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이 예언한 십승지마을을 찾아 떠나다
남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뒤로는 저수지 전방은 평야,동서로는 산이 마을을 휘감아 도는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그때는 이웃과 이웃이 가족과 같은 공동체 생활이어서인지 누구네 집의 신발이 몇 켤레이고 숟가락,젓가락은 몇 개인지까지도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그만큼 자주 놀러 다니고 또 우리집에도 찾아 왔기에 가능했던 것이다.다만 모든 일들이 손과 발로 하는 육체적 노동이고 위생시설이 덜 된 우물물,재래식(치간) 등이 도회지와 비교가 되어 불편하기도 하고 도회지 생활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그러다 대학생활,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본가와는 물리적 거리가 거의 300KM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성묘 내지 명절이 아니고서는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는다.지금은 획일화된 네모 상자인 아파트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데 편리하고 사적인 즐거움을 누리기에는 여러 모로 좋기는 하지만,자연의 흙을 밟고 자연의 풍경과 인심이 넉넉한 모습을 찾을 수가 없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조선중기 이후 쓰여졌다고 하는 정감록(鄭鑑錄)국가의 운명,생민존망(生民存亡)을 담고 있다.정감록을 쓴 저자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조선 개국공신 중의 하나인 정도전으로 추측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그렇다면 정감록의 주요 내용은 무엇일까.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미래의 국운을 예언한 도참서(圖讖書)이자 살아남기 위해 '십승지(十勝地)'라고 하는 피난처에 찾아가는 비법을 제시한 비결서라고 남민저자는 말하고 있다.특히 조선 중.후반기에 이르러 임진왜란,병자호란 등 외침과 민란 등 정치적 사회(士禍)를 거치면서,도탄에 빠진 백성과 파직당한 선비들이 보신보명(保身保命)할 안식처가 필요했는 바,자연스레 십승지가 그들에게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었으리라.

 

 현재 헤럴드 경제 모바일 컨텐츠 팀장인 남민저자는 십승지 마을을 두 발로 여러 번을 답사하고 탐문하면서 역사 속 인물들의 발자취를 따라 생생하게 그곳을 기록한 '역사기행서'이고 '감성 여행서'이며 '힐링서'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십승지는 태백산맥 백두대간에서 소백산맥 하단에 이르는 곳까지 10개 지역이 십승지로 꼽히고 있는데,십승지로 지목된 지역들이 대부분 인적이 드문 깊은 오지 내지 분지(盆地)인 것이 특징이다.외침과 전쟁을 피해 은신을 하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려 했던 곳이기도 하다.누가 십승지로 결정했는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풍수지리사상에서 말하는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더욱 선망이 되는 점은 십승지가 풍수사상과 맞물려 나라의 인재,재목이 많이 탄생했다는 점이다.십승지는 바로 다음과 같다.《영주 풍기,봉화 춘양,보은 속리산,남원 운봉,예천 금당실,공주 유구.미곡,영원 연하리.미사리.노루목,무주 무풍,부안 변산,합천 가야이다.산맥과 고산지대와 관련이 없는 곳이 유일하게 부안 변산인 점이 눈에 띈다.조선 최고의 술사 남사고는 명종 때 활동했던 분으로서 《격암 유록》을 남겼다.역학.풍수.천문.관상의 비결에 도통했으며,그의 예언은 잘 들어맞아 각지에서 그를 보려고 몰려들었다고 한다.

 

 주민 70%가 이북 출신인 영주 풍기,임란 후 이순신장군이 은둔했다는 봉화 춘양,세조의 딸(공주)가 숨어 들었다는 보은 속리산,조선 개국의 주춧돌을 놓고,놀부와 흥부의 마을이 있는 남원 운봉,고종과 명성황후의 비궁이 있던 예천 금당실,김구가 일본인 장교를 보복 살해하고 마곡사에 은거했던 공주 유구.마곡,조광조 후손을 살리고,김삿갓의 숨결이 살아 있는 영월 연하리.미사리.노루목,전라도 속 소수민족으로 불리는 경상도 마을인 무주 무풍,허균이 이상사회를 꿈꾼 우반동 부안 변산,최치원이 내란을 피해 은거하고 사명대사의 안식처였던 합천 해인사가 바로 십승지이다.그외에도 십승지에 비견될 만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십승지는 '경치가 빼어난 곳'을 의미하고 관광과 즐기는 곳으로 인식하기 마련일텐데,십승지는 '숨어서 살아남을 수 있는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또한 십승지는 3가지 조건이 있다고 한다.전쟁이 나도 안전한 곳,흉년이 들지 않을 곳,전염병이 들어오지 못할 곳인 '삼재불입지지(三災入之地)의 땅이다.한국역사와 문화의 단면이면서 정신적 힐링의 명소로도 손색이 없는 마음의 본향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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