체크 하다 보면 대략 조상의 신분과 직업을 떠올릴 수 있으리라.저자의 말대로 조선 시대 그림의 해설을 들으면서 지식과 감성적인 치유가 몰라보게 바뀌었다는 자족감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